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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신비의 기사단(봉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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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5-11 ㅣ No.403

[레지오와 마음읽기] 신비의 기사단(봉사의 힘)

 

 

러시아의 대 문호 톨스토이의 우화집 이야기이다. 그가 여행 중에 한 주막에 들러 하룻밤 머문 뒤, 이튿날 떠나려 할 때, 병중에 있는 주막집 어린 딸이 톨스토이의 빨간 가방을 달라고 자기 엄마에게 울며 졸랐다. 그는 여행 중이었고, 가방 안에 중요한 짐이 있어 여행 후 소녀에게 가방을 갖다 주리라 생각했다. 며칠 후 톨스토이는 가방을 주기 위해 그 주막집을 찾았는데, 아이는 이미 죽어 묘지에 묻혔다. 그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아이의 무덤에 비석을 세웠다. 그 비석에는 ‘사랑을 미루지 말라’고 새겨져 있다. 

 

1998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마더 테레사 수녀의 일대기를 이용하여 연구를 했다. 실험은 그녀에 관한 영화를 보여주고 ‘Ig A’라는 타액 속의 면역 항체의 수치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비교하는 것이었는데 실험결과, 놀랍게도 마더 데레사의 활동을 소개한 영화를 보기만 했는데도 학생들의 항체가 늘어났다. 즉 남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거나 선한 일을 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인체의 면역기능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을 ‘마더 데레사 효과’ 혹은 ‘슈바이처 효과’라고 한다. 

 

이 외에도 남을 돕고 난 후의 심리적 포만감인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것이 있다. 이는 2003년 미시건 대학에서 5년에 걸쳐 423쌍의 장수부부들의 장수 비결을 조사하던 중 그들 안에서도 발견된 것으로 그들은 정기적으로 몸이 불편하거나 가족이 없는 사람들을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봉사활동 후에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그냥 마음이 편해진다”라고 했지만 연구 결과, 남을 도우면 신체적으로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하락하고 엔도르핀은 정상치의 3배 이상 상승하며, Ig A(위에서 말한 타액 속의 면역 항체)가 상승하는 등, 신체적 변화가 생겼다. 이처럼 남을 돕는 일은 도움을 받는 사람 뿐 아니라 봉사자 자신의 심리적 신체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봉사는 자신이나 교회를 위한 의무로 주어지는 것 

 

교본에 “그리스도 신자로 부르심 받는 것은 본질적으로 사도직에 부르심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다.”(131쪽)라고 되어 있으니 그리스도 신자라면 봉사라는 형태의 사도직은 의무이다. 게다가 “살아 있는 몸의 모든 지체가 그저 단순히 피동적이 아니고 모름지기 몸의 생명과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중략- 자신의 능력대로 교회 발전에 기여하지 않는 지체는 교회를 위해서나 또 그 자신을 위해서나 아무 쓸모없는 지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131쪽)고 하니 우리가 봉사를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나 교회를 위하여 의무로 주어지는 것이다. 

 

한편으로 ‘돈을 잃으면 부분을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반을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인생의 전부를 잃는 것이다.’라는 격언이 있듯이 몸의 건강 또한 아주 중요하다. 실제로 몸이 건강해야 봉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좋은 먹거리를 찾고, 운동과 좋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산을 오르는 등 건강을 위한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봉사 또한 시간을 요구한다. 시간이란 ‘신이 주신 공평한 선물’이라는 말처럼 우리 모두에게 시간은 똑같이 주어진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시간 관리가 중요해지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시테크라는 용어도 생겼다. 그렇다면 건강과 봉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을까? 

 

B자매는 7남매 중의 다섯째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특히 남아 선호 사상이 강했던 원가족(결혼하기 전 그녀의 가족)에서 딸로 태어난 데다 막내나 첫째도 아니어서 늘 부모님의 관심을 끌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나름대로 사랑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 좋은 직업을 갖게 되고 결혼도 하여 아이들을 키우고 나름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이루었는데 중년기가 되면서 몸의 변화와 함께 우울이 심해지기 시작하였다. 

 

가슴이 뛰고 잠을 못 자는 등 전형적인 갱년기 신체적 증상에 짜증과 인생이 허무하다는 심리적 증상까지 겹쳤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병원을 찾았고 병원에서 봉사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마침 이웃집 천주교 신자와 연결이 되어 비신자이지만 복지관 봉사를 시작했다. 그 이후로 조금씩 그녀는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고 결국 몇 년 뒤 신자가 되고 지금은 레지오 단원이 되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제가 봉사를 해서 꼭 갱년기 위기를 잘 보낸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적어도 그 시기를 약하게 보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봉사의 즐거움을 알게 되어 제 인생이 달라졌다는 데 그 의미가 있겠지요.” 

 

 

봉사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지켜줘 

 

‘레지오’라는 단어를 들으면 보통 신자들은 ‘기도와 봉사’라는 단어를 제일 많이 떠올린다. 실제로 레지오를 해 보면 주회시간 전체가 기도와 봉사(활동)라는 단어로 집약될 수 있다. 여기에 단장의 ‘활동’ 계획서, ‘활동’ 보고 시간, ‘활동’ 배당 등 활동이라는 단어가 붙은 시간도 많지만 실제로 주 회합의 가장 중심인 ‘활동보고 시간’은 더욱 각별하다. 교본에 “마치 영화의 장면처럼 생생하게 표현하여, 보고를 듣는 다른 단원들이 마음속으로 그 활동에 참여하고 판단하며 논평하고 배우도록 해야 한다.”(171쪽)라고 되어 있으니, 제대로 된 활동보고 시간은 마더 데레사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결국 사랑은 미룰 수 없는 것이니 지금 당장 행해야 하고, 영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봉사를 위한 신체적 건강도 챙겨야 하는 우리 신자들에게, 봉사라는 행위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지켜주는 효율이 아주 높은 시간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교본에 “단원들은 레지오의 주요 과제인 자기 성화와 이웃에 대한 봉사 활동 안에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 늘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36쪽)라고 되어 있으니, 레지오를 통해 봉사하는 우리들은 축복받은 자리에 있음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세상 사람들이여, 보라! 레지오야말로 하느님의 숭고한 사업을 위해 모든 사람을 하나 되게 하는 신비의 기사단이 아닌가?”(교본 122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5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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