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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10년 제15회 농민주일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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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7-05 ㅣ No.389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제15회 농민 주일 담화문

(2010년 7월 18일)


“우리는 평화를 일구고 창조물을 보전하는 사람들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열다섯 번째 맞이하는 농민 주일입니다.

 

농민 주일은 창조주 하느님의 뜻에 따라 햇빛과 바람과 비와 함께 땀 흘리며 땅을 일구어 생명의 먹을거리를 만들고 있는 우리 농민들과 그분들의 노고를 기억하는 주일입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는 일찍이 우리를 살림의 일꾼으로 부르셨습니다.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께서는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그리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창세 1,28)고 말씀하시며, 우리에게 창조물에 대한 살림의 책임과 역할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농민들은 바로 우리 인간이 역사의 시초부터 부여받은 살림의 역할에 가장 충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하느님 창조 사업에 부름 받아 땅과 함께 살아가는 농민들의 현실은 참으로 힘들어 보입니다. 농사지을 땅은 자꾸 줄어듭니다. 농민들이 농사지을 땅이 해마다 2만 헥타르씩 산업 용지나 주거단지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렇게 땅이 줄어들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떨어져 식량부족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서울 여의도 면적의 31배 크기의 농지가 사라지게 되어 방울토마토와 수박, 배추 등 채소 생산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농촌 인구도 해마다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2009년 12월 농촌 인구는 311만 7천 명으로 전 국민의 6.4%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온 국민의 식량을 책임진 농민들이 줄어드는 상황에 4대강 사업으로 인해 24,763명의 농민들이 평생 살아오던 고향을 떠나야 하며, 가족까지 포함한다면 6만 5천 명가량이 고향인 농촌을 등지고 떠나야 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올해 초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를 통해 “광활한 농촌지역의 황폐화와 생산량 감소”(4항)를 우려하셨습니다. 그리고 더욱 구체적으로 농업과 농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면 “소농들과 그들의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적절한 농촌개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10항).”고 하셨고, “농업과 산업의 생산형태를 촉진하려면 순전히 소비 중심적인 심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10항)고 말씀하셨습니다.

 

생태위기 시대, 나날이 줄어드는 농지와 식량문제에 4대강 사업까지 겹쳐 더욱더 힘겨워진 우리 농업과 농촌, 농민들을 살리는 길은 소비 중심적 생활에서 벗어나 ‘생태적 생활양식’을 선택하는 길입니다. 그 길은 물질적 풍요와 개발이 아닌, 가난하고 소박한 복음적 생활방식의 선택입니다. 먼저 도시 성당에서 농민들이 농부이신 하느님의 마음으로 정성껏 농사지은 생명의 먹을거리를 기꺼이 받아 모시며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이것은 바로 우리 교회가 지난 15년 동안 전개하고 있는 나눔과 섬김의 운동인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길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신앙인들은 평화를 일구고 창조물을 보전하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농민 주일을 맞아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땅을 일구며 땀 흘려 생명농사를 실천하고 있는 우리 농민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분들의 노고가 우리와 모든 창조물들과의 평화를 만들어 갑니다. 우리는 창조주 하느님과 우리 농민들이 함께 일구는 이 생명과 평화의 노력을 기억하고 함께 기도해야 합니다. 농부이신 아버지 하느님의 축복이 늘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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