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성체조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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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2-20 ㅣ No.1763

[빛과 소금] 성체조배

 

 

여러분, 오늘은 여러분과 지난주 ‘묵주기도’에 이어 ‘성체조배(聖體朝拜)’에 대해 나눠보고 싶습니다. 성체조배는 ‘감실(龕室) 안에 모셔져 있는(혹은 현시된) 성체 앞에서 기도하며 경배를 드리는 신심 행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 “감실 안에 모셔져 있는 성체 앞에서”

 

우선, 감실은 미사 후 남은 성체를 모셔둔 곳으로서 대체로 제대 위, 성당에 들어오시는 모든 사람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합니다. 그리고 감실 앞에는 성체를 모셔 둔 것을 알리고 성체께 존경을 표시하는 의미로 작은 등(성체등, 감실등)을 켜두고 있습니다. 최초의 감실은 성모님이셨습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을 태중에 10개월 동안 모시고 사셨기에 그 자체로 감실이셨습니다. 우리 역시 감실입니다. “여러분의 몸이 여러분 안에 계시는 성령의 성전임을 모릅니까?”(1코린 6,19)라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우리 안에 하느님이 사시기에 우리 역시 감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성체조배 기도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특별한 순서나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현존인식(現存認識)’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지금 마주 보고 있는 저 감실 안에 ‘성체’(예수 그리스도)가 계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아! 주님이 저기 계시는구나!’, ‘주님과 내가 지금 함께 있구나!’ 그러면 성체조배를 위한 준비는 다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존인식 하에서 주님과 함께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머무르는 시간이 성체조배입니다.

 

“저는 그분을 보고 그분은 저를 보고 계십니다.”(아르스의 비안네 성인이 만난 본당 신자분의 말씀)

 

“기도는 자기가 하느님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하느님과 단둘이서 자주 이야기하며 사귀는 친밀한 우정의 시간입니다.”(아빌라의 데레사)

 

“영적인 삶 전체가 하느님 현존에 달려 있습니다. 이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부활의 가르멜 수사)

 

 

2. “기도하며 경배를 드리는 신심 행위”

 

우리가 주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기도와 경배는 당연히 그분과 ‘함께함’, 그분을 ‘떠나지 않음’일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한 성당(경당, 조배실)에 홀로 앉아 있다는 것이 낯설고 힘이 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성체께 대한 고마움(몸과 피를 내어주시어 성체성사를 제정해 주심, 우리와 함께 머물러주심, 한결같이 기다려 주심 등)을 떠올리며 그저 ‘주님이시기에’ 머물러 있는 기도를 드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이러한 ‘낯선’ 시간도 우리가 주님으로 ‘물들어가는’ 은총의 과정인 것입니다(2코린 2,15). 오랜 시간 중환자실에 의식 없이 누워계시는 어머니를 찾아뵈어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하는 자녀는 없을 것입니다. 어머니가 말없이 누워계셔도 자녀는 그 옆을 지키며 무언의 대화를 나눕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녀는 그 침묵을 통해서 오히려 더욱 어머니와 일치된 느낌을 갖게 됩니다. 또한, 성체조배를 긴 시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성체 앞을 지날 때마다 간단한 목례나 눈인사를 드려도 좋겠습니다.

 

글을 마치며 저는 일상생활에서 성체조배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여러분께 제안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우리 몸이 성령께서 머무시는 감실이니, 일상생활 중 틈틈이 우리 마음 안으로 들어가 그 안에 계신 주님께 눈길을 맞추며 사랑의 대화를 나누는 조배를 드리면 좋겠습니다(대大데레사가 오랫동안 실천했던 ‘거둠기도’).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도 주님을 품고 있는 커다란 감실이니, 자연과 만물 안에서 주님을 관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을 너무도 쏙 빼닮은 모상(模像)이니, 사람(가족 · 친척 · 이웃 · 동료) 안에 계신 하느님을 관상하며 그분께 경배 드려도 좋겠습니다.

 

[2022년 2월 20일 연중 제7주일 인천주보 3면, 송기철 이사악 신부(인천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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