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월)
(백)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묵은인간 바꾸려 끊임없이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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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0-03 ㅣ No.420

[레지오 영성] 묵은인간 바꾸려 끊임없이 노력해야

 

 

1. 약 10년 전 산행 때 목격했던 기억이다. 산행을 하던 젊은 사람들 한 무리가 나무 그늘에서 시끌벅적 거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무엇이 저렇게 신이 날까 해서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젊은 자매가 한 형제님을 향해 공격한다. “교회에 그렇게 오래 다녔는데 성경구절 30개 암송할 수 있어요?” 지목된 형제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벌떡 일어나 대꾸한다. “내가 30년을 교회에 다녔는데, 성경구절 30개도 못 외울 줄 아나?” 하면서 성경구절을 줄줄 암송하는 것이었다. 당시 신학생 양성을 책임지고 있던 나에겐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다.

 

며칠 후 군에 입대하는 신학생들을 위한 송별식이 열렸는데, 선배를 위해 후배들이 신학교 생활을 풍자하여 제작한 영상물은 한편의 개그영화 수준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매체를 다루는 신학생들의 놀라운 솜씨가 양성을 책임진 나에게는 오히려 큰 걱정거리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신학생들이 디지털 매체를 다루는 데는 남보다 앞서려 하면서도 정작 성경공부나 신학공부에는 흥미가 별로인 듯했기 때문이었다. 신학생들에게 충격요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신부가 되고 싶은 신학생들은 부제품을 받기 전에 성경구절 300개를 외우도록 할 것!”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어떤 신학생은 1년 만에 약 330개의 성경구절을 암송하였다. 

 

캐나다 미디어 연구가인 마셜 맥루언은 “우리는 도구를 만들고, 또 그 도구는 우리를 만든다.”라고 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디지털 매체들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우리가 잘 안다.

 

신문에 게재되었던 기사 한 부분이다. “실제로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조사한 ‘2006년 인터넷 중독 실태’에 따르면 청소년의 14.0%, 성인의 8.5%가 ‘위험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휴대전화에 중독된 청소년도 10.1%, 성인은 4.1%에 달했다.” 우리 자신도 자문해보자. 디지털 매체들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신앙의 선조 아브라함에게 내린 하느님의 명령 ‘떠나라’

 

2. 작금의 우리의 생활환경(시대사조와 문화까지)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신앙의 선조이신 아브라함에게 내린 하느님의 다음 명령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것이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1). 아브라함에게 있어서 아버지와 친족과 고향은 그에게 가장 익숙한 삶의 환경이다. 아브라함에게 익숙하다는 것은 그의 삶과 신앙에 많은(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삶과 신앙을 두고 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앞에서 신학생들 이야기를 하였듯이, 디지털 매체들에 아주 익숙한 사람들에겐 디지털 매체를 통해 유포되는 사조와 문화가 그들의 삶에 중대한(위험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주어진 삶의 환경(시대사조와 문화)에 따라 길들여지고 익숙해진 우리의 생활 자세와 습관들이 과연 우리의 삶과 신앙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물질주의와 개인주의와 쾌락주의를 무분별하게 확산시키는 디지털 매체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면 신학생들이라 해도 자신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세속화의 늪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인문학자들은 현대인들이 개인적인 ‘손쉬운 성공’과 ‘즉흥적 쾌락’에 과도하게 집착한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매달리는 세속 이야기의 보따리 속엔 ‘재물과 쾌락’이란 욕망과 유혹들이 가득 차 있고, 그것들의 총량이 행복을 결정짓는다고 우리를 세뇌시켰다. 하지만 유물적(唯物的)인 것들에 집착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그 누구도 예외 없이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는 무신론자로 변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가산을 나누어 주었다. 며칠 뒤에 작은아들은 자기 것을 모두 챙겨서 먼 고장으로 떠났다.”(루카 15,12-13).

 

 

“어떤 신자가 좋은 신자일까를 늘 고민하는 모든 신자!”

 

3. 교황님께서는 “신앙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면, 첫째, 구약성경이 증언하고 있는, 믿는 이들이 선택했던 길, 그들이 밟았던 길을 따라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우리 신앙의 아버지인 아브라함은 매우 특별한 자리를 차지합니다.”(신앙의 빛, 8) 라고 말씀하시면서 우리의 신앙을 성찰해보라 권고하신다. 신앙인이라면 교황님의 이 권고에서 아브라함이 걸어간 신앙의 길에 비추어 자신의 신앙여정을 되돌아보면서 앞날을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인문학 서적에 가끔 “인생은 생각과 말과 행동의 습관이다.”라고 설명하는 구절이 눈에 띈다. 우리는 어제 생각했던 것을 오늘도 생각하고, 어제 말했던 것을 오늘도 말하고, 어제 행동했던 것을 오늘도 행동한다. 우리는 “떠나라!” 라는 하느님의 명에 따라 묵은 (생각과 말과 행동) 습관을 떠나기 위해 새로운 습관을 길러야 한다. “자신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아 이 세 가지 각각이 그리스도를 향하고 있는지” 성찰하라 당부하신 닛사의 그레고리오 성인의 말씀을 우리는 기억해야 하겠다. 

 

2013년 인기 드라마 ‘굿닥터’의 마지막 부분에 수련의가 자신의 교수에게 “선생님은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라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다. 질문을 받은 교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일까를 고민하는 모든 의사!”라고 답을 한다. 우리도 “어떤 신자가 좋은 신자일까를 늘 고민하는 모든 신자!” 부류에 속하면 좋겠다. 그래야 묵은인간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인간(그리스도)을 입으려 노력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은 옛 인간을 그 행실과 함께 벗어버리고, 새 인간을 입은 사람입니다.”(콜로 3,9-10).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10월호, 하성호 요한 신부(대구 의덕의 거울 S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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