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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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새로운 복자: 심아기 바르바라 - 동정녀들의 아름다운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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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8-04 ㅣ No.1506

[새로운 복자] 심아기 바르바라 - 동정녀들의 아름다운 신앙

 

 

‘일편단심’ 즉, 갈라지지 않은 마음(indiviso corde)으로 하늘나라만을 추구하는 삶은 생각만으로도 아름답습니다. 이러한 삶을 평생 완전하게 산다면, 하느님은 얼마나 감동하실까요? 그런데 이런 삶이 인간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교회법에서는 그러한 삶이 “하느님의 특별한 은혜”로 주어진다(교회법 제277조 1항)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평생 동정으로 살다가 하느님 품에 안긴 이들은 하느님의 특별한 은혜 안에 있었던 이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별한 은혜 안에서 순교의 영광까지 받으신 분이 우리 순교 성인과 복자 가운데 많이 계십니다(103위 성인 가운데 12위 : 김효임 골롬바, 김효주 아녜스, 정정혜 엘리사벳, 원귀임 마리아, 박희순 루치아, 이 바르바라, 이 아가다, 김 루치아, 김임이 데레사, 이영덕 막달레나, 이영희 막달레나, 조 막달레나 ; 124위 복자 가운데 7위와 두 동정부부: 윤점혜 아가타, 정순매 바르바라, 심아기 바르바라, 이국승 바오로, 고성대 베드로, 문영인 비비안나, 강경복 수산나, 유중철 요한과 이순이 루갈다 동정 부부, 조숙 베드로와 권 데레사 동정 부부 등). 

 

그 가운데 한 분이 심아기 바르바라입니다.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난 심 바르바라는 오빠 심낙훈에게 교리를 배워 입교하였습니다. 입교한 후, 심 바르바라는 ‘신자로서의 본분’을 지켜나갑니다. 그러던 중 성인들의 모범, 특별히 동정의 삶을 살았던 성녀들의 삶에 감동하여, 하느님께 동정을 바치기로 결심합니다. 하느님의 특별한 은혜를 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이후에는 주로 집안에서 지내며, 어디에나 계시는(無所不在) 하느님께 마음을 다하며 크고 작은 법규들을 지켜나갑니다. 금식과 금육은 물론, 기도와 묵상을 통해 온전히 하느님과 교회의 가르침에 일치하기 위하여 온 마음과 정신을 다합니다. 오직 ‘사랑이신 하느님 아버지’를 위해 죽기까지 순명한 그리스도를 본받는 삶 그 자체였습니다. 

 

심 바르바라는 이러한 동정의 삶을 아름답게 추구하면서도, 기회가 주어지면 기꺼이 순교하겠노라고 공언할 정도로 여장부의 마음도 지녔습니다. 심 바르바라는 자신보다 먼저 오빠(심낙훈)가 체포되자 포졸들이 자신을 찾아올 것을 예상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포졸들이 들이닥쳐 그녀를 체포하려 하자 어머니가 나서서 포졸들을 막았습니다. 그때 심 바르바라는 어머니를 향해, “어머니,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제가 천주님의 성스러운 뜻에 순종하도록 놓아두십시오.”라며 어머니를 위로하고는, 그들 앞에서 분명하게 신앙을 고백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동요하지 않고 준비된 옷을 갈아입고 한양으로 끌려가, 포도청에서 배교를 강요당하고 모진 형벌을 받습니다. 그러나 심 바르바라는 어떤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신앙을 끝까지 지켜냅니다. 이로 말미암아 받아야 하는 매와 문초, 심문과 형벌은 실로 엄청났습니다. 이러한 고통이 20여 일 동안 계속되었으나 심 바르바라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롯한 마음, 일편단심으로 하느님 사랑을 고백하다가 매를 맞아 죽어 갑니다(杖殺). 당시 그녀의 나이 19세였습니다. 

 

심 바르바라의 순교 후, 오빠 심낙훈은 이렇게 증언하였습니다. “저는 제 누이 바르바라에게 천주교 교리를 가르쳐 포도청에서 매를 맞아 죽게 했는데, 누이는 끝까지 신앙의 가르침을 믿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오롯한 마음으로 당신께만 사랑을 주었던 심 바르바라를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눈길과 마음이 어떠실지 벅찬 마음으로 그려봅니다. 

 

[2015년 8월 2일 연중 제18주일 수원주보 4면, 최인각 바오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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