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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간추린 사회교리: 교회의 사명과 사회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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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3 ㅣ No.1185

[복음살이] 교회의 사명과 사회교리



2011년 주교회의에서 12월 첫째주간을 ‘사회교리 주간’으로 정한 이후로 한국 교회 내에 사회교리에 관한 관심이 증폭되었지만 여전히 사회교리에 대해 생소하게 여기는 신자들이 많습니다. 레오13세 교황이 1891년 <노동헌장>을 반포한 이후로 교회는 100여 년 동안 복잡한 사회 문제를 복음의 빛으로 고찰 해 왔고, 1992년에 교황청에서 공식 발간한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 대폭 수용되었지만 정작 한국 교회의 교리서들은 2004년 이후에야 사회교리를 제대로 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구원이라는 교회의 사명과 사회교리가 서로 어떤 관계인지 <간추린 사회교리> 제2장 ‘교회의 사명과 사회교리’가 잘 설명해 주고 있는데, 크게 1부, 2부, 3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교회는 “구원의 봉사자”로 세상 한가운데 존재

우선 1부에서는 복음을 선포하는 ‘복음화’의 도구로서의 사회교리의 성격을 설명합니다. 교회는 언제 어디서나 모든 이에게 그리스도를 통해 현존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합니다. 교회는 “인간의 자유와 진보를 위한 모든 참된 활동과 노력을 장려하고 지지”하면서 “구원의 봉사자”가 되어 세상 한가운데 그리고 역사의 구체적 상황 안에 존재합니다.

“인간 문제의 전문가인 교회”는 “사회 교리로 복음을 선포하고 사회관계의 복잡한 구조 안에 복음을 현존”시켜 인간의 요구를 돌봄으로써 “선교와 구원 활동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사람들이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내리는 결정이 서로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교회는 그런 결정에 무관심하지 않으며 특히 도덕적인 면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교회는 정치, 경제, 노동, 법률, 문화 등이 단지 “세속적인 지상의 실재” 만이 아니라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구원 경륜과도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교회가 따라 걸어야 하는 일차적이고 근본적인 길”은 인간이며 사회는 바로 인간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사회교리로써 그리스도의 “자유와 구원의 메시지,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 인간 역사 안에 현존하게” 만듭니다. 교회는 인간의 품위를 알리고 “하느님의 지혜에 부합한, 정의와 평화가 요구하는 바”를 가르칩니다. 현대인에게 울려 퍼지는 복음인 사회교리는 “성령에게서 비롯되는 진리와 은총의 효력”을 지니고 있어서 사람들을 사랑, 정의, 자유, 평화의 길로 이끌어줍니다. 즉 복음화란 복음의 의미와 힘을 “인간 마음에 불어넣어 그리스도께서 바라시는 인간다운 사회를 증진한다는 뜻”입니다.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맡기신 구속은 분명은 “초자연적 질서에 속”합니다. 그러나 초자연적 질서는 자연계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계를 더욱 높은 차원으로 이끄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피조물이나 인간질서는 신앙과 은총의 초자연적 질서와 무관하지 않고 오히려 연결되고 드높여져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교리 가르치는 것은 교회의 복음화 사명

그러므로 “정의, 자유, 발전, 민족들의 관계, 평화” 등 “인간 공동체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 어느 것도 복음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복음화 되어야 할 인간은 추상적 존재가 아니라 사회, 경제적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구체적인 존재이기에, 복음화에는 정의와 평화로 참된 인간 발전을 증진시켜는 것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사회교리는 “그 자체로서 복음 선교를 위한 도구적 가치”를 지니면서, 복음의 메시지가 새로운 사회 환경을 만날 때 마다 새롭게 생겨납니다. 사회교리는 “교회가 말씀의 봉사직과 예언직을 수행하는 특별한 방법”이며 “사회교리를 가르치고 보급하는 것은 교회의 복음화 사명에 속하는 것이며, 그리스도교 메시지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부차적인 활동이 아니라 “교회의 봉사 직무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교회는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구세주 그리스도를 선포할 교회의 고유한 권한으로 말하는” 종교적 사명을 수행합니다. 즉 교회는 인간 공동체에 이바지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지, 각 영역의 전문적인 문제에 개입하거나 사회 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체계나 모형 등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교회의 사회교리는 그리스도가 선포하신 인간 해방의 메시지에서 나오는 권위를 가지고 “사회와 사회 구조에 영향을 끼치는 일”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사회교리를 통해 수행하는 교회의 의무와 권리의 첫째는 “구원의 길에 있는 인간을 돕는 것”입니다. 

둘째로 교회는 “인류에게 신앙의 진리를 가르치는 교사가 될 권리”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영적인 것 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삶의 경험과 책임과 관련됩니다. 아무리 그것들이 세속적인 것이라 해도 그것을 수행하는 주체는 “언제나 하느님께서 교회를 통하여 당신의 구원에 참여하라고 부르시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생산, 노동, 사업, 금융, 무역, 정치, 문화, 사회 매체 등의 분야에서 “복음의 해방 말씀이 울려 퍼지도록 사회 상황 안에서 복음을 선포하는 것은 교회의 권리”이자 동시에 주님이 교회에 부여한 의무입니다. 

셋째로 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해 “인간의 기본권이나 영혼들의 구원에 요구되는 한도만큼” 사회질서에 관한 것까지 어떤 인간 사항들에 대해서도 윤리적인 판단을 내릴 소임이 있습니다. 복음과 신앙은 공적인 삶에서 드러나고, 불의나 죄악의 결과도 사회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종교는 사회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사적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사회교리는 그리스도인의 행동지표

이어 2부에서는 교회의 사회 교리의 성격을 다시 6가지로 정리합니다.

첫째, 사회교리는 윤리신학의 영역에 속하며, 인간 실존의 복잡다단한 현실을 “신앙의 빛과 교회 전통의 빛 안에서” 주의 깊게 고찰한 결과를 면밀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교리는 세상의 실재를 해석하고, 인간과 인간의 소명에 관한 복음적 가르침에 그 실재들이 부합하는 지를 규명함으로써 그리스도인의 행동지표가 됩니다. 사회교리의 근본 토대는 성경의 계시와 교회 전통이며, 이를 실천에 옮기는 신앙은 이성과 효과적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성을 통하여 신앙은 계시된 진리를 해석하고 이해하고 다른 진리와 통합시킵니다. 

둘째, 사회 교리는 모든 다양한 학문 분야의 결실을 이용하고 대화합니다. 특히 교회는 철학의 기여를 인정하며, 사회 교리의 기본 개념들, 즉 “인간, 사회, 자유, 양심, 윤리, 법, 정의, 공동선, 연대성, 보조성, 국가와 같은 개념들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적절한 도구”로 이해합니다.

교회는 인문 및 사회 과학 등 다른 학문 분야들 덕분에 사회 안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욱 정확히 할 수 있고 동 시대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과 신앙을 더욱 설득력 있게 전하고 사회 안에서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셋째, 사회교리를 만들고 전파하고 가르치는 주체는 교회이므로 사회교리는 교회에 속하며 교황과 주교들에게 부여된 교도권의 활동입니다. 따라서 사회 교리는 “교회의 도덕적 가르침에 속하는 만큼 이와 동등한 위엄과 권위를” 지니며, 신자들은 이를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사회교리의 첫 수용자는 교회 공동체 전체

넷째, 사회교리의 대상은 “구원으로 부름 받은 인간,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보살핌과 책임에 맡긴 인간”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인간의 사회생활에 관심을 갖습니다. 그리고 사회 구조를 형성하는 정의와 사랑의 관계의 수준은 궁극적으로 얼마나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고,  평화로운 관계를 추구하고 보장하는 가에 달려있음을 잘 압니다. 교회는 이런 가치와 판단 기준, 행동 규범을 제시하고, 사람들의 양심에 호소합니다.

또한 불의와 폭력, 인권 침해, 특히 약자에 대한 권리 침해에 대하여 고발하고 사회 정의를 추구합니다. 사회교리는 복음화와 구원이라는 종교적인 목적과 함께,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서의 해방과 “인간 전체(全人)와 전 인류의 발전”이라는 도덕적인 목적을 지닙니다. 


다섯째, “양심에 호소하여 사회에서 정의와 사랑의 의무를 인식하고 완수하게” 하는 사회교리의 첫 수용자는 교회 공동체 전체입니다. 사회교리는 또한 선의를 지닌 만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써 “복음의 빛으로 사회를 비추고 모든 인간을 조명함으로써” “인간의 깊은 의미와 가치를 파악하게” 하고, “인간의 잠재력과 인간답게 만드는 힘을 깨닫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교리는 보편 가치를 바탕으로 삼는 교리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당대의 사건에 참여하여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는 쇄신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교회의 가르침은 “현세의 변천하는 상황에 대처하여 쇄신의 원천인 복음에서 자극을 받아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3부는 1891년 레오13세의 회칙 <새로운 사태> 이후 오늘날까지 사회교리의 역사적 특징과 흐름을 간략히 살펴보고 있는데 다음 호에서 소개하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9월호,
박정우 후고(신부, 서울 가톨릭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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