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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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40: 성녀 에디트 슈타인의 영성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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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2-28 ㅣ No.771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40) 성녀 에디트 슈타인의 영성 ⑦


자신을 온전히 맡기고 신뢰하는 ‘하느님 사람’



성녀 에디트는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현재 이 순간 나와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해 투신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믿음 안에서 성장하는 길

지난 호에서 우리는 성녀 에디트가 말하는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의 상속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러한 성녀의 가르침은 결국 복음서가 가르치는 것과 동일한 결론에 이르게 해 줍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에게 믿음 안에서 성장하는 길을 열어 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에디트는 아버지 하느님께 깊은 신뢰심을 갖도록 초대했습니다.

무엇보다 신뢰는 나의 계획이 아닌 하느님의 계획에 나를 온전히 맡기는 데 있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신뢰는 그분이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을 가득 채워 주신다는 것을 발견하고 체험하게 해 줍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이야말로 우리들의 삶을 떠받치는 바탕이 되고 참된 기쁨의 원천이 되어 줍니다. 그러므로 에디트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이야기는 복음의 메시지가 전하는 “어린아이처럼 되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주님의 말씀과 근본적으로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 각자를 고유한 길로 인도해 주십니다. 그리고 각자 그 길을 가는 데 있어 어떤 사람은 더 먼저, 어떤 사람은 후에 그 목적에 이릅니다. 그러나 누가 더 낫고 누가 더 못하다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온전히 하느님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각자의 길에서 당신 뜻을 이루시도록 청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사랑과 계획이 우리의 삶 안에서 온전히 이루어지도록 청하고 이를 위해 우리 자신을 내어놓아야 합니다. 그럴 때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이 원하시는 목적까지 인도해 주시고 우리는 이를 통해 온전히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계획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음

에디트는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이 온전히 우리의 여정에서 당신의 계획을 이루실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내어놓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에디트는 하느님이 당신의 일을 하심에 있어 우리가 그분을 강요하면서 “당신의 뜻이 지금 여기서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소서!” 하며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하느님께는 당신의 뜻이 있고 계획이 있으며 당신께서 원하는 적절한 순간에 그것을 이루십니다. 그러므로 진정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분께 어떤 조건도 달지 않습니다. 그분께 온전히 자신을 맡기고 신뢰하는 것이야말로 진심으로 그분을 사랑하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한 언제 그것이 필요한지 잘 알고 계십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걱정해야 할 유일한 것은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수용하는 데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야말로 우리가 구원되는 길이자 모든 이들이 구원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순간에 투신함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가장 좋은 길은 나 자신과 모든 이들의 구원을 위해 바로 지금부터 투신하는 데 있습니다. 에디트는 이 점에 대해 성찰하면서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지금 처한 상황이 우리가 바란 상황이 아닌 부적절한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무엇이 더 좋은지 좋지 않은지 알 수 없다.”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 이 순간 하느님께서 나와 다른 이들의 구원을 위해 일하기를 바라신다는 사실입니다. 에디트는 근본적으로 알 수 없는 문제에 골몰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확실히 아는 것에 온전히 투신하라고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의 근본 성소

성녀 에디트가 가르치는 길은 근본적으로 단순합니다. 성녀는 우리의 매일 일상이 하느님을 향한 선물이 되도록 우리 자신을 그분께 내어드리는 길을 가르칩니다. 우리는 매일 하느님과 더불어 단순히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그분과 대화하는 가운데 시작하고, 그날 있었던 모든 일을 그분께 온전히 맡기면 됩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영혼은 어느새 자신이 하느님의 도구임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그분께 신뢰하며 그분의 뜻대로 살아가는 자신을 통해서 하느님이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심을 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그리스도인의 성소란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어 맡기고 그분의 손안에서 살아가는 데 있다고 에디트는 말합니다. 그렇게 살아갈 때 우리 모두는 인류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될 수 있습니다.

“온전히 하느님의 사람이 되는 것, 사랑으로 그분을 섬기며 그분께 자신을 내어드리는 것은 단지 선택된 일부에게만 국한된 성소가 아닙니다. 이는 축성된 사람이든 아니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가 살아가야 할 성소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를 따르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은 인간의 근본 성소를 충만하게 꽃피워 줍니다. 그분은 부성과 모성으로 당신의 왕국을 위해 자녀들을 낳고 기르는 아버지이십니다. 그분은 우리가 그런 당신을 닮는 모상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평화신문, 2016년 2월 28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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