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1일 (화)
(백) 한가위 사람의 생명은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문화사목] 영화: 한국 교회 공동체의 하늘길 노래, 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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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1-13 ㅣ No.1241

[그리스도와 함께. 영화] 한국 교회 공동체의 ‘하늘길 노래, 연도’

 

 

‘유튜브’에만 있는 아마추어 감독의 중편 다큐멘터리이지만, 위령 성월이 되면 많은 분께 권하고 싶었던 작품을 이 지면을 빌려 나누게 되었습니다.

 

‘하늘길 노래, 연도’는 감독의 소개에 따르면, “영국에서 작곡을 전공하는 학생”이 만든 1시간 남짓한 작품입니다. 도시와 시골을 아우르는 여러 곳의 실제 천주교 장례 예식과 교회 구성원들의 증언을 통해, 영화는 한국 천주교회 고유의 장례 문화인 연도(위령기도)의 역사와 공동체성, 유족을 위로할 뿐 아니라 장례 봉사자들의 신앙과 교회 구성원들의 친교도 굳건하게 하는 영적 효과를 조명합니다.

 

구성이 아주 매끄러운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 천주교회의 다양한 계층을 대표하는 인터뷰 대상자들의 구성, 한국의 단성부 교회음악인 연도와 서양식 장례음악인 ‘가톨릭 성가’ 속 4성부 위령 성가들을 교차 편집한 청각 효과 설정에서 주제에 대한 숙고와 섬세한 접근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정의 장례를 통해 연도의 노랫가락에 실린 위로의 힘을 절실히 느꼈기에, 이 작품을 2019년 초에 발견했을 때는 인터뷰에 공감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당시는 교우의 상가에서라면 긴 연도를 노래하는 것이 당연했기에, 연도 자체는 낯설거나 새삼스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지금, 이 작품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모두의 건강을 위해 소리기도와 노래를 자제하자 장례식장의 연도 가락도 희미해졌습니다. 그렇기에 2020년 가을에 본 ‘하늘길 노래, 연도’는, 우리가 잠시 유보하게 된 공동체 문화에 대한 기록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연도는 어른들을 따라 부르며 배우는 구전 성가였습니다. 시편과 기도문에 곡을 붙인 장중한 성가를 통해 신자들은 죽음과 부활에 대한 교리를 배웠고,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도 기도하는 공동체의 친교를 익혔습니다. 위로받은 유족들 가운데는 이에 감동하여 신앙에 입문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영화의 노인 신자들이 증언하듯, 한때 장례의 모든 과정을 도맡았던 연령회의 기능은 장사법의 정착 이후 기도와 전례 봉사로 축소된 상태입니다. 장례 실무는 돕지 못해도 마음의 고통을 위로하던 신앙 공동체의 자리도 감염병 사태의 위험 앞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사태가 지나면 연도 소리가 돌아오리라 믿지만, 여러 세대에 이어 내려온 공동체 정신을 지키며 이웃의 슬픔을 나누는 일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숙제입니다.

 

영화 보기 : 유튜브 ‘한국 가톨릭 연도 다큐멘터리’ 검색

 

[2020년 11월 8일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수원주보 5면, 김은영 크리스티나(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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