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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신비체 안의 다양한 은사(사고형과 감정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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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8-09 ㅣ No.415

[레지오와 마음읽기] 신비체 안의 다양한 은사(사고형과 감정형)

 

 

예전에 어떤 TV프로의 스피드 게임 코너였다. 할아버지가 단어를 설명하고 할머니가 단어를 맞추는 것이었는데 제시 단어는 “천생연분”이었다. 할아버지가 설명하기를 “자네와 나 사이를 넉자로 말하면?”이라고 했는데 할머니는 재빠르게 큰 소리로 “평생웬수”라고 대답하였다. 결국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했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와의 관계를 ‘평생원수’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은 각기 자신의 방식대로 이해하고 살아가는 자아중심적인 존재이다. 그러니 상대가 알아듣지 못할 때는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즉 볼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주파수를 맞추어야 한다. 

 

사람의 성격은 다 다르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일정한 틀을 벗어나지 않아 대부분 예측이 가능하다. 특히 칼 융(Carl Jung)의 성격 이론에 의한 MBTI 성격 분류는 서로를 이해하는데 꽤나 유용하게 쓰인다. 그 이론에 의하면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서 외향형과 내향형으로 나눌 수 있고(7월 원고 참조), 판단기능에 따라서 감정형과 사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판단기능에 따른 두 유형은 의사결정 방법, 즉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 대하여 결론에 도달하는 방법이 다르다. 감정형의 경우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더라도 주변상황과 다른 사람을 고려하는 결정을 하는데 반해 사고형의 경우는 상대방이 불편해하더라도 정직한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공정하게 의사결정을 한다. 

 

그래서 감정형은 친절하고 따뜻하게 느껴지지만 사고형은 냉정하며 사무적이고 무정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감정형은 다정한 것을 좋아하며 감정에 의한 호소에 설득을 잘 당하는 반면, 사고형은 논리정연한 주장을 잘 하고 또한 그런 주장에 잘 설득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대체로 남자는 사고형, 여자는 감정형의 특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렇게 다른 두 성향은 자신과 다른 상대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다르다. 감정형은 사고형을 볼 때 비인간적이며 몰인정하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사고형은 감정형을 지나치게 감상적이며 허약하고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간부는 단원들 성향 잘 파악해 최대 역량 발휘하도록 해야 

 

B자매는 전형적인 감정형이었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게 친절했고 어떤 모임에서든 적극적으로 협조하다 자연스레 레지오에 들게 되었다. 그런데 교본을 준수해야하고 규칙이 많았던 레지오가 그녀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Pr.의 단장이 전형적인 사고형이어서 처음 레지오를 시작하는 그녀에게 레지오의 규칙과 의무, 제대로 된 봉사방법에 대하여 강조하자 더욱 힘들었다. 

 

더구나 활동보고 시간에 활동에 대한 단장의 조언이 그녀에게는 마치 자신을 지적하며 무능력을 비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관계가 중요했던 그녀는 차마 그만두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억지로 끌려갔고 그러다보니 점점 더 위축되고 소극적이 되었다. 

 

그 뒤 단장이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새 단장은 그녀와 같은 감정형이어서 단원들에게 칭찬이나 상황을 참작한 설명과 따뜻한 말로 사기를 북돋워 주었다. 이에 그녀는 조금씩 힘을 얻기 시작했고 점점 주회시간이 좋아지게 되어 현재는 단장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제가 단장이 되어 보니 두 단장님 모두 훌륭한 분들이세요. 다만 전(前) 단장님의 경우, 저와 맞지 않아 제가 그분을 잘 이해하지 못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 다시 전(前) 단장님 밑에서 일한다면 또 다를 것 같아요. 감정에 치우쳐 맺고 끊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는 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거든요. 단장을 하다 보니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결정이 필요할 때가 있던데 ... 그때는 전(前) 단장님이 자주 생각납니다.” 

 

조직을 운영하는데 어떤 형이 좋고 어떤 형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없다. 다만 상황에 따라 어떤 유형이 더 효율적이라고는 할 수 있다. 레지오도 조직이니 만큼 다양한 유형이 필요하다. 동료단원들 뿐만 아니라 활동 대상자들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나와 다른 유형의 이해를 바탕으로 좋은 점은 활용하고 단점은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특히 간부는 단원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여 자신과 다른 성향의 단원일수록 신경을 써서 그들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성향은 하느님 나라 건설에 각기 나름대로 봉사 

 

자신이 사고형이라고 생각된다면 감정형을 대할 때 다음과 같이 할 수 있다. 용건 전에 먼저 마음이 오가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고, 칭찬을 아끼지 말며 비판할 때는 부드럽게 해야 한다. 그리고 대화는 단순한 정보가 아닌 마음을 나누는 것임을 기억하고 되도록 친절하고 사려 깊게 해야 한다. 물론 이때 미소와 눈 맞춤은 기본이다. 

 

만약 이와 반대로 자신이 감정형이고 상대가 사고형이라고 느껴지면, 상대를 대할 때 되도록 침착하고 객관적인 자세를 취하여 그의 의견과 행동에 상처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고형은 실제적 사랑을 더 잘 감지한다는 것을 알고 조직적이고 논리적이며 간결하게 말해야 한다. 또한 어떻게 느끼냐보다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답하며 과정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사랑이라는 말속에는 동료의 허물까지도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가끔 잊는다. 이 점이 잘못되면 쁘레시디움은 은총을 잃게 되고, 결국 단원들이 레지오를 떠나게 되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294쪽)라고 교본에 기록되어 있다. ‘찰떡궁합’ 혹은 ‘궁합이 맞다’라는 말은 타고난 기질이 같아서 잘 맞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서로가 상대를 이해하고 맞지 않는 불편함을 인내하며 마음을 모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궁합이 잘 맞는 사람들을 보면 서로 비슷한 성향 끼리만이 아닌 서로 다른 성향인 경우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로의 성향을 아는 것은 좋은 관계를 위한 기본이 되며 다양한 성향은 하느님 나라 건설에 각기 나름대로 봉사하게 한다. 

 

“주님의 영은 서로 다른 지체들에게 극히 다양한 은사(恩赦)들을 주시어, 신비체 안에서 각기 다른 형태의 봉사와 직무를 맡도록 우리들을 초대하신다.”(교본 89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8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 독서치료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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