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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독일 통일 25년의 평가와 한반도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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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0-20 ㅣ No.890

[통일을 준비하며] 독일 통일 25년의 평가와 한반도 통일



10월로 통일 25년이 되는 독일에서는 벌써 행사준비로 야단이다. 통일 독일의 현장을 찾는 것은 분단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늘 벅찬 일이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늘 물음의 대상이다. 그래서 지난 8월 중순 유럽 통합과 관련된 연수기행의 기회에 독일을 직접 다녀왔다.

겉으로는 모든 것이 평온해 보였다. 동독 지역이었던 아이젠나흐와 에어푸르트, 라이프치히를 거쳐 드레스덴을 둘러보면서 서독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지역임을 느꼈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동독 시대의 체제에 억눌린 표정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통일 당시 태어난 아이들은 이제 스물다섯의 성년이 되었으니 어떻게 동·서독을 구분 짓는 경계가 있을까.

동독의 슈타지(국가보안성)가 있던 곳은 모두 박물관이 되어 후대에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지난 역사를 곁에 두고 다가올 역사를 준비하자는 뜻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이 글에서는 독일의 통일 25년을 평가하려 한다. 바깥에서 외국인이 보는 통일 독일의 25년이 아닌, 안에서 보는 통일 독일의 25년을 평가하는 것에 신경을 쓸 것이다. 통일에 대한 일반적인 만족도와 함께 25년의 경제와 정치적인 지표가 동·서독 지역을 통해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독일 통일 25년에 대한 평가

통일에 대한 만족도

독일 주민은 독일 통일 25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동·서독 지역이 모두 함께 성장한 시기라고 평가하며, 동독이나 서독 사람 모두 통일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었다고 느낀다. 다만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신뢰는 다소 희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 할레사회연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먼저 통일 이후 생활에 대한 만족도 면에서 동·서독 지역 구분 없이 ‘만족’이 ‘불만족’보다 크게 앞서 있다. 서독 지역은 83%, 동독 지역은 76%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반면 만족하지 않는다는 답은 서독 지역에서 3%, 동독 지역에서 5%로 나타났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만족으로 답한 서독인 가운데 62%, 동독인의 77%가 독일 통일이 개인적인 삶에 이익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경제적 측면

실업률 - 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하면, 동·서독 지역 간에는 아직도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경제 수준과 소득에 따른 구매력에서는 확실하게 구분될 만큼 차이를 보인다.

먼저 실업자 비율과 관련해서는 동독 지역 전체가 서독 지역보다 확연히 높게 나타났다.

서독 지역의 경우 중부지방, 예컨대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지역이나 브레멘 주가 10%를 웃도는 비율로 다른 주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났지만, 남부지방은 5% 이하로 상당히 낮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동독 지역은 전체적으로 7.5%가 넘는 실업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폴란드와 인접한 변경지역의 실업률은 12.5%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소득과 구매력 - 1991년 이후 2012년까지 동독 지역의 임금은 크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서독과의 간격을 많이 좁혔다. 그럼에도 동독 지역의 평균임금은 서독 지역의 약 80%밖에 되지 않는다. 1991년 당시 동독 지역의 임금은 서독의 반 정도였다.

지역별로 보면 통일 당시 동베를린이 동독 지역에서는 그나마 소득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으나, 통일 25년 이후의 임금은 동독 지역 5개 주 정부가 거의 비슷한 상황이 되었다. 곧 소득의 평준화가 동독 지역에서 나타난 것이다.

구매력 면에서 볼 때, 생필품을 구입하는 데는 2014년의 경우 동독과 서독 지역이 전혀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으나, 시계나 보석 등 사치품의 구매력은 동독 지역이 서독 지역보다 현저히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사치품의 구매력을 평균적으로 평가하면, 동독 지역이 서독 지역의 70% 정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생산성 - 생산성 면에서 서독 지역이 동독 지역보다 아직도 월등히 높다. 생산성 향상은 통일 당시부터 동독 지역이 해결해야 할 큰 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물론, 지금도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1991년 당시 동독 지역의 노동생산성은 서독의 70% 정도였다. 그러나 2012년이 되었어도 73%에 지나지 않아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1991년 동독의 시간당 생산 가치는 약 27유로로 서독의 38유로의 약 70%였으나, 2012년의 경우에는 서독의 49유로의 73% 정도인 36유로에 지나지 않았다.

더 나아가 월급으로 볼 때, 동독 지역의 주민들이 서독 지역 주민들보다 훨씬 적게 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격차는 통일 이후 지금까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독일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동독 주민은 서독 주민의 약 75%를 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서독 주민 간의 정체성과 정치적 성향

동·서독의 주민이 상대 지역의 주민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많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해 사회주의 체제인 동독에서 살았던 경험과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활한 경험이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를테면 서독 주민들이 동독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그들이 까다롭고 모두 가지려고 하는 욕심이 많거나, 만족할 줄 모르고 불평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동독인들이 같은 동독인을 바라보는 시각, 다시 말해 동독인들 스스로는 자신들이 겸손하고, 만족할 줄 알며, 부지런함과 동시에 노동의욕이 강하다고 본다. 또한 도움을 주는 데 인색하지 않으며 순박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같은 지역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반면, 동독인들은 서독인을 대체로 오만하거나 잘난 척하는 경향을 띠거나 불만을 잘 토로하며, 이기적인 동시에 물질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서독인의 스스로에 대한 시각은 이와는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그들은 서독인들이 부지런하며 노동의욕이 강한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오만하고 잘난 척하는 경향이 있다는 데에는 동·서독 주민 모두가 다소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도 서독인들은 스스로를 양심적이고 개방적이며, 정확하다는 평가를 덧붙인다.

정당에 대한 선호도를 보면 동독 주민들은 사회주의 체제에 기반을 둔 좌파정당을 비교적 더 많이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 연방의회와 주 정부 선거에서 동독 지역인 튀링엔과 작센안할트 그리고 동베를린 지역의 동독 주민들이 좌파정당을 선택하는 비율은 각각 28.2%와 23.7%, 그리고 21.2%로 나타나, 다른 동독 지역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특히 튀링엔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좌파정당 출신이 주 정부 총리로 당선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 밖에도 독일연방이 정치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청소년(19-29세)층에서는 동·서독 할 것 없이 그렇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동독 65%, 서독 64%로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층을 포함한 전 계층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동독 주민의 47%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서독의 경우에는 73%로 동독보다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동독 주민의 많은 수가 통일 독일의 정치체제에 다소 거리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사점과 맺음말

종합해서 볼 때 독일이 통일되고 25년이 지난 지금, 동·서독 간에는 아직도 정치·경제적으로 차이가 있으며, 주민들 간에도 정체성이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확신하게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체제가 달랐던 동·서독이 체제구분이 전혀 없는 사회가 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은 남북한의 통일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남북한은 지금도 극도의 적대관계에 있다. 이런 부정적 관계를 타개하려는 노력은 지난 7년 반 이래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은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이다. 통일 전에 될 수 있으면 많은 분야의 교류와 협력으로 조금이나마 정체성을 확보하는 일에 노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를 위한 시도조차 보이지 않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반도 통일에 따른 남북한 주민 간의 정체성 확립은 통일 독일의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교류협력과 대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지난 8월 남북한은 전쟁발발의 위기를 넘어, 다시 교류 협력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것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가 기존의 대북 정책을 변화하는 데에는 많이 주저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요, 대북 원칙에는 변한 것이 없으며,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대응한 ‘5·24 조치’를 해제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우려를 더욱 강하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8·25 협상을 통해 그나마 도출한 긍정적 남북관계를 지속해서 이어가려면 남북한이 진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마음과 의지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남한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만일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견지해 온 생각, 다시 말해 북한의 소행을 들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생각을 고수한다면 구태의연한 남북관계의 모습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극한 상황을 이겨내고 얻은 남북관계 개선의 탄력은 금방 사라지고 말 것이다.

정치·군사적인 문제는 정치·군사적으로 풀어야 한다. 교류협력의 문제와는 연계하지 않아야 한다. 교류협력에 정치적인 조건을 달지 않는 결단의 용기를 가질 것을 우리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한다.

 

[경향잡지, 2015년 10월호, 김영윤(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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