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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신앙과 심리: 가족 간에 편안한 소통법을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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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3-26 ㅣ No.246

[신앙과 심리] 가족 간에 편안한 소통법을 알고 싶습니다

 

 

부부 AB가 상담을 신청한 것은 부부갈등 및 자녀와 대화의 어려움으로 소통하지 못한 관계를 해결하고 싶어서였다. 남편은 “가족에게 소외받고 있어 외롭고 화가 난다”고 했고 아내는 “남편이 가족을 사랑하지 않고 화를 내어 다가가기 어렵다”고 했다. 

 

남편 A는 안정된 직장에 다니며 회사일로 바쁜 중견간부이고 아내 B는 전업주부로 자녀들의 양육을 위하여 헌신적인 엄마이다. 아이들의 성적과 학원 스케줄을 관리하다보니 힘든 것이 많은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외롭다는 남편이 자신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섭섭하고 화가 난다. 남편에게 화가 나는 감정을 표현하면 갈등이 더 커질까봐 두려워서 아내는 더욱 말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갈등의 골이 깊어 부부는 결국 별거를 고려 중이었다. 

 

이 부부가 서로 다름에 대한 이해 없이 분노와 상처와 실망을 억누르고 마음에 쌓아두면서 남편은 일과 취미활동에 몰두하게 되었고, 아내는 아이들에게 헌신하며 자녀 성적으로 자신의 유능감을 채우려고 하다 보니 부부사이의 유대감은 사라져버렸다. 어느 날 문득 남편은 가정에서 자신의 자리가 없어진 것 같고 자신이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 것 같아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내 또한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들이 점차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반항하자 삶의 의미가 없어지며 우울하고, 지나친 교육열과 시댁에 무관심하다고 비난하는 남편에게 화가 나서 감정대립이 잦았다. 

 

부부 AB는 서로 배우자를 원망하며 아내는 자신이 힘든 것을 인정하여 조금만 달라지면 살 것 같다고 호소한다. 남편이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해 줄 것을 전제로 하지만 남편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편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위해 헌신했는데 처자식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 같아 억울하고, 직장에서 상하로 치이며 힘겹게 근무하는 것은 모두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인데 아내는 사랑해달라고 다그친다는 것이다. 

 

삶에 갈등은 필연적으로 오는 것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필요한 것이다. 주님께서도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시며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고 하신다. 성경에서도 많은 갈등이야기가 나온다.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소통이며 그것은 건전한 관계를 이루는데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성숙한 관계를 방해하는 장애물을 갖고 있는데 심리학의 대상관계 이론에서는 그것을 ‘정서상태’라고 한다. 유아기 때 자신을 돌봐주던 사람들과의 관계경험을 바탕으로 지니게 된 자신과 타인 및 관계방식에 대한 작동모델로 부부관계에서도 이 정서상태가 반복해서 경험된다. 

 

남편 A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며 독립적으로 살려고 노력했다. 어머니는 그런 자신을 대견해 하시며 자랑스러워하셨다. 그런 어머니에게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열심히 효도를 하며 ‘착한 아들’로 살았으나 속으로는 억울하고 화가 났다. 문제를 일으키는 형을 위해 전전긍긍하시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 어머니를 보면서 더욱 그랬다. 자신이 힘들 때는 아무도 곁에 없어 외로웠다.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면 나약하게 보일 것 같아 혼자서 삭히었다. 아내가 자식들만 챙기는 것이 형만 챙겼던 어머니 같이 느껴졌다. 

 

아내 B도 ‘어른 아이’로 자랐다. 폭군 같은 아버지 밑에 많은 자식을 키우는 엄마가 불쌍하여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하며 자신이 힘든 것을 말하지 못했다. 혹여 부모가 싸우면 과감히 아빠에게 말대답을 하기도 하면서 엄마를 위로하는 것으로 존재감을 느꼈다. 그녀는 가족들에게 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였고 어려운 형제를 위해서 위로하고 힘을 보탰다. 자녀들의 문제에서도 모든 것을 해결해 주려하였으며 아이들이 잘 따라오면 행복했다. 이제 커진 아이들이 엄마로부터 점차 멀어지면서 찾아오는 무력감으로 우울하고 자신이 무가치하게 느껴졌다. 

 

우울하고 화를 내는, 겉으로 드러난 감정의 이면에는 어려서 경험한 작고 초라한 자신의 모습이 드러날까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이 있다. 상담심리전문가 김용태 교수는 아무리 우리가 노력해도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감정을 위장하는 ‘가짜 감정’으로 인한 것이며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표현하면 인간 관계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는 감정을 조절하는 7단계를 제시하고 진짜 감정을 만나는 방법을 알려준다. 감정조절이란 괴로운 감정에서 도망가지 않고 어떤 감정인지 알아차리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다. 상담을 받으며 이 부부는 갈등의 근원이 배우자에게 보다 자신이 억압한 정서상태에서 온다는 것을 찾아갔다. 부부는 감정을 관찰하고 표현하고 나서 점차 자신과 배우자의 마음을 공감하며 부부관계를 회복하게 되었다. 

 

근래 몇 년간 우리는 소통이란 화두에 사로잡혀 있었으나 사회적 불통이란 난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2014년도 헛헛하게 보냈다. 그러나 우리는 교황님의 방문으로 보여주신 공감과 소통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소통을 하려면 타인을 바꾸기보다 먼저 자신을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부부상담에서 갈등원인을 배우자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에게서 찾도록 돕는다. 부부 문제는 결국 자기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기 안의 장애물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변화의 시작이며, 그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건강하고 편안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부부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루카 12.51).” 

 

* 유정인(리디아)씨는 한국 가톨릭 상담심리사 및 한국 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상담심리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외침, 2015년 2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유정인(유리심리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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