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강론자료

2023-11-05.....연중 제31주일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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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23-11-05 ㅣ No.2403

                                                             연중 제31주일(가해)

말라키 1,14-2,2.8-10     1테살 2,7-9.13      마태오 23,1-12

2023. 11. 5.

주제 : 두려운 일을 피하는 삶(!)

세상에는 쉬운 일도 있고, 어려운 일도 있습니다. 쉽다는 표현을 쓰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가리켜서 하는 판단일 것이고, 어렵다는 표현을 사용하면 내가 행동해야 결과가 나오는 일을 가리킬 것입니다. 두 가지로 이렇게 구별하면, 내 삶에는 쉬운 일이 많을까요? 아니면 어려운 일이 많다고 할까요?

 

재미를 말하는 일에도 비슷한 기준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여 좌우로 흔드는 일은 재미있는 일의 으뜸이 될 것이고, 반대로 내가 같은 대상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바닥에 올라가야 할 때는 재미가 없는 일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이렇게 두 가지로 구별하여 말씀드렸습니다만, 내가 원하는 일만 내 삶에 찾아오지는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늘 복음을 대하면서, 처음에 느낀 내용은, ‘어이쿠! 왜 이렇게 살면서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느끼는 것이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로마제국의 허락을 얻어 그들에게 협조하면서 세상의 지도자로 살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의 사람들을 상대로, 예수님은 그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소리를 말씀하셨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예수님의 소리를 들으면서 무슨 계획을 세웠을까 하는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에서 지도자로 자처하던 사람들을 향하여 귀에 거슬리는 말씀을 하시면서 그들에게서 무엇을 기대하셨을까요?

 

무슨 힘을 믿고서, 예수님께서 세상의 지도자들을 향하여 큰소리(!)를 말씀하셨는지는 그 사정은 모르지만, 예수님께서 꾸짖은 소리에 따라, 그 말씀을 듣는 사람들이 바뀌고 변할 것이라고 순진하게 생각하셨을까요? 이 질문에 관한 대답은 우리가 모른다고 하더라도 말하더라도, 사람이라는 존재의 일반적인 특징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반응은 충분히 짐작할 내용입니다.

 

잘못 행동하면 혼나는 일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모습이지만, 혼나는 일을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세상의 기준에도 적용하는 소리이겠지만, 지도자로 자처하던 사람과 다른 사람의 지도를 따라 사는 사람이 같은 잘못을 하면, 어떤 사람이 더 혼나고, 어떤 사람이 더 잘못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겠습니까? 같은 잘못이라고 하더라도, 일의 앞뒤 사정을 파악할 줄 알고, 남들의 앞에 나서서 말하는 것을 기본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더 큰 비난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똑같은 잘못을 해도 남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감당할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은 기본입니다.

 

같은 사정을 현실에 비교하여,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사람으로서 나는, 내가 말하는 대로 실천하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짐을 꾸려서 다른 사람의 어깨에 올려놓고 손가락도 대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일까요? 이런 때 생각할 것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평가를 묻는 것은 본질이 비켜난 모습입니다. 나는 실제로 내가 움직여야 하는 올바른 모습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 일은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은 아닙니다. 예수님의 말씀으로 들었지만,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이는 높아진다는 의미를 아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복음보다 조금 더 겁나는 것이 말라키예언서에 나오는 하느님의 선언입니다. 말라키 예언서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인 구세주를 사람들의 사이에 태어나게 하시기 전, 사제를 비롯하여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말씀을 담은 구약성경의 마지막 책입니다. 하느님의 뜻에서 벗어난 사람으로 살면, 세상이 온전한 모습으로 설 수 없다고 선언하신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이 말씀이 사제들에게만 경고하는 말씀은 아니겠지만, 그들의 말을 듣고 움직여야 했던 사람들이 만드는 올바른 모습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겠습니까?

 

자기의 삶에 관한 일은 자기가 감당해야 하듯이, 세상을 향하여 올바른 소리를 말하지 않고 잘못 인도한 책임은 사제들이 감당해야 하는 일이지만, 하느님의 뜻을 올바르게 배워서 실천하지 않은 사람들의 책임도 생각할 일입니다.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했을 때, 그 일의 책임이 나에게는 한 푼도 없는 것일까요?

 

사제로 사는 저는 여러분에게 듣기에 편한 소리만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말을 앞세우고 행동은 하지 않는 사람인가를 돌아볼 때도 있습니다. 사람이 훗날에 누릴 영광은 내가 지금 실천한 만큼 누리는 일이라고 바르게 알면 좋겠습니다. 내가 올바른 삶을 드러내어 하느님께서 주시는 축복에 참여하도록 해야 할 일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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