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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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수도원에 들어가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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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28 ㅣ No.514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78) 수도원에 들어가야 하나요?

 

 

Q. 어려서부터 욕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엇을 하든지 남에게 지지 않으려 하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은 저도 갖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주위 사람들이 “자매님은 웬 욕심이 그리 많으냐”고 놀려댑니다.

 

그런데 피정에서 한 평신도 강사가 “욕심을 부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기에 마음을 비우고 욕망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피정에서 돌아온 뒤 수도자처럼 세상 욕망을 멀리하는데, 왜 그런지 마음이 답답하고 몸도 아픕니다. 제가 여전히 세상에 대한 욕망이 강해 그런가요?

 

 

A. 욕심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어린 시절에 결핍 욕구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어린 시절에 돈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가난에 찌든 사람은 어른이 돼서 돈에 욕심을 부립니다. 공부를 제대로 못 한 사람은 공부 욕심을 부립니다. 어린 시절에 채우지 못한 욕구를 채우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지요.

 

그래서 인간 욕구는 그 사람의 성장과정을 살펴보고 난 뒤 개별적 방법으로 없애줘야 합니다. 근래 수도승이나 수도자처럼 사는 게 이상적 삶인 것처럼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은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마음을 비우고 집착을 끊을 수 없는 수많은 이들 마음에 멍에를 지우는 것입니다. 

 

어떤 수도원에 젊은 청년이 수도자가 되겠다고 찾아왔습니다. 원장수사가 그에게 왜 수도자가 되려고 하는지 물었습니다. 청년은 “세상 욕망을 다 끊어버리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원장수사는 “지자빠! 지자빠!” 하고 중얼거리더니, 냉큼 돌아가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안이 벙벙해진 청년이 나가다 다른 수사에게 ‘지자빠’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그 수사는 “그건 원장수사님이 화가 났을 때 사용하는 말인데 ‘지랄하고 자빠졌네’의 줄임말”이라고 했습니다. 청년은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가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본 수사가 원장수사에게 “요즘 젊은이들이 수도원에 들어오지 않아서 걱정인데 왜 찾아온 사람을 내쫓으셨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원장수사는 “글쎄, 그 청년이 욕망을 끊어버리겠다고 허풍을 떨기에 어이가 없어서 돌아가라고 했지. 수도원에 들어오려는 것 자체가 욕망 아닌가? 자기 마음도 모르는 사람이 들어오면 다른 사람들 속썩일 것 같아서 아예 막아버렸어” 하고 말했습니다. 

 

욕망은 없애려고 마음먹는다고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어쩌면 욕망을 없애려는 노력 자체가 또 하나의 욕망이기에 욕망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분이 욕망을 세속적인 것 또는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욕망은 억제하거나 경계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욕망을 오히려 실현하고 적극적으로 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욕망은 우리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끔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욕망을 통해 인생의 부족함을 깨닫고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욕망은 세속적 부산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생존기제(機制)입니다. 그런데 왜 욕망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걸까요?

 

첫째, 마음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입니다. 욕망과 탐욕을 구분하지 못해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욕망은 건강한 생존기제임에 반해 탐욕은 욕망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탐욕은 욕망이 지나쳐서 생긴 심리적 부산물이기에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마음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은 그냥 뭉뚱그려 전부 부정하기에 또 다른 심리적 부작용을 보입니다.

 

둘째, 인생살이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 욕망에 대해 냉소적 태도를 갖게 되면서 욕망 전체를 매도하는 경우입니다. 마치 나무꼭대기 열매를 먹지 못한 여우가 ‘저 열매는 틀림없이 떫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 욕망 다 헛되다, 모두 끊어버려야 한다고 하면서 아직 가져보지도 못한 사람들 마음에 멍에를 지웁니다. 그래서 혹자는 “세상 욕망을 끊어야 한다고 하는 이들은 득도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인생 실패자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그럼 우리는 욕망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그리스 철학자인 에피쿠로스는 “아주 작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작은 일, 작은 것에 감사하는 그리스도교 영성생활이야말로 욕망을 가장 지혜롭게 충족해가는 삶이란 것입니다.

 

자매님께서 하루하루 작은 것에서 의미와 고마움을 느끼려고 노력한다면, 굳이 욕망을 끊기 위해 수도원에 들어가지 않고도 행복한 인생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0년 11월 21일,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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