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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신앙으로 현대문화읽기: 영화 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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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8-18 ㅣ No.869

[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영화 ‘암살’(2015)


가슴 뭉클한 외침 ‘대한독립만세’



영화 ‘암살’ 포스터.


영화 ‘암살’은 1933년 일제강점기시대, 세 명의 독립군이 경성에서 조선주둔군 사령관과 친일자본가를 암살하는 작전을 그린 액션영화이다. 구체적인 사건과 인물은 허구지만 1930년대 만주와 상해를 배경으로 펼쳐졌던 독립운동에 대한 세세한 묘사와 당시 김구, 김원봉 등 실존인물들이 등장함으로써 마치 역사의 잃어버린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하다.

일제시대를 다룬 영화들이 여러 편 있었지만 이토록 재미있으면서도 역사와 정의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은 없었기에 ‘암살’은 대중영화에 맡겨진 최고의 임무를 수행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다양한 볼거리와 풍성한 이야깃거리에서 이제껏 우리가 잊었거나 모르고 지내왔던 역사적 사실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현란한 반전의 묘미에 빨려들다가도 문득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역사의 어둠 속에 남겨진 우리 현실을 마주하게 되니 말이다.

만주참변을 겪은 후 독립군이 된 저격수 안옥윤, 마지막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와 황덕삼, 친일파 아버지를 없애려다 실패하고 무정부주의 킬러가 된 하와이 피스톨과 영감 등은 그 시대 빼앗긴 나라를 되찾겠다며 일제에 맞서다 희생된 독립운동가의 모습이다. 또한 독립운동을 하다 체포된 뒤 밀정이 된 변절자 염석진이 해방 후 경찰간부로 떳떳하게 사는 모습이나 오로지 경제개발논리로 나라의 부강을 돕겠다면서 결국 자신의 배만 채우는 친일자본가 강인국의 권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상징적인 인물을 처단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 영화는 우리 민족의 쌓인 한과 작금의 정치현실에 대한 실망과 무력감을 일시적이나마 해소시키고 나아가 이 나라에 남겨진 과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짚어낸다.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인 최동훈 감독에게 독립군이 새롭게 조명되었다는 것은 관객으로 누릴 수 있는 축복이자 행운일 것이다. 특히 안옥윤과 그의 어머니, 아네모네마담 등으로 대표된 여성독립투사에 대한 조명은 참 신선하고 고마웠다. 옥윤과 쌍둥이인 미츠코처럼 모던한 양장차림에 철없는 쇼핑과 빈곤한 역사의식의 낭만주의자로 고착될 뻔한 신여성의 이미지를 새롭게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해방을 맞이하는 순간 김원봉이 술잔에 불을 붙이며 죽은 동지들을 추모할 때 “너무 많이 죽었어요. 사람들에게서 잊히겠죠”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목적을 분명히 한다. 다른 인물들을 통해서도 이 역사를 ‘잊지 말자’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들보다 더 많은 역사를 안고 있는 우리는 독립된 대한민국 시대를 살면서도 끊이지 않는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하고 부정한 이들의 궤변 속에 억울하게 죽어가는 양심과 정의를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한국 최고의 흥행작으로 새롭게 등록될 이 영화가 신파와 애국이데올로기로 무장해서 눈물 흘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관 밖으로 확장된 역사의식과 더욱 풍성해진 담론을 통해 역사교육과 과거 청산문제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의식을 일깨우는 촉매제로서 더욱 활활 타오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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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수녀는 철학과 미디어교육을 전공, 인천가톨릭대와 수원가톨릭대 등에서 매스컴을 강의했고, 대중매체의 사목적 활용방안을 연구 기획한다.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이며 현재 광주 바오로딸미디어 책임을 맡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5년 8월 16일,
김경희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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