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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동양고전산책: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 마음 공부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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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2-11 ㅣ No.242

[최성준 신부와 함께하는 동양고전산책]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 마음(心) 공부의 중요성

 

 

날이 몹시 춥습니다. 해는 짧고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자연스레 몸은 움츠려들고 마음마저 우울해지기 쉬운 요즘입니다. 몸 건강은 그나마 눈에 보이니 챙기기가 쉽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건강은 자칫 소홀하기 쉽고, 자기 마음이 아픈 줄도 모를 때가 많지요. 현대인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우울증이 급증하고, 그에 따른 자살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자살률도 OECD 국가 중 최고지요. 이런 심각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우울한 감정을 느끼거나 마음이 불편하고 가슴이 답답한 경우가 있을 겁니다.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지금 여러분의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요?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는 거울처럼 우리 마음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 거울을 매일 들여다보며 내 마음이 어떤지, 예쁜지, 아픈지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요. 빨랫줄에 널려 바람에 나부끼는 깨끗한 흰 와이셔츠 같은 상태일 수도 있고, 구멍이 숭숭 나고 너덜거리는 더러운 걸레 같은 상태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마음이란 게 눈에 보이지 않으니, 다른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나조차 나의 마음 상태를 알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서 대부분 “내 마음 나도 몰라~!”라며 방치해 버리고 말지요.

옛 성현들은 마음(心)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우리 몸의 주인이며 감성뿐 아니라 의식, 이성까지도 관장한다고 여겼지요. 그러니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살피는 것이 중요했고, 이 마음(心)을 잘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공부였습니다. 이 소중한 마음을 함부로 다루고, 잃어버리고도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맹자(孟子)는 한탄했습니다.

“인(仁)은 사람의 마음이고 의(義)는 사람의 길이다. 그 길을 버려두고 가지 않으며, 그 마음을 잃어버리고도(放心) 찾을 줄 모르니, 슬프도다! 사람들은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을 알면서도 마음을 잃어버리고는 찾을 줄 모른다. 학문하는 방법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求其放心)일 뿐이다.”1)

우리는 ‘방심(放心)했다.’라는 말을 흔하게 씁니다. 바로 ‘마음을 잃어버렸다.’는 뜻입니다.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나 지갑,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면 만사를 제쳐두고 찾는데 혈안이 되면서도 더 소중한 내 마음은 잃어버리고도 찾을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잃어버린 줄도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 즉 “구기방심(求其放心)”이 중요합니다. 내 마음이 잘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예부터 유가(儒家) 전통에서는 인간의 마음 안에는 태어날 때부터 하늘에서 부여받은 고유한 본성(性)이 갖춰져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사덕(四德), 즉 인(仁), 의(義), 예(禮), 지(智)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어진 마음,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仁) 그리고 정의를 추구하고 불의한 일에 분노하는 마음도 있지요.(義) 그리고 타인을 먼저 배려하고, 사랑이나 정의로운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는 예(禮)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잘 아는 지혜(智)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마음(心)”의 능력은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 모릅니다. 마음에 ‘인의예지’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에서도 마음(心)에는 하느님께서 심어 주신 선한 본성이 온전히 갖춰져 있다고 가르칩니다. 마음은 바로 하느님과 통하는 통로와 같습니다. 그래서 양심(良心)을 하느님의 목소리라고 하지요. 항상 내 마음이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잘 살펴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맹자 또한 이렇게 강조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보존하고(存心) 자신의 본성을 기르는 것이 하늘을 섬기는 방법이다.”2)

마음을 길에 떨어뜨려 놓아버린 것이 “방심(放心)”이라면, 이 마음을 잘 간직하고 보존하는 것이 바로 “존심(存心)”입니다. 하늘을 섬기는 것은 다른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먼저 내 마음을 잘 보존하고, 나의 선한 본성을 잘 기르는 것이 바로 하느님을 섬기는 방법입니다. 그러니 시선을 안으로 돌려야 할 것입니다. 그 모든 능력은 이미 하느님께서 내가 태어날 때부터 내 안에 넣어 주셨습니다. 이미 나에게 갖춰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드러내 밝히기만 하면 되겠지요. 그러니 나란 존재는 얼마나 소중한지요! 정말 중요하고 희망적인 말씀입니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루카 6,45)

그러니 마음 하나 잘 붙들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원나라 때 허형(許衡)이란 학자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오만 가지 보양도 모두 헛것이니, 다만 ‘마음 붙드는 것(操心)’이 가장 중요하다.”3)

‘조심(操心)해라.’, ‘조심해야 한다.’라고 할 때 “조심(操心)”의 원래 의미는 마음을 잘 붙들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이 소중한 마음을 어떻게 잘 보존하고(存心), 잘 붙들(操心) 수 있을까요? 일단 우리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잘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과 연결된 통로이기도 한 나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은 건강해지고 평안해집니다.

사실 우리에겐 마음을 비추어 주는 훌륭한 거울이 있습니다. 바로 ‘성체조배’입니다. 조용한 성당에 홀로 앉아 감실의 성체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합니다. 그리고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어떤 상태인지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굳이 감실 앞이 아니어도 됩니다. 집에서든, 조용한 공원에서든, 시끄러운 지하철에 앉아서도 괜찮습니다. 눈을 감으면 됩니다. 눈을 감으면 내 마음이 보입니다. 우선 멈춰야겠지요. 눈을 감고서 가만히 호흡을 고르면 마음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날이 춥습니다. 바깥에는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하지만 내 마음을 먼저 살핍시다. 내 마음을 잘 가꾼다면, 그래서 내 마음이 무엇보다 아름답고 건강해진다면 이 추운 겨울도 따스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최성준 신부는 북경대학에서 중국철학을 전공하고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동양철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
월간빛, 2015년 2월호,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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