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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교회음악

유쾌한 클래식: 바리오스 망고레의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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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2-27 ㅣ No.2995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38) 바리오스 망고레의 ‘대성당’


대성당 종소리에서 영감 받은 명곡

 

 

1921년 지구 상에서 가장 인기 많은 기타리스트 안드레스 세고비아는 28살이었다. 그는 클래식 기타를 여느 악기들처럼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악기로 만든 놀라운 업적의 인물이었다. 그는 클래식 기타로 전 세계 공연장에서 연주했는데 아르헨티나 투어 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우구스틴 바리오스 망고레를 만났다.

 

바리오스는 세고비아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시인이자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였다. 남미 파라과이 출신인 바리오스는 유럽 스페인 출신 세고비아 앞에서 자신의 곡을 불꽃 튀는 연주로 선보였다. 세고비아는 “나보다 더 기타를 잘 친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특히 세고비아는 바리오스의 ‘대성당’ 연주를 높이 평가했는데, 세고비아는 어느 날 일기에 “바리오스 최고의 음악은 ‘대성당’(La Cathedral)이다”고 남겼다. 필자는 cpbc라디오에서 매일 아침 방송을 하다 보니 방송사 건너편 명동대성당에 기도를 드리러 자주 가게 되는데 그때마다 이 곡이 떠오른다.

 

아우구스틴 바리오스 망고레(1885 ~1944)는 1911년부터 기타리스트로서 녹음 작업을 시작했으며 콘서트 연주는 18세부터 시작했다. 망고레는 이후 40여 년 간 중남미에서 순회 공연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이후 파라과이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그의 이름은 잊히고 말았다. 그런데 반갑게도 1970년대 명 기타리스트 존 윌리엄스에 의해 그의 이름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바리오스 망고레의 걸작은 그가 1921년 작곡한 ‘대성당’이다. 그는 1928년 이 곡을 처음 녹음했다. 현재 3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원래 2악장이었는데, 1악장 부분은 1938년에 추가됐다. 망고레가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투어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그가 묵은 호텔까지 몬테비데오 산호세 대성당의 종소리가 들려왔다. 성당의 종소리는 모든 소리를 압도했고 망고레의 작곡과 연습을 방해할 정도였다.

 

그는 산호세 대성당의 종소리를 작품에 반영했는데, 두 번째 악장 ‘천천히 종교적으로(Andante religioso)’다. 산호세 대성당을 방문한 그는 오르가니스트가 바흐의 곡을 연습하는 걸 들었다. 성당에서 조용히 묵상 시간을 가진 그는 거리로 나왔다. 성당과 달리 거리는 활기로 가득찼다. 하지만 거리에도 대성당의 종소리는 반복되고 있었다. 그렇게 작곡된 세 번째 악장은 ‘활기차고 장엄하게(Allegro solemne)’이다.

 

첫 녹음 이후 이 곡은 바리오스 망고레의 콘서트 단골 연주곡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그는 건강도 좋지 않았고 가정생활에도 위기가 왔으며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이때 그는 쿠바 아바나에서 작곡한 프렐루드(Preludio, 서주)를 대성당 작품에 추가시켰다. 프렐루드는 그의 인생에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찾아왔을 때 행복했던 과거를 반추하면서 오프닝 악장으로 만든 곡이었다.

 

망고레의 3악장 버전 ‘대성당’은 1938년 엘살바도르의 산살바도르 콘서트에서 초연됐다. 1977년 존 윌리엄스가 녹음한 ‘대성당’은 다시 청중들의 인기를 끌기 시작해서 아름다운 명곡으로 우리 곁에 남게 됐다.

 

※ QR코드를 스캔하면 바리오스 망고레의 ‘대성당’을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mc6KV0_UVM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2월 27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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