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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신심서적 다시 읽기: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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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3-11 ㅣ No.246

[신심서적 다시 읽기]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는 2014년 11월의 신심서적 읽기 선정도서다. “일용할 사랑을 주십시오”(1장), “사람을 사랑하는 신앙”(2장) 등 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교황님께서 여러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 하신 말씀과 미사강론을 통해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침들을 제시해 준다.


우선 책의 제목에 마음이 끌렸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꼭 명심해야 하고 실천해야 할 말씀이 아닌가 싶다. 담화는 사전적으로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음을 말한다.’ 뒷담화(뒷땅)는 담화와 우리말의 뒤(後)가 합쳐서 만들어진 말이다. 보통 남을 헐뜯거나, 듣기 좋게 꾸며 말한 뒤에 하는 대화 또는 그 말이다. 흔히 우리가 남에게 욕하고 싶을 때 떳떳이 그 대상 앞에서 하지 못하고 대상이 없을 때 혹은 대상이 듣지 못하게 욕을 하는 행위로 풀이한다. 뒷담화는 사람들의 명성을 헐뜯고 사람을 해친다. 속담에 ‘세치 혀가 사람을 죽인다.’는 말도 있지 아니한가? 우리 모두가 뒷담화를 하고자하는 욕구를 다스릴 수만 있다면 종국에 가서는 모두 성인이 될 것이라고 한다. 참 희망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바른 삶을 위한 몇 가지 말씀을 묵상하며 간추려 본다.

첫 번째는 이 사회의 병폐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날이 갈수록 무례함과 뻔뻔함, 그리고 몰염치함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 타인을 자신과 동등하고 고귀한 존재로 인정해 주는 예의와 배려, 고마운 것에 진정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 잘못한 것에 대해 순수하게 인정하는 사과로 참된 평화와 사랑을 지키는 세 가지 말을 알려주신다. 첫 번째, “해도 될까요?”, “내가 할 수 있을까요?”와 같은 존경과 관심을 지니고 타인의 삶 안에 들어가기 위한 정중한 부탁을 한다. 두 번째, “고마워요.” 내 옆에 있는 이가 하느님의 선물임을 아는 것은 그 삶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므로 반드시 “고맙다.”는 말을 하며 살자. 세 번째, “미안해요.” 이 말은 우리의 삶 안에서 많은 실수를 할 때 쓰는 단순한 말이다. 이 세 마디 말을 생활화하면 우리의 삶에서 서로에게 평화가 깃들 것이라고 가르친다.

두 번째는 바른 직무 사제직을 위한 조언이다. 사제가 되어 깊어진 직업병이라면 남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려는 습관을 들 수 있다. 어찌 보면 남들을 어떤 기준에 따라 재단하고 판단하게 된다. 사랑하는 이웃, 친구, 가족에게 잘못된 점, 고쳤으면 하는 점을 알려주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며 분명 누군가는 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진심으로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그저 난도질이자 뒷담화일 뿐이다. 제5계명에서 ‘살인해서는 안 된다. 살인한 자는 재판에 넘겨진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마태 5, 21-22)라고 하지 않는가? 단순히 이웃의 생명에 대해서 폭력을 써서도 안 되지만 분노의 독을 쏟아 내거나 험담이나 상처를 입혀서도 안 된다고 하였다. 뒷담화는 이웃에 대한 사랑을 해친다. 그리고 우리가 이웃들과 평화롭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하느님과의 관계도 진실할 수가 없다. 모든 계명은 사랑의 요구이자 보다 큰 계명으로 모두가 하나 됨을 향하는 것이다. “온 마음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제 몸과 같이 이웃을 사랑하여라.”(마태 22,37-39)는 우리 공동체의 삶에서 지켜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세 번째는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각 구성원에게 말씀하신다. 사제들에게는 전례와 기도 안에서 주님께 가까이 가고 여러분에게 맡겨진 신자들을 사랑하여라. 젊은이들에게는 청춘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니 선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희망을 품고 도전하여라. 그리고 가족들에게는 가족이란 하나의 가정교회임으로 예수님이 점점 커지고, 부부의 사랑과 자녀들의 생명 안에서 점점 커지도록 하여라. 환우들과 장애우들에게는 질병으로 고통 받는 형제자매들과 몸이 불편한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받은 수난의 기름부음을 받은 형제자매들이니 자신의 십자가와 삶의 어려운 순간 속에서 예수님을 모방하는 것임을 생각하라고 이르신다. 어르신들에게는 우리와 교회의 지혜이니 우리에게 우리 사회의 기억과 교회의 기억과 기쁨의 의미를 전해주길 바라신다. 일이 잘 안된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투정도 하지 말고 성령께 기도하고, 해결해 달라고 의탁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네 번째는 우리는 살아가면서 마음의 매듭이 꼬여있으면 그것을 스스로 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풀지 못하는 것이라면 풀어달라고 청하라 한다. ‘하와의 불순종으로 묶인 매듭이 마리아의 순종을 통하여 풀렸다.’(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56항)고 하였다. 성모신심의 첫 번째 요소는 성모님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죄의 매듭이 풀린다는 사실이다. 성모님은 어머니의 손길로 우리를 자비로운 아버지의 품으로 이끄신다. 또 베드로 광장의 설교에서는 교황님은 생명의 복음을 말씀하셨다. 희망과 사랑과 빛의 복음을 증언하라고 우리는 부르심을 받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어린양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고 닮으라 하신다. “어린양은 지배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순종한다. 어린양은 공격하지 않고 평화롭다. 어린양은 자신을 공격하는 누구에게도 발톱이나 이빨을 보이지 않고 견뎌낸다. 그래서 어린 양은 예수님임을 알게 하지 않는가?”

주님은 오늘도 우리를 부르신다. 예수님이 갈릴래아에서 당신의 사명을 시작하신 것은 하느님의 구원에서 제외되는 이가 아무도 없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시는 것이다. 우리는 그 부르심에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 뒷담화의 유혹을 뿌리치고 일상을 바로잡아 한 걸음씩 성인의 행로를 걸어야 하리라.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 평화가 물같이 흐르게 하자. -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지음, 진슬기 신부 옮겨 엮음, 임의준 그림, 가톨릭출판사 펴냄)

* 약력 :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 월간 『수필문학』 천료. 한국문인협회, 대구수필가협회, 대구가톨릭문인회원. 수필집으로 《내가 선 자리에서》, 《하얀 바다의 명상》, 《느끼며 살며》 등이 있다.

[월간빛, 2015년 3월호, 
강찬중 바오로(대명성당,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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