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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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명동본당 사순특강3: 기도, 한 송이 꽃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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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3-22 ㅣ No.243

명동본당 사순특강 (3) ‘기도, 한 송이 꽃이 되어’



기도는 주님과 함께 있는 것

그리스도교는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로 만나고 예수님을 구세주로 만나는 종교다. 또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제자다. 사제, 수도자는 출가 제자이고, 신자들은 재가 제자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는 왜 우리를 제자로 부르셨을까. 무엇보다 먼저 당신과 함께 있기 위해서이고, 또 당신과 함께하기 위해서이다.

성경에는 “예수께서는 열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사도라 이름하셨다.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며,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주시려는 것이었다”(마르 3,14-15)고 나와 있다.

기도는 밥이다. 반찬이 아니다. 그래서 기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곧 그리스도 제자의 소명인 것이다. 함께 있는 것은 침묵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리스도와 침묵을 공유한다는 것은 굉장한 사이라는 의미이다.


기도의 근본 자세 : 오소서, 성령님

기도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철저히 능동이 아닌 수동이 되어야 한다. 기도를 자신이 한다고 생각할 때 자기 팽창, 자기 힘이 생기고 만다. 우리는 가끔 “나 묵주기도 50단 했어”라거나 “미사 30번 드렸어”하는 말을 한다. 뭔가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진 것이다. 성령이 시키시는 대로 나를 내맡길 때 그곳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 하느님은 자기의 힘을 내려놓는 사람만이 체험할 수 있다. 어떤 재능이 힘이라면 그 힘을 죽여야 하고, 당당한 외모가 내 힘이라면 그 힘을 죽여야 한다. 많이 배운 것이, 건강이, 올곧은 성격이, 직위가, 영적 욕구가 내 힘이라면, 그 힘을 죽여야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

기도는 ‘수동’이다. 한 송이 꽃이 되어 물주시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 시간과 방법을 알 수는 없지만, 성령께서 내게 오시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기도는 ‘겸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기도는 ‘감사’다.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이 은총이며 선물임을 깨닫는 것이다.


기도의 단계 : 멈추고 → 듣고 → 행하고

근대 과학의 모토는 속도다. ‘빨리 더 빨리, 좀 더 빨리’다. 올림픽 슬로건은 ‘더 멀리, 더 높이, 더 빨리’이다. 이러한 속도 경쟁 속에서 과연 참 나는 어디에 있는가. “너희는 귀를 기울이고 나에게 오너라, 들어라, 너희가 살리라”(이사 55,3). “아무리 어려워도 하느님 앞에 15분만 앉아 있으면 평화가 온다”(성 이냐시오).

사람은 쇠붙이로 만든 기계가 아니다. 감성과 이성이 있고 아름다움과 가치를 추구한다.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만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멈춰야 한다. 멈추면 들리고, 들리면 제대로 행할 수 있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그 어디도 아닌 우리 자신의 자리다. 시작도 자기 자신으로부터 내디뎠듯이, 우리가 마침내 도달해야 할 곳도 자기 자신의 자리다.


기도의 열매 :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깨달음

기도의 열매는 하느님을 올바로 알아 뵙는 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없이 부족한 나를 얼마나 사랑해주시는 아빠, 아버지이신지…. 하느님 마음을 알아듣고 그 자비를 확인하고…. 이제 하느님께 받은 그 사랑을 자연스레 이웃에게 나눌 수 있으리라. 신앙생활은 하느님께 사랑받는 생활이다. 그리고 받은 그 사랑을 이웃과 나누는 삶이다.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위해 99마리를 잃을 수도 있는 목자는 예수님뿐이고(루카 15,4-7),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일한 노동자나 하루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는 노동자에게 똑같은 품삯을 주시는 분도 예수님뿐이시다(마태 20,1-16). 돌밭과 가시덤불, 길가와 좋은 땅을 계산하지 않고 씨를 뿌리시는 분도 예수님뿐이시다(루카 8,5-8).

침향이라는 귀한 향나무가 있다.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 보통의 향나무를 오랜 세월 가라앉혀 묵혀 두면, 쇳소리가 날 만큼 단단한 침향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나무는 밀물과 썰물을 견뎌내야 하고, 바닷물의 염분을 먹고 토하면서 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 세월이 300년, 1000년도 된다고 한다. 평범한 나무가 귀한 재목이 되기 위해 겪는 담금질의 시간이 그러한데,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침향처럼 깊고 그윽한 향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담금질의 시간이 왜 없겠는가. 기도는 공을 들여야 한다. 매일매일 담금질의 연속이다. 오늘도 내일도 천국 본향에 이르기까지.

[평화신문, 2015년 3월 22일,
윤해영 수녀(바실리사,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평화방송 라디오 기도의 오솔길’ 진행), 정리=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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