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아! 어쩌나: 아들이 힘들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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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17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81) 아들이 힘들어합니다

 

 

Q. 아들이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많이 힘들어합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마음의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나 봅니다. 그런데 이제 새내기 직장인인 아들이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돼 집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엄마로서 속이 많이 상합니다. 아들은 공부도 잘하고 잘생겨서 어린 시절부터 여자아이들이 줄을 지어 따라다닐 정도였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아드님이 잘생기고 공부도 잘했다니, 그동안 실패나 버림받은 경험은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아드님이 힘들어하는 것은 그것이 원인인 듯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순탄하게 자기 뜻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주 작은 실패에도 힘들어하고 자존심 상해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인생이 자기 뜻대로 풀리길 바라는 마음이 강해서 점쟁이를 찾아가거나 혹은 주님 뜻이 자신에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기도하면서도 속마음은 주님이 내 뜻대로 움직여주길 바라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지나치면 늘 자기 마음대로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인생이 자기 뜻대로 돼간다고 착각하며 살던 사람들은 작은 걸림돌에 걸리기만 해도 허우적거립니다.

 

따라서 아드님은 앞으로 좀 더 많은 실패나 좌절을 경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아드님은 미련을 버리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람을 평가할 때 어떤 사람은 영리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미련하다고 합니다. 무엇을 두고 그렇게 평가할까요?

 

미련이 많은 사람을 두고 ‘미련곰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왜냐면 이미 어찌할 수 없는 것, 이미 지나가 버린 것에 마음이 묶여 앞으로 자신이 살아가야 할 시간을 낭비하고 살기 때문입니다. 소위 ‘time warp’, 시간 왜곡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미련한 사람들 문제는 전적으로 해결책은 없지만 심리적 균형을 잡을 방법은 있습니다.

 

첫 번째 ‘자문자답’입니다. 지금 내가 고민하는 것이 과연 1년 후에도 중요할까? 혹은 10년 후에도 중요할까? 내 건강과 시간을 다 소모할 정도로 고민할 만한 주제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웬만큼 제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을 추스르게 되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는 잃어버린 것만 생각지 말고 가진 것에 마음을 두는 방법입니다. 대개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거나 상실한 후에 (그 대상이 사람이건 물건이건 간에) 너무 오랫동안 상실감이나 좌절감에 빠져 살게 되면, 내가 가진 것들이나 사람들을 보지 못하게 되고 가진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것들마저 나를 떠나는 악순환이 거듭됩니다. 그래서 애써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마지막 방법은 내가 가진 것들이 영원히 나와 함께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물론 일반인들이 하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는 방법이긴 합니다. 우리가 무언가에 지나치게 분노하거나 우울해하는 것은 그 대상들이 언제까지고 내 곁에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입니다. 따라서 이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나를 떠날 것이란 것을 묵상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면 미련 때문에 힘들어하고 미련곰퉁이라는 비난을 듣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서 사순절 재의 수요일에 이마에 재를 바르고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고 기도하거나 위령성월에 묘지를 찾아 묵상하는 것은 바로 미련을 줄이기 위한 심리적 처방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을 자주 사용하면 염세주의나 허무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지방의 한 노인복지시설에 아주 유명한 할머니가 한 분 계십니다. 지병으로 늘 누워계시는데도 얼굴이 환하고 또 그 할머니를 찾는 손님도 많은 분입니다. 할머니를 만난 손님들은 위로를 해 드리는 게 아니라 위로받고 돌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인생살이 고달픈 사람들이 할머니를 많이 찾아옵니다.

 

할머니가 처음부터 그러셨던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늘 당신이 갖지 못한 것, 잃어버린 것을 애통해해서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위로해 드리려고 했는데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들 힘들어하던 어느 날 한 방문객이 그 이야기를 듣고서는 할머니를 보고 다짜고짜 “그렇게 징징거리고 살려면 차라리 죽지 왜 살아” 하고 정면으로 면박을 줬는데 처음에는 할머니가 화가 나셔서 “그× 어디있느냐? 나 죽고 너 죽자”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더랍니다.

 

그러더니 “그× 말이 맞다”고 하시고는 그 뒤로 당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애를 써서 지금은 징징이 할머니가 아니라 인생살이 고달프다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상담을 해주게 됐다고 합니다.

 

자매님의 아드님도 그렇게 해결되지 않는 것에 미련을 두고 살면 ‘미련곰퉁이’란 말밖에 들을 것이 없으니, 마음 정리 잘하라고 말해주시길 바랍니다.

 

[평화신문, 2010년 12월 12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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