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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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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건강한 그리스도인: 술꾼 남편 때문에 지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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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0-20 ㅣ No.231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술꾼 남편 때문에 지칩니다 (상)

 

 

궁금해요 : 저는 50대 초반의 여성입니다. 저는 20대 초반에 구교집안에다 착한 성품을 지닌 것이 마음에 들어서 남편과 결혼을 했는데 그때는 남편이 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동안 수도 없이 잔소리를 해도 안 되고 며칠씩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 있거나 이혼을 한다고 해도 남편의 술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술로 인해서 사고를 치거나 남들과 싸우지는 않지만 늘 취해서 집에 들어옵니다. 저는 어릴 때 술을 많이 드셨던 아버지 생각에 술만 보면 진절머리가 납니다. 아이들도 그런 아빠와 대화하려 하지도 않고 저 역시 남편이 들어오면 짜증이 납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요? 이제 많이 지칩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 남편 행동에 반응 방식을 바꿔보세요

 

아무리 좁은 간격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도 절대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이 있습니다. 기찻길이 바로 그런 평행선의 원리를 잘 이용한 것인데 그런 평행선이 사람들 사이에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한평생을 아무리 가까이서 지내도 좀처럼 자기 방식을 포기하지 않는 부부들 사이의 평행선 말입니다. 이 평행선들이 아주 당연한 것이지만 매우 속상하고 힘 빠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일상생활 안에서 좀처럼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의 것들로 인해서 결국 이혼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들도 생겨납니다. 평행선의 삶 안에서 어떤 희망도 찾지 못하거나 좁힐 수 없고 포기할 수도 없는 그 간격을 더 이상 견딜만한 에너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간혹 이러한 과정 안에서 배우자를 무작정 기도회에 안내하거나, 하느님께 조건을 걸면서 누군가를 변화시켜 달라고 협박하는 등의 모습을 목격할 때가 있습니다. 결과는 상대편 배우자가 신앙을 더 멀리하거나 열심히 기도한 사람이 실망하는 것입니다. 저는 자매님께 상당히 벅찰 수 있고 또 긴 여정이 될 수밖에 없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반응의 방식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남편의 똑같은 행동에 대한 자매님의 반응을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신들만의 행동패턴을 지니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되는 행동으로 인해서 이것들이 더 견고해지기에 그것이 좋든지 나쁘든지 간에 이를 수정하거나 변화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치 어딘가에 중독되어 있는 것에서 벗어나는 과정과도 유사합니다. 벗어난 듯하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좌절하고 포기합니다. 본인 스스로도 이렇게 어려운데 다른 이의 패턴을 변화시키는 일은 얼마나 고되고 힘겨운 일이겠습니까? 상담이나 고해성사를 집전하다 보면 본인의 문제보다는 다른 이의 문제로 오시는 분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어떤 때에는 고해성사실에서 성사를 본 자매를 향해 사죄경을 외워 주면서 “남편의 죄를 용서합니다” 하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타인의 죄를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모든 죄의 원인이 상대방에 의해서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자와 고해사제는 남들이 내담자에게 어떻게 행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과도하게 주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담자 또는 고해사제로서 내담자나 성사자가 반응하는 패턴들을 분석하고 그 패턴들을 변화시킴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그 과정을 힘겨워합니다. 저마다 “문제는 저사람이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본당신부 시절, 어느 날 늘 밖에서 술에 취해 돌아오는 남편 때문에 힘들어하는 할머니께 가끔씩 대축일날에는 집에서 고기 안주해서 술상을 봐드리라는 부탁을 드렸습니다. 할머니의 대답은 빠르고 간단했습니다. “미쳤어요!” 사실 ‘내 탓’, ‘남 탓’이라는 원인 규명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남의 죄를 말하고 남 때문에 일어난 문제를 말하는 것은 그저 하나의 심리적인 위안을 얻는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끝은 늘 ‘제자리 걸음’입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로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10월 19일, 김인호 신부(대전가톨릭대 ·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술꾼 남편 때문에 지칩니다 (하)

 

 

궁금해요 : 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남편의 반복된 음주로 인해서 오랜 시간 힘들어 했던 부인이 남편이 변하지 않는 것에 많이 지치고 힘들어 한다. 과연 이런 남편이 변하기를 더 기다려야 하는가?

 

 

이렇게 해보세요 : 문제 당사자보다 주변 사람 역할이 중요합니다

 

제가 보기에 술 문제에 있어서 변하지 않는 남편에게 수없이 많이 참아주고 때로는 잔소리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지내신 자매님이 지치는 까닭은 늘 한결같은 ‘제자리 걸음’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제자리 걸음’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도 늘 ‘제자리’는 아니신지요? 상담을 하다보면 실제로 어려움을 지닌 사람보다 그 주변에 계신 분들을 훨씬 더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보다 그것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게 됩니다. 참으로 역설적인 일이지만 그것은 매우 효과 있고 의미 있는 일입니다. 어느 성공회 주교님의 묘비에 이런 글이 적혀 있답니다. “어릴 때에는 세상을 바꾸려 했지, 허나 잘 되지 않더군 그래서 우리나라를 바꾸려했다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지역이라도, 우리 가족이라도 바꾸려 했으나 안 되더군. 늦게서야 이런 생각이 들더군. 내가 먼저 변했다면 어떠했을까? 혹시 아는가 나로 인해 가족이 변하고, 가족으로 인해 지역이 변하고, 세상이 변했을지….” 

 

평행선은 한결같은 한쪽의 선만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한쪽 역시 한결같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말이나 행동이 30년간 늘 같았다면 자매님의 반응 역시 같았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변화는 반응의 방식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늘 익숙한 방식 말고 새롭게 학습된 방식으로 상대의 행동에 반응하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미성숙한 행동에 대한 성숙한 반응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반대로 성숙한 행동과 미성숙한 행동에 대한 미성숙한 반응이 파멸의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습니다. 미성숙한 행동과 이에 대한 미성숙한 반응이 몰고 온 파멸의 실제 사건을 소개합니다. 

 

어느 날 남편이 텔레비전에서 젊은 여자 연예인들을 보면서 “예쁘다”는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질투가 난 부인이 “좋은데 어쩌냐, 이제 나이 먹어서?”하고 말을 받았습니다. 이어서 남편은 “아직도 나 좋다는 여자들 많아. 당신 때문에 이렇게 살지!”라고 응답했고 부인 역시 이에 뒤지지 않고 말을 받았습니다. “으이그, 나나 되니까 살아주지!” 이렇게 티격 태격하던 그들은 결국 서로가 얼마나 잘 사는지 보자며 헤어지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들은 몇 주 후에 실제로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자매님, 우리는 어쩌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만한 성숙한 반응을 잘 배우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주변에서 좋은 반응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배우는 작업도 매우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러한 배움의 근원은 예수님이신 것 같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 마저 돌려대라”, “누가 억지로 오 리를 가자고 하거든 십리를 같이 가주어라”고, “속옷을 가지려고 하거든 겉옷까지도 내주어라”, “첫째가 되려거든 꼴찌가 되어라”는 것은 바로 복음에 의한 새로운 반응의 방식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들에게 회개란, 지금까지 해오던 묵은 반응의 방식, 복음과 일치하지 않는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늘 회개한다고 하면서 묵은 방식을 사용하는 우리는 여전히 예수님의 길과 평행선을 긋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자매님 변화는 “내가 변화하기 위해서 그동안 사용해온 변화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편 눈에 하늘이 번쩍이고, 잠자다가 정신이 바짝 들 정도의 꿈을 꾸는 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변화는 자매님에게서만 가능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로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10월 26일, 김인호 신부(대전가톨릭대,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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