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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가톨릭기후행동: 기후 정의 실현, 행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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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3-22 ㅣ No.1721

[친교와 나눔의 공동체] 가톨릭기후행동


기후 정의 실현, 행동으로

 

 

2019년 9월 호주 남동부 지역에서 시작된 산불이 초대형으로 커져 해가 바뀌도록 계속되었고 수많은 동식물이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 사태가 기후 문제에서 비롯했고, 향후 지구 생태계와 온난화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상 기후로 지구촌 곳곳에 태풍과 홍수, 폭설 등 재난이 잇따른다. 기후 변화 위기로 터전을 잃은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국제 연합의 첫 판단도 나왔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 사회의 공동 책임을 강조하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각국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기후 변화는 이제 온 인류의 문제가 되었다.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국제기후변화협의체(IPCC) 총회’는 만장일치로 ‘1.5도 특별 보고서’를 승인했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아래로 줄여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지 못하면 훗날 인류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경고하며 전 세계에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기후 사정은 어떠할까? 관측 이래 최소치를 기록한 올겨울 적설량과 겨울 평균 기온이 예년보다 섭씨 2.7도 높았다는 기상청 발표는 염려스럽다. 그럼에도 이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경각심은 미흡해 보인다.

 

이런 현실 속에서 2020년 1월 20일 ‘가톨릭기후행동’이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 회관에서 출범 기자 회견을 갖고 출범 미사를 봉헌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가톨릭기후행동 출범 의의

 

출범 미사에 앞서 마련된 기자 회견에서 가톨릭기후행동 운영위원회 맹주형 아우구스티노 위원(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연대팀장)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기후 위기에 행동으로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종은 오늘날 지구의 시급한 현실에 관하여 모든 이와 대화를 나누고자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하셨습니다. 같은 해에 회칙에서 언급한 기후 정의를 실현하고 공동의 집인 지구를 돌보고자 ‘세계가톨릭기후행동’(GCCM)이 결성되었고, 이후 전 세계 900개 이상의 가톨릭 단체에서 100만 명에 이르는 천주교 신자들이 생태적 회개, 생활 방식의 변화, 국가와 기업의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행동을 확산해 가고 있습니다.

 

2019년 9월 5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개막 미사’를 시작으로 한국교회 안에서도 단체 조직을 준비하였습니다. 앞으로 가톨릭기후행동은 국내외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청년, 평신도, 수도자, 사제의 4인 공동 대표 체제로 출범한 가톨릭기후행동은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젊은이들의 발언에 더욱 힘을 실어 주고자 곧 청소년 대표를 추가로 선임한다. 현재 교회 내 30개 이상의 단체와 300명 이상의 신자가 함께하고 있다.

 

 

‘기후 악당’ 대한민국

 

대표 발언에서 청년 대표 이혜림 모니카 씨(가톨릭청년시민학교)는 “기후 위기에 동참하는 목적은 정부와 기업, 특정 기업과 싸우려는 것이 아닌 하느님과,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을 더욱 사랑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이는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를 인용하며 ‘세상의 현재이며 미래인 젊은이들’이 이 기후 위기에 더욱 동참하기를 희망했다.

 

평신도 대표는 최경해 마리아 씨(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가 맡았다. 그는 지금의 기후 위기를 “위정자와 경제 지배 계층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여전히 폭력적인 에너지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며, “지구의 신음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그들에게 지금이라도 이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수도자 대표 임미정 살루스 수녀(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장)는 “생태적 회심으로 인간과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또한 기후 악당국가로서의 오명을 벗으려면 석탄 산업 관련 기업과 정부의 구조적 변화를 위해 모두 적극 동참해야 한다.”며 성경 말씀을 인용하여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2코린 6,2)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독립 평가 기관인 저먼워치, 뉴클라이미트연구소, 기후행동네트워크가 공동 발표한 ‘기후 변화 대응 지수 2020’ 보고서에서 61개 대상국 가운데 58위, ‘온실가스 배출량’은 59위, ‘에너지 소비 저감 노력’은 전체 꼴찌인 6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임 수녀의 말처럼 ‘기후 악당 국가’에 사는 우리가 구원의 날을 이룩하려면 지금 바로 생태적 회심이 필요하다.

 

 

기후는 모든 이를 위한 공공재

 

교회가 기후 위기에 행동으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기후 위기는 근본적으로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문제”라고 언급하며 “‘기후는 모든 이의 모든 이를 위한 공공재’(「찬미받으소서」, 23항)임에도 지금의 기후 위기는 정의롭지 못하고 불평등한 문제”라고 밝혔다.

 

“기후 위기로 지난해 상반기에만 약 700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기후 난민이 되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저개발 국가에서 농어업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선진국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로 가난한 이들이 더욱 고통받고 있는 현상이 바로 기후 불평등입니다. 기후 위기로 피해받는 기후 난민뿐만 아니라 지구라는 공동의 집에 사는 생물종들 또한 멸종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가톨릭기후행동 출범을 두고 각 교구와 본당에 기존 환경 단체가 있는데 단체를 더 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이에 대해 사제 대표 김종화 알로이시오 신부(작은형제회 정의평화창조보전위원장)는 기후 위기를 직시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무감각, 무관심에 우려를 표명하며 다급한 현실에서 기존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열린 지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한국 교회가 주어진 직무에 충실했는지 반문해 봅니다. 기후 위기로 고통스럽게 죽었고, 멸종 위기에 놓인 약한 생명을 위해 교회가 가장 먼저 눈물을 흘려야 합니다. 죽어 가는 생명과 이웃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우리 또한 멸종 위기에 놓일 것입니다.

 

시대의 징표를 읽어 내지 못하고 피조물의 울부짖음을 제대로 듣지 못한 점을 함께 통회했으면 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삶의 자리에 ‘기후 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해 주십시오.”

 

김 신부는 무엇보다 “지금의 이 기후 위기에 교회가 나서지 않는다면 해결할 수 없다.”며, 교회가 이 땅에 하느님의 뜻인 ‘정의, 평화, 창조 질서 보전’을 실현하고자 먼저 기후 위기 비상 행동을 선포하고 신자들이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각 교구의 주교와 본당 사제들에게 협력을 요청했다.

 

 

정의와 사랑과 평화를 위한 투쟁

 

출범 미사 강론에서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가장 가난한 이들과 피조물들이 기후 위기에 희생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선거를 앞두고 국민 전체, 인류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도록 주님께 청하자.”고 말했다.

 

출범 미사가 끝나고 사제, 수도자, 신자들은 시민들에게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재활용한 손푯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거리 행진에 나서기도 했다. 공식 출범을 알린 가톨릭기후행동은 각 환경 단체와 연대하여 기후 위기 행동에 나서고, 자체 기후 관련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활동가를 양성하고자 ‘기후 행동 학교’와 ‘심화 강의’를 진행했고, 다달이 셋째 주 목요일 저녁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후 변화 씨네톡 상영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 밖에도 ‘세계 청소년 결석 시위’, ‘전국 기후 위기 비상 행동’ 등에 연대할 예정이다.

 

가톨릭기후행동의 출범 미사에서 함께 바친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가 절실히 다가오는 오늘이다. 기성세대의 정치적, 경제적 행위로 말미암은 악폐를 젊은이들이 떠안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

 

“하느님 보시기에 참으로 소중한 이들, 이 지구의 버림받고 잊힌 이들을 구하게 하소서. 저희 삶을 치유해 주시어 저희가 이 세상을 훼손하지 않고 보호하게 하시며 오염과 파괴가 아닌 아름다움의 씨앗을 뿌리게 하소서. 가난한 이들과 지구를 희생시키면서 이득만을 추구하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소서. 비오니, 정의와 사랑과 평화를 위한 투쟁에서 저희에게 힘을 주소서.”

 

문의: ☎010-5215-2274 

www.gccmkorea.kr 가톨릭기후행동

 

[경향잡지, 2020년 3월호, 글 · 사진 김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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