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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신앙, 믿음의 길을 찾아서4: 살레시오회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 이진옥 페트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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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9-05 ㅣ No.686

[팬데믹과 신앙, 믿음의 길을 찾아서] (4) 살레시오회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 이진옥(페트라) 박사


‘스펙’과 ‘신앙’ 사이서 고민하는 청년에게 교회는 과연 매력적인가?

 

 

- 이진옥 박사는 대구가톨릭대를 졸업하고 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한때 수도자를 꿈꿨던 그는 2009년 교황청립 살레시오회 대학교로 유학을 떠나 청소년 사목과 교리교육을 전공하며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대구대교구 사목연구소를 거쳐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 박사는 2017년부터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0년 2월 27일 모든 교구에서 공동체 미사가 중단됐다. 이후 미사 중단 시기는 계속 연장됐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강화됐다. 미사도 모임도 교리도 모두 멈춘 상황에서 신자들이 신앙생활의 끈을 아예 놓아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점점 커졌다. 특히 청소년ㆍ청년 사목자들의 고민은 더 컸다. 이 박사는 “코로나19 초창기에 청소년ㆍ청년 담당 신부님과 교사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를 정말 많이 받았다”면서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라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것 같다”고 했다. 그 역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저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정말 난리였잖아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본당마다 ‘뭐라도 해보자’라면서 이것저것 다 시도했던 것 같아요. SNS와 유튜브, 줌 같은 미디어들이 모두 동원됐잖아요. 교사들은 평소보다 더 자주 아이들에게 연락하며 아이들을 챙기기도 했고요.”

 

그는 “코로나19는 확실히 위기였지만 동시에 변화의 좋은 기회가 됐다”면서 “멈추게 되니까 무엇이 가장 중요한 일인지 더욱 명확해졌다”고 했다.

 

“세례받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줄곧 고민하고 공부해왔던 주제이기도 했고요. 청소년과 청년들이 신앙에 확신을 가지고 신앙인으로서 ‘착한 그리스도인, 정직한 시민’으로 살아가도록 동반해주는 것이 청소년ㆍ청년 사목의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이 박사는 대구가톨릭대를 졸업하고 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한때 수도자를 꿈꿨던 그는 2009년 교황청립 살레시오회대학교로 유학을 떠나 청소년 사목과 교리교육을 전공하며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대구대교구 사목연구소를 거쳐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 박사는 2017년부터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가정에서도 신앙생활 이뤄져야

 

이 박사는 주일학교 초ㆍ중ㆍ고등부 생활 12년을 마치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일학교 신입교사가 됐다.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주일학교 학생으로 성당에 다니다가 대학생이 됐으니 교사가 되는 건 그냥 너무 당연한 일이었어요. 아마 유학을 가지 않았다면 지금도 계속 주일학교 교사를 했을 걸요.”(웃음)

 

그는 고3 수험생 때도 미사에 빠지지 않던 청소년 신자였다. 중고등학교 시절 시험과 학원 핑계를 대고 미사에 빠질라치면 그의 아버지는 “공부보다는 성당이 먼저”라며 딸의 등을 성당으로 떠밀었다.

 

“엄마, 아빠 두 분 모두 본당 활동에 열심이셨어요. 토·일요일이면 온 가족이 늘 성당에 있었고요. 항상 성당에서 봉사하고 기도하는 부모님 모습을 보며 자랐으니 저는 미사 가고, 성당 가는 게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부모님은 당연히 제 신앙에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이죠. 자녀의 신앙에 부모의 역할과 집안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미사와 모임이 중단되면서 신앙의 장소는 오롯이 가정으로 옮겨졌다. 그는 신앙생활에서 부모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또다시 실감했다. 성당에서 이뤄졌던 미사, 기도, 교리 등이 집에서 이뤄지려면 결국 부모가 아이들을 챙겨야 했다. 하지만 느슨한 신앙생활을 해온 부모의 경우, 갑자기 아이들과 집에서 기도를 함께 바치는 건 어색한 일이었다.

 

“아이들의 신앙생활을 성당에만 맡겨둔 거죠. 집에서 가족이 함께 기도한다거나, 부모가 아이에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일이 없었던 거예요. 아이들은 가정에서부터 어떻게 신앙인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워야 하는데, 막상 부모도 잘 모르는 겁니다. 그래서 교회가 그토록 가정 안에서의 신앙 교육과 그 바탕이 되는 부모 교육을 강조해 온 것이고요.”

 

 

환대만큼 회복을 도와주는 일 중요

 

이 박사에게 주일 미사는 하느님 앞에서 한 주의 희로애락을 모두 내려놓고, 새롭게 힘내서 잘 살아보겠다고 결심하는 시간이다. 그는 “성체를 모시면서 늘 큰 힘을 얻어왔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미사에 못 가게 되었잖아요. 그 기간이 길어지니 힘들더라고요. 마지막엔 굉장히 우울했어요. 미사 제한이 풀리고 성당에 다시 가니 살 것 같더라고요. 미사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신앙인이라면 미사에 참여하는 것 말고도 삶 안에서 평소 신앙을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던 좋은 시간이기도 했고요.”

 

그는 공동체 미사가 재개됐어도 성당으로 돌아오지 않는 청소년ㆍ청년들이 많아진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미사에 나오는 이들을 환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미사의 의미를 잃어버린 이들이 신앙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본당에서 환대와 회복을 도와주는 일이 같이 이뤄져야 해요. 그런데 성당에 나오는 아이들을 고마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으냐며, 떠난 간 아이들을 챙기는 일엔 소홀한 경향도 있더라고요. 절대 그래선 안 되는 일이에요. 왜 떠나갔는지를 살피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교리 교육은 교사의 신앙 고백이 돼야

 

코로나19로 성당은 점점 텅 비어가는데 신흥종교 교회엔 청년들이 몰리는 걸 보면서 그의 고민은 깊어졌다.

 

“신흥종교에선 청년들에게 구원의 확신을 심어준다는 거예요. 도대체 저 잘못된 진리에 어떻게 그 많은 청년이 확신을 가지게 됐을까 싶더라고요. 우리 교회가 반성할 부분이에요.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을 어떻게 심어줄까 하고요.”

 

그는 “청소년ㆍ청년들이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자기 신앙에 확신을 갖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돈 보스코(1815~1888) 성인의 교육 목표이기도 한 ‘착한 그리스도인, 정직한 시민’ 양성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돈 보스코 성인은 하느님 사랑 체험이 중심이 된 예방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올바른 신앙인이자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동반했다.

 

“청소년ㆍ청년과 동반하는 이들은 단순히 교리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교리를 삶 안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해요. 일상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하고요. 그러려면 동반자들부터 정체성과 체험이 확고해야죠.”

 

그는 교리교사 교육 때 후 교사들에게 “교리 교육은 교사의 신앙 고백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리교사가 하느님에 대한 체험이 없으면 아이들에게 신앙을 글로만 전달하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성소 식별 돕는 사목자의 영적 동반 중요

 

사목자는 영적 동반자로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청소년과 청년들이 저마다 지닌 성소(聖召)를 발견하고 식별하도록 돕는 건 영적 동반자의 중요한 몫이다. 특히, 교회에서 활동하는 청소년과 청년이 일과 봉사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들의 활동이 모두 ‘하느님의 부르심’이라는 걸 끊임없이 일깨워줘야 한다.

 

“저도 교사할 때 느꼈지만, 캠프 준비하고 행사 하나 치르다 보면 정말 힘들거든요. 매년 ‘올해까지만 하고 다시는 교사 안 한다’고 다짐했었어요.(웃음) 특히 방학 때면 나는 성당 일에 매달리고 있었는데, 학교 친구들은 토익 점수 올리고, 배낭여행도 다녀오면서 착착 스펙을 쌓고 있더라고요. ‘나만 뒤처지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에 불안했죠.”

 

결국, 교사 활동을 더 못하겠다고 본당 보좌 신부에게 말을 꺼냈을 때, 그는 보좌 신부에게 들은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고 했다.

 

“그동안 참 수고했던 거 안다고 위로해주시면서 하느님께서 제게 무엇을 바라고 계시는지 한 번 생각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교사 활동이 제가 하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걸 깨닫도록 해주셨어요. 그 뒤로 저는 유학 생활 중에도, 지금까지도 힘이 들 때면 신부님 말씀을 떠올리며 ‘하느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건 뭘까. 무엇이 하느님의 뜻일까’를 생각하거든요. 여러 삶의 문제를 신앙의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도와주고, 하느님께서 청소년과 청년에게 어떻게 작용하려 하시는지를 사목자가 발견하고 알려주는 역할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박사는 “그런 동반을 경험한 아이들은 하느님과의 관계가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느님 체험이 삶에서도 이어질 수 있어야

 

그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공부하면서 놀라면서도 부러웠던 점은 사목자나 교리교사와의 영성 면담이 자연스러운 문화였다. 청소년과 청년에겐 본당이든 학교든 교회 공동체든 늘 찾아가서 영적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동반자가 있었다. 이 박사는 “그리스도교 문화가 생활의 일부라는 것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면서 “청년들이 종교에 관심 없다고는 하지만, 하느님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공부 마치고 한국에 와서 1년은 백수로 지냈거든요. 그때 렉시오디비나, 청년피정 이런 데 많이 다녔어요. 제 신앙도 챙겨야 하고, 또 그곳에 오는 청년들이 왜 오는지도 궁금했거든요. 어느 모임에서 만난 청년에게 어떻게 오게 됐냐고 물었는데 답이 너무 슬펐어요. 그 친구는 하느님 이야기를 실컷 할 수 있어서 온다는 거예요. 본당 활동도 하는 친구였는데, 본당에서 하느님 얘기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성당이 신앙생활을 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일하고 봉사하러 가는 곳이 돼가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앙 프로그램도 청년들을 파견하고 난 그 이후를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신앙 프로그램이 대부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난다는 거예요. 그곳에서 경험했던 하느님 체험을 삶의 자리에서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느낀 바를 실천할 수 있도록 그 이후에도 계속 영적 동반을 해줘야 하는데 그게 없는 겁니다. 신앙이 성숙될 계기들이 연결되지 않고 끊기는 거죠. 그러니 청년들은 자꾸 이런저런 프로그램만 찾아다니게 되고요.”

 

 

"한국 교회 청소년ㆍ청년 사목과 교리교육 발전 위해 다양한 연구 하고파"

 

그가 다닌 교황청립 살레시오대는 청소년ㆍ청년 사목, 교리교육에 특화된 학교였기에 관련 연구 논문과 학술지는 물론 관련 자료가 다양하고 풍부했다. 유학 생활은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그가 체험했던 청소년ㆍ청년 사목을 ‘학문’으로 접하며 이론적 근거를 정립할 수 있어 좋았다. 그는 “한국 교회에서 청소년ㆍ청년 사목과 교리교육 분야의 학술 연구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2021년에는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 소장 신부와 함께 「가톨릭청소년교육사목연구」 학술지를 창간했다. 관련 자료 번역, 학술 심포지엄 개최, 교리 교육 양성프로그램 연구 및 개발, 논문 발표 등 할 일은 늘 잔뜩 쌓여있다.

 

“제가 좋아서 시작한 공부였지만, 사실 공부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땐 막막했어요. 신학 공부해서 뭐 먹고 살아야 하나 싶었고요. 그런데 제 욕심을 버리고 하느님 앞에 다 내려놓고 나니 정말 길을 다 만들어 주시더라고요.”

 

그는 “청소년 청년들이 교회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성당에 오지 않는다면, 왜 그런지 공부하고 연구하며 학문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학뿐만 아니라 교육학, 심리학, 사회학 측면에서도 함께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신앙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9월 4일,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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