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가톨릭 교리

교리상식: 하느님 계시의 전달 - 성전과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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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8-18 ㅣ No.631

[알기 쉬운 교리상식] 하느님 계시의 전달 - 성전과 성경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8-20)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남겨 주신 사명이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시고 제자들에게 물려주신 구원의 진리는 두 가지 방법으로 전달되었다. 구두로는 사도들이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 그리고 그분과 함께 한 공동생활에서 받은 것과 성령의 조언에 힘입어 배운 바를 설교와 모범과 제도로 전달한 것이 한 가지이고, 문서로는 사도들과 그 직제자들이 성령의 감도로 구원의 소식을 기록한 것이 또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는 구두로 전해진 것을 거룩한 전통, 즉 성전(聖傳)이라 부르고, 문서로 기록되어 전해진 것을 성경(聖經)이라 부른다.

개신교의 성경유일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은 신·구약성경만이 그리스도교 계시의 전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성전이 없다면 성경도 기록되지 않았을 것이다. 성경은 전통을 따르는 신앙공동체 안에서 기록되었다. 구약성경의 기록이 시작된 것은 종이가 발명되고 나서 기원전 10세기 전쯤부터이다. 그 이전까지는 구두로, 전통으로 하느님 신앙을 키워왔고 이 신앙을 후손들에게 전달해 주었다. 신약성경도 마찬가지다. 신약성경의 최초 기록을 바오로 사도의 테살로니카인들에게 보낸 편지로 보고 있는데, 그 기록 연도를 서기 50년 전후로 잡고 있다. 그렇다면 주님의 부활 후 20년 동안의 공백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성경이 기록되기 전에 신앙공동체의 삶이 먼저 있었다. 구약성경도 신약성경도 신앙공동체 안에서 기록되었다. 구약성경이 기록되기 전에 이스라엘의 역사가 있었고, 신약성경이 기록되기 전에 초대교회의 역사가 있었으며 사도들의 가르침과 성찬례 거행이 먼저 행해지고 있었다. 성경이 비록 성령의 감도로 기록되기는 했지만 그것은 성전 안에서 기록되고 해석되고 보충되어 형성된 기록물이다. 성경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거룩한 책으로 규정한 것도 교회의 성전이었다.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 즉 성경도 넓은 의미로는 성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교회 역사 안에서 한때는 일부 개신교 개혁자들의 성경유일주의에 맞서서 가톨릭교회가 성경을 소홀히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교회는 꾸준한 개혁을 통하여 말씀의 중요성을 강조 하였으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성전과 성경의 상호 연관성을 강조하였다. “성전과 성경은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고 상호 공통되는 바가 있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는 하느님의 똑같은 샘에서 흘러 나오고 어느 정도 하나를 이루며, 같은 목적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은 성령의 영감을 받아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이며, 성전은 주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위탁하신 하느님의 말씀이다. 사도들은 그 말씀을 그 후계자들에게 온전히 전해 주어 그들로 하여금 진리의 성령의 비추심을 받아 설교로 충실히 보존하고 설명하며 널리 선전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성경만으로는 교회가 모든 계시에 대한 확실성을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이 두 가지는 똑같은 열성과 경외심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계시헌장 9항)

성전과 성경을 통하여 전달된 구원의 진리, 신앙의 유산은 사도들을 통하여 교회에 맡겨졌다. 사도들은 이 신앙의 유산을 제대로 보존하고 해석하고 전달할 책임을 가지고 있었다.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성경)이나 전해진 하느님의 말씀(성전)을 올바로 해석하고 가르치는 임무는 사도들의 후계자들인 주교단에 맡겨져 있다. 우리는 이것을 교회의 교도권(敎導權)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교회의 교도권은 그 한계가 있다. 교회의 교도권은 하느님의 말씀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하느님의 말씀 아래에 종속되어서 하느님의 말씀에 봉사해야 한다. 이 권한에는 전해진 것만을 가르치며, 하느님의 명령과 성령의 도우심으로 그것을 경건히 듣고 거룩히 보존하고 충실히 해석할 책임이 따른다.(계시헌장 10항, 가톨릭교회의 교리서 86항 참조) 교도권은 권한인 동시에 말씀에 봉사하는 임무이다.

성전과 성경과 교도권은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하나가 없으면 다른 것이 성립될 수 없다. 이 셋을 연결시키고 유기적으로 작용하게 하시는 분은 일치의 성령이시다.

[월간빛, 2012년 8월호, 하창호 가브리엘 신부(매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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