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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유익한 심리학: 매트릭스(matrix), 그 허상의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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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8-27 ㅣ No.1141

[유익한 심리학] 매트릭스(matrix), 그 허상의 세계에서

 

 

하루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배를 타고 이동하게 되었다. 마침 바람이 불어 풍랑이 일면서 파도가 사방에서 덮쳐온다. 오랫동안 배를 타며 고기를 잡았던 어부였지만 그들 역시 높은 파도에 겁을 먹었다. 그런 와중에도 예수님은 태연하게 뱃머리에서 주무시고 계시지 않는가? 목수였던 예수님이 뭘 아시겠는가 싶어 제자들이 태평이신 예수님께 다그친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되려 제자들을 나무라신다.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마태 8,26ㄱ)

 

영화 매트릭스에서 예수님을 벤치마킹했는지, 주인공 네오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각해 간다. 처음에는 악당들의 총알과 주먹을 피하기 바쁘고 죽음의 공포에 떨었으나 점차 네오는 매트릭스의 허상을 깨달아간다. 마침내 자각에 이르자 네오는 악당들의 총알을 더는 피하지 않고 매우 간단하게 손을 뻗어 저지한다. 네오를 향해 날아오던 수많은 총알이 그의 손 앞에서 멈추어버린다. 네오가 총알을 집어 들고 무심한 듯 한 번 쓱 보고 놓아 버리자 수많은 총알이 네오 앞에서 힘없이 떨어진다.

 

최고의 명장면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나무라시고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마태 8,26ㄴ) 욥은 부지불식간에 전 재산과 식솔들 모두를 잃는다. 세상의 불행이란 불행은 모두 욥을 덮친 형국이다. 욥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했을까? 하느님께서 기대하신 태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우리는 토빗과 사라(토빗기 참조)에게서 그 답을 찾는다. 토빗과 사라는 온갖 불행을 겪는다. 그런데도 그들은 세상의 온갖 조롱과 모욕을 참으며 하느님 안에 머물러 기도한다. 마침내 하느님께서 그들의 기도를 들어주시어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로 끝난다.

 

사람들의 평가가 무서운 사람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위협적인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실패가 두려운 사람은 자기만의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서 산다. 모두가 자기가 만들어 놓은 매트릭스의 세상이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상이 아니다. 허상을 실체로 두려워하면 그 사람에게 그것은 실체가 된다. 그런 매트릭스 세상에서 예의 바르게 신사답게 살아가느라 애쓴다. 사람들의 평가와 비난이 두려워 자신의 내적 욕구는 뒤로한 채 매트릭스에 맞추어 열심히 살아간다.

 

세상에서 덮쳐오는 온갖 파도는 실상이 아니라 허상인 경우가 많다. 의미 있는 일도 있지만 의미 없는 일도 경험하게 된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설명이 안 되는 일도 겪게 된다. 이를 잘 식별하여 지혜롭게 구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설사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할지라도, 말도 안 되는 현실 속에서도 마음을 잘 간직한 채 오직 하느님께 기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공포는 ‘죽음’이다. 우리는 ‘죽음’을 다양한 형태로 경험한다. 자존심도 자기 존재가치의 소멸에 대한 자극에서 발병하는 증상일 수 있다. 공황 증상도 자기 존재의 소멸, 생존의 위협에서 발병하는 증상일 수 있다. 어린아이의 유기 불안은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존재의 방치로서 소멸의 위협일 수 있다. 어쩌면 순교자들은 세상이 위협할 수 있는 최고의 공포를 이겨낸 분들이다. 존재의 소멸 위협에서 온전히 자신을 하느님께 의탁한 사람들, 죽음마저도 허상으로 만들어버렸다. 세상은 맥없이 떨어지는 총알처럼 더는 힘을 쓰지 못했다. 세상을 이겨낸 순교, 그것은 부활이었다.

 

[2023년 8월 27일(가해) 연중 제21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김정민 라자로 신부(아중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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