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복음으로 세상 보기: 사회교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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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4-02 ㅣ No.1725

[복음으로 세상 보기] 사회교리란 무엇인가?

 

 

지난 세 번의 원고에서 사회적 약자들인 가난한 이들과 이주민들에 대하여 그리고 사순시기를 보내며 죄와 고통의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4월을 준비하며 이 지면의 주제인 ‘복음으로 세상 보기’와 관련하여 연속성 있는 주제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본당에 있을 때 자주 들었던 신자 분들의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신부님! 믿을 교리에 대해서는 많이 듣고 배워서 알고 있는데, 정작 세상 속에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문제들 앞에서 신자로서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며 살아가야 합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 기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물음에 신자 분들께 드렸던 대답이 가톨릭교회의 사회에 대한 가르침, 즉 ‘사회교리’였습니다. 왜냐하면 가톨릭 사회교리는 사회문제를 올바로 성찰할 수 있는 반성의 원리를 제공하고, 복음적 기준으로 문제를 판단할 수 있게 하며, 그에 따라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행동지침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복음으로 세상 보기’는 바로 “세상을 어떻게 복음적으로 바라볼 것인가?” 즉, 복음에 따른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세상에 대해 관찰하고 판단하고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 부터는 세상속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교회의 보편 가르침인 사회교리에 대하여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앞으로 사회교리의 원리들과 정치, 경제, 노동 등과 같은 다양한 주제들 그리고 이어서 사회교리와 관련된 보편 교회의 가르침이 수록되어 있는 여러 문헌들에 대해 살펴볼 것입니다.

 

 

교회의 사명 ‘복음화’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모인 이들의 공동체라고 정의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교회의 사명은 무엇일까요?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 15) 또한 매 미사를 마치며 우리는 세상에 파견되며 다음과 같은 사명을 부여 받습니다. “주님과 함께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이처럼 교회의 사명은 세상속에서의 ‘복음선포’입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기쁜 소식, 즉 복음인 하느님 나라라는 구원을 선포하고 증거하며 하느님과 인간들의 친교를 이루도록 헌신하는 것입니다. 이를 ‘복음화’라고 합니다. 교회는 사회를 복음화 시키는 것, 세상을 하느님 나라의 가치, 즉 복음적 가치로 변화시키는 복음화의 사명을 수행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언제나 어디서나 모든 사람과 함께 인간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를 나누며 모든 인간들 사이에 신비롭게 현존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복음화’와 ‘사회교리’

 

교회는 사회교리로 복음을 선포하고, 사회교리의 실천을 통하여 ‘복음화’를 이루어 나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교리는 사회를 복음으로 변화시키는 교회의 가르침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사회를 ‘복음화’ 한다는 말은, 복음의 의미인 하느님 나라의 가치들을 인간의 마음에 불어넣어 그리스도께서 바라시는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으며 이는 곧 하느님 나라와 더욱 일치하는 발전의 길을 걷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회의 사회 교리는 복음화의 도구로써 말씀의 봉사직과 예언직을 수행합니다. 그러하기에 교회가 사회교리를 가르치고 보급하는 것은 부차적인 사안이나 활동이 아니고 오히려 교회의 봉사직의 핵심입니다. 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하느님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구원을 선포하며, ….. 인간을 인간 자신에게 드러내 보여준다.”(백주년 54항)

 

교회는 자신의 사회 교리로 사회의 세부적이나 전문적인 문제들에 개입하거나 사회 구조의 체계나 모형을 제시하지도 확립하지도 않습니다. 이것은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맡기신 사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지 교회는 사회 교리를 통하여 “구원의 길에 있는 인간을 돕고자”하고 이는 교회의 권리이자 의무인 것입니다.

 

 

교회의 사회교리

 

교회의 사회교리는 성경과 교회의 전통을 근본 토대로 하고, 교도권에 속하는 것으로 신자들은 이를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실천 대상은 모든 인간들이 구원으로 부름 받았기에 모든 인간이 그 대상입니다.

 

사회교리에는 선포의 임무와 고발의 임무가 있습니다. 선포는 교회만이 가지고 있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교회의 관점인 “보편적 인간관”과 관련된 것들이며, 고발은 사회의 죄, 특히 불의와 폭력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공동선이 지켜지지 않으며, 가난한 이들이 빈곤과 비참으로 밀려나가는 상황에 대한 것입니다.

 

사회교리의 목적은 인간 사회가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더욱 인간다운 사회로 변화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의 사회 교리는 “이데올로기의 영역이 아니라 신학의 영역, 특별히 윤리 신학의 영역”(사회적 관심 41항)에 속합니다.

 

세상에 파견되어 세상속에서 살고있는 평신도들은 사회 교리에 따라 인간과 사회를 복음으로 변화시켜야 할 특별한 책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평신도들은 사회 교리를 통하여 성찰의 원리, 판단의 기준, 행동의 지침을 배웁니다.

 

사회교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연속성과 쇄신입니다. 곧 사회교리는 주님의 복음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어느 때이건 어느 곳에서건 항상 한결같으며 또한 시대와 환경의 부당한 변화의 필요에 따라 응답하기에 항상 새롭습니다. 즉 동(同)시대 안에서 복음의 시각과 반(反)하는 문제들에 대해 교회는 사회교리의 형태로 가르침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현(現)시대에는 환경의 위기, 난민 문제 등에 대해 교도권이 그 가르침을 내놓은 바가 있습니다.

 

 

사회교리의 생성

 

사회교리는 본래 하나의 체계로 고안된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교도권이 사회 문제에 개입하면서 형성되었습니다. 사회교리가 교회의 교도권을 통하여 실제로 나타나게 된 것은 교황 레오 13세의 회칙 ‘새로운 사태’(1891년) 부터입니다. 19세기는 산업 혁명과 연관되어 사회, 경제, 정치, 문화 안에서 정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습니다. 이 회칙은 그즈음 산업 혁명으로 말미암아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따라서 사회 교리는 ‘새로운 사태’ 이후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문헌과 회칙 등을 통해 교도권이 응답한 가르침을 의미합니다. 그 이후, 교황들은 항상 새롭게 ‘시대의 징표’에 대해 응답했고, ‘새로운 사태’의 전통 안에서 특별히 절박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언급하였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서 모인 교회의 가르침을 ‘사회교리’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회교리’라는 말을 쓴 것은 교황 비오 11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비오 11세는 ‘새로운 사태’ 반포 40주년을 기념하여 회칙 ‘40주년’(1931년)을 반포하며 처음으로 ‘사회교리’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교황 비오 12세는 사회 문제에 대한 회칙은 발표하지 않았으나 특별히 ‘시대의 징표’ 신학을 도입하여 바티칸 공의회와 이후 교회의 사회교리를 확립하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교황 프란치스코는 두 번째 회칙 ‘찬미받으소서’(2015년)를 통하여 모든 인간이 생명과 포괄적인 인간 발전에 대한 권리를 지니고 있다는 거시적 지평에서 환경 보전에 대한 문제를 다뤘습니다.

 

교회는 이처럼 그리스도께서 계시하신 말씀에서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역사의 흐름 속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을 해독하는 가운데 이 교리 체계를 구축하였고 계속해서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 가르침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4월호, 이광휘 신부(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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