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월)
(백)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남을 위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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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0-09 ㅣ No.375

[레지오와 마음읽기]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남을 위한 손)



‘티파니에서 아침을’ ‘로마의 휴일’ 등 제목만 들어도 떠오르는, 동그란 눈의 미인 배우 오드리 헵번. 단아한 청춘의 매력으로 유명한 그녀가 죽기 한 달 전에 가족들에게 남긴 유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우리의 손이 두 개인 것은 결코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남을 위해서도 쓰임이 있어야함을 인식하게 하는 이 말은, 나눔이 신체적인 사인(sign)으로까지 주어진 ‘의무’ 임을 말해주고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엘리자베스 던은 소득과 지출, 행복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기발한 실험을 생각해 냈다. 그것은 돈을 쓰고 난 뒤의 행복감을 조사하는 것으로, 실험 참여자들에게 일정 액수의 돈 봉투를 나누어 주고 그날 오후 5시까지 다 쓰라고 하였다. 물론 대부분의 실험이 그러하듯 조건이 있었는데, 한 집단에게는 그 돈을 자신을 위해 쓰라하고, 한 집단에게는 생각지도 않게 생긴 돈이니 남을 위해 쓰라고 지시하였다. 물론 집단을 나눌 때는 인위적이 아닌 무작위로 나누었기 때문에 한 집단에 어떤 특성의 사람들이 모였다고는 볼 수 없다.

실험 결과는 어떠하였을까? 자신을 위해 돈을 쓴 사람이 행복했을까? 아니면 친구나 가족을 위해, 즉 남을 위해 돈을 쓴 사람이 행복했을까? 결과는 후자가 훨씬 더 행복해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돈을 쓴 사람이 더 행복감을 느꼈다. 

이 실험 결과와 비슷한 실험이 여러 개 있다. 이 중에 소냐 류보머스키 연구팀 실험은 돈을 들이지 않고 남을 돕는 것이 우리의 행복감에 영향을 주는 지를 연구한 것이다. 그들은 실험 참여자들에게 일주일에 5가지씩 6주 동안 남에게 착한 일을 계속하게 하면서, 조건으로 돈을 들이지 않고 그 일을 하게 했다. 이 실험 참여자들 또한 행복감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결국 돈을 들이든 돈을 들이지 않던, 우리는 남을 도울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현상에 대해 신경경제학자 월리엄 하보그는, 남을 돕는다는 생각만 해도 우리의 뇌중에 특정 부분이 활성화 되는데 그 부분은 우리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활발하게 움직이는 부분(학문적 용어로 꼬리핵과 중격의지핵)이라고 한다. 이처럼 뇌가 본능적으로 반응 하듯이 우리는 남을 도와줌으로써 행복하게끔 창조되었다.


활동배당이 부담으로 다가올 때 우리를 돌아봐야

남을 돕는 한 손, 그 손은 우리 레지오 단원에게는 ‘활동’ 일 것이다. 그러니 그 손이 레지오 단원에게 의무로 주어지고 있는 한, 단원은 이미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활동으로 행복감을 얻고 있는가? 교본에서 “활동은 끊임없이 샘솟는 즐거움의 원천이라야 한다. 활동이 성공했다고 느낄 때는 기쁨에 넘친다.”(454쪽) 라고 되어 있는데 과연 나에게 활동이 즐거움의 원천인지 돌아보게 된다.

A형제는 주위 사람들에게 열심한 레지오 단원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다. 그가 열심히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그는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애청하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그때 단장이 연도가자는 전화를 했지만 그는 드라마 시청을 위해 몸이 좀 불편하다는 핑계로 좀 빼달라고 하였다. 하지만 단장은 죽을 정도 아니면 가는 게 좋겠다고 했고 결국 하는 수 없이 뚱한 얼굴로 연도에 참석했다. 단장은 뚱한 그의 표정이 많이 아파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그의 자리와 말에 신경을 썼다. 괜히 미안해졌지만 거짓말 한 게 있어 말도 못했다.

그런데 상가에 가보니 고인은 고등학생 딸 하나를 둔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젊은 가장으로, 노동을 하다 간암에 걸려 수술했으나 다시 재발하여 선종하였다. 조문객도 별로 없었고 잘 못하지만 열심히 연도를 따라 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딸이 생각나 가슴이 찡했다고 한다. 고인의 아내 말에 의하면 딸아이는 아버지의 건강을 위해 열심히 기도했는데, 아버지가 재발되자 하느님을 원망하며 성당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꼭 다시 성당에 나가고 장례미사를 드려달라고 하면서 딸아이의 마음이 변했다고 했다.

이런 저런 사연을 알게 된 A형제는 상가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님을 느끼게 되었고 자신이 연도에 참석한 것을 아주 다행으로 생각하였다. “드라마를 통해 울고 웃고 하는 시간은 잠시뿐인데, 돌아오는 길 내내 밝은 마음과 가벼운 발걸음이 제가 참으로 연도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그는 말한다.    

과거 우리 선배들은 회합 때 활동보고가 많은 시간을 차지할 정도로 선교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 그런데 요즘은 묵주기도, 교우방문 등 큰 노력과 시간을 요하지 않는 활동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그것도 제목만 간단히 보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단장의 활동배당은 부담으로 다가오고, 왠지 단원의 자부심보다는 오히려 발목 잡혀 끌려가는 기분이 될 때도 있게 된다. 이때야말로 우리를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우리는 과연 우리의 일정 부분을 떼어 남에게 주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가 하고 말이다. 나를 나눌 수 있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레지오 단원으로 천국에 이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애써 일하며 약한 이들을 거두어 주고,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고 친히 이르신 주 예수님의 말씀을 명심하라는 것입니다.”(사도20.35)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10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인터넷 중독 전문상담사, 서울서초여성회관 독서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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