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9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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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별별 이야기: 매일 화가 났는데 건강해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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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2-02 ㅣ No.1026

[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59) 매일 화가 났는데 건강해졌다면

 

 

80세 어르신이 건강진단을 받았는데 신체 나이가 20년이 젊고 중년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의사가 궁금해서 특별한 비결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어르신이 대답했다. “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건강에 좋다는 음식이나 약을 특별히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운이 좋은 것 아닐까요?” 의사는 내심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재차 물었다. “그래도 어르신, 뭔가 여느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사셨기에 그만한 건강을 유지하고 계신 것이 아닐까요? 곰곰이 생각에 잠긴 어르신은 그제야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50년 전에 결혼해서 마누라와 한가지 약속을 한 것이 있지요. 내가 성미가 급해서 화를 낼 경우엔 마누라가 말대답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기로 하고, 반대로 마누라가 화가 났을 때는 내가 밖으로 나가 숲 속을 산책하기로 했답니다. 그 후 나는 매일 같이 숲 속을 산책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건강에 좋았던가 보구려.”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게 누가 묻는다면 답변은 간단하다. “내가 인간이고 살아있는 동안에 그런 일은 없다.” 그렇다면 “화가 날 때 그것을 없앨 수 있을까?” 라고 물을 수도 있다. 이때는 두 가지 답변이 가능하다. 첫 번째 답변은 이렇다. 화는 감정이고 감정은 에너지이기 때문에 “화가 없어지는 일은 없다”이다. 에너지는 다른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두 번째 답변이 가능해진다. “화는 다른 감정 혹은 다른 에너지로 전환될 수는 있다.”

 

화가 다른 감정 혹은 다른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말은 또 무슨 뜻일까? 화가 복수하고 싶은 감정, 즉 또 다른 부정적 감정으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엔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사랑과 연민처럼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화가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파괴적 에너지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창조적 에너지로 승화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마치 위에서 언급한 80대 어르신의 경우에서처럼 말이다.

 

요셉과 마리아 부부는 결혼하면서 서로 화가 나면 곧바로 존댓말로 바꿔서 싸우자고 약속을 했다. 갈등이 발생할 때 그 내용보다는 서로의 말 표현 때문에 더 감정이 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화가 나는 판에 존댓말이 나올 턱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요셉이 먼저 실천에 옮겼다. 화가 올라오는 것을 느낄 때 요셉은 곧바로 아내의 이름에 ‘님’ 자를 붙이면서 존대를 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아내도 감정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언어의 마법에 걸린 듯한 느낌이었다.

 

요아킴과 안나 부부는 부부싸움을 하고 난 다음 날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아침에 일어나 서로 큰절을 하자고 약속을 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어느 날 밤 부부는 자녀교육 문제로 크게 싸웠다. 요아킴은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결론도 내지 않고 아내에게 폭언하며 안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건넛방에서 분을 삭이지 못하고 꼬박 밤을 새운 안나는 자신을 달래지 않고 잠을 자는 남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느덧 출근 시간이 되어 세수를 마친 요아킴이 안나가 있는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안나에게 큰절을 하고 방문을 나섰다. 안나는 밤새 쌓였던 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매일 스트레스와 부정적 감정에 지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대하고 있을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것처럼, 인간으로서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서는 나만의 감정 비법이 필요할 것 같다. 매일 화가 나더라도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건강해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1월 31일, 박현민 신부(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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