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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명동 대림특강2: 법으로 알아보는 사회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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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1-01 ㅣ No.141

명동성당 대림특강 (2) 법으로 알아보는 사회교리

시대의 징표 읽고 공동선 증진에 힘써야


가톨릭 신자로서, 또 20여 년 동안 법을 다뤄온 법조인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시대의 징표는 무엇이고,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시대의 징표란 인권, 환경 문제처럼 우리 사회가 처한 법적 문제이자 사회정의 관점에서 다뤄질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극빈자, 다문화가족, 새터민, 어린이, 무의탁 노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별과 FTA와 같은 자유무역주의로 표현되는 세계화와 농어업 붕괴, 청년실업과 양극화, 금융경제 위기, 공권력 불신, 부와 권력 독점, 가정 붕괴와 육아위기, 과잉소비, 개발정책과 생태환경 파괴 등 사회 문제는 산적해 있다. 사회교리는 가톨릭 신앙 안에서 이런 사회문제를 복음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틀이자 가치판단 기준, 행동지침 같은 것이다.

변호사는 단순한 법 기술자가 아니라 법을 통해 우리 사회 약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저는 1996년부터 14년 동안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인권보고서 발간, 새터민을 위한 북한이탈주민 법률지원,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노인법률지원 등 공익활동을 벌여왔다. 또 남대천 환경보호를 위한 양양 양수발전소 저지 소송, 4대강 사업 저지 국민소송단 공동집행위원장 및 변호사단 단장으로 공익활동에 관여해 왔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고, 공동선을 실현하며, 법률문화와 인권을 개선하는 데 일조하고자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집권자들의 독선과 권력으로 밀어붙이는 비민주적, 반법치적 행정관행이 성행하고 있으며, 이를 저지할 양심있는 시민 참여가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평신도 법조인으로서, 교황 레오 13세가 회칙에서 정의한 교회 밖의 '선의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고 소외된 이를 위한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한 몫을 했다는 점에서 위로를 받는다.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에 사회는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 슈퍼마켓에서 절도를 하다 붙잡히는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다. 경제양극화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해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근로빈곤층이 늘어나는 반면 금융부자 속도는 아시아 최고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양극화 문제는 경제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 연대성 붕괴로 이어져 사회 각 부문의 위기로 다가온다.

교회는 각계각층 국민들이 공평한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국민의 경제적 번영은 소유자산의 총액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오히려 정의 규범에 따라 이뤄지는 재화의 분배로 평가해야 한다.(교황 요한 23세 회칙 「어머니요 스승」 73~74항) 부유층 재산과 권력을 증대시키는 반면 빈민층 빈곤을 고정화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교황 바오로 6세 회칙 「민족들의 발전」 9항)

또 턱없이 부족한 최저임금과 치솟는 대학 등록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청년실업이 미래 희망을 옥죄고 있다. 더불어 비정규직 노동자와 실업 문제는 노동자의 인간 존엄성과 직결된다.

대기업과 정치인들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기업을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인지, 노동자를 위해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화를 추진할 것인지 말이다. 사회는 시민들이 충분한 노동의 기회를 찾도록 도와야 한다. 또 노동에 대한 보수는 노동조건과 공동선을 고려해 본인과 그 가족의 물질적, 문화적, 정신적 생활을 품위 있게 영위할 수 있게 제공돼야 한다.

금융경제가 부를 독점하는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세계적으로 금융경제는 실물경제를 키우는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제 살만 찌우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성장의 열매가 사회 각층에 골고루 배분되지 못하고 일부 자본가에게 편중되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와 연대성 차원에서 볼 때 이주민 등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도 심각하다.

우리 평신도들은 정의로운 사회질서를 위해 일할 직접적 의무가 있다. 평신도들은 국민 개인자격으로 공익에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평신도들은 경제, 사회, 입법, 행정,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직적, 제도적으로 공동선을 증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평화신문, 2011년 12월 18일, 임통일(프란치스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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