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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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성지를 찾아서: 해외 성지 (1) 시나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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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23 ㅣ No.1657

[성지를 찾아서] 해외 성지 (1) 시나이산

 

 

이집트 이스라엘 이태리는 종교 문화의 발상지로 전 세계인이 동경하는 거룩한 땅, 꿈의 성지이다. 순례자의 발길이 구태여 이곳으로 향하는 것은 하느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여정에 깃들어있는 생명의 향기와, 사람을 각종 억압과 착취의 노예살이에서 풀어주는 사랑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순례자가 되어 종교에 얽힌 전승의 현장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말이 필요없는 확신을 얻게 된다. 때로는 처절한 사랑과 눈물, 때로는 증거자의 자세로 성지를 순례하면 우리네 삶의 자세가 바뀌어진다. 아집과 교만으로 가득한 과거를 벗어버리고, 수고와 피곤이 따르는 일상일지라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은총을 마구마구 받다가, 광야로 불려나간 아브라함처럼 당신을 만날 희망을 다잡을 수 있는게 성지순례의 숨은 매력이다.

 

 

“나는 나다!”고 하신 하느님

 

파라오의 박해를 피해 왕골 바구니에 담겨 나일강에 띄어졌던 히브리인의 아들은 파라오 딸의 동정으로 생명을 건졌다. 파라오의 딸은 물에서 건져진 아기라고 ‘모세’라 불렀다. 파라오는 모세를 듬직하게 여겼으나, 성년이 된 모세는 동족 히브리족을 괴롭히는 이집트 관리를 죽이고, 사막 한가운데인 미디안 땅으로 달아났다. 미디안에는 딸 일곱을 둔 이드로가 있었다. 이드로의 딸들은 아버지의 우물(=이드로의 샘, 작은 사진 1)에서 양떼에게 물을 먹이려고 했으나 불량한 목동들이 괴롭혔다. 이때 모세가 나타나 그들을 쫓아냈다. 아버지 이드로는 모세를 딸 시뽀라와 맺어주고 사위로 삼았다. 모세가 미디안에서 도피생활을 하는 동안, 이집트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아우성을 쳤다. 하느님이 그들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어느날 모세가 양떼를 몰고 시나이산(=하느님의 산, 호렙산)으로 갔더니 야훼의 천사가 떨기나무(작은 사진 2)에 이는 불꽃으로 다가왔다. 모세가 가까이 보러가자 떨기 가운데서 하느님이 “모세야, 모세야”하고 불렀다. 모세가 “예, 말씀하십시오.”고 대답하자, 하느님은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신을 벗어라.”더니 모세더러 곧장 이집트로 가서 이스라엘 백성을 건져내고, 이 산에서 하느님을 예배토록 하라고 했다. 모세가 “하느님의 이름이 무엇이라고 대답하오리까”고 물으니 하느님은 “나는 나다.”고 하셨다.

 

 

시나이산에서 모세에게 발현한 하느님

 

“나는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다.”면서 야훼가 발현한 시나이산은 하느님의 구세사의 현장으로 모세에게 십계명을 내리고, 출애굽을 지시한 곳이다. 기원전 1250년경, 이집트 제19왕조 람세스 2세(BC 1290~1224)에 노예살이하던 이스라엘 사람들을 데리고 박해의 땅 이집트를 탈출(=출애굽)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과 하느님의 중재자로 시나이산에 올랐다. 거짓과 유혹, 노예살이와 억압을 벗어나 당신 품에서 새로운 세상, 인간다운 삶을 계약한 십계명을 받았던 모세처럼 시나이산을 오르기위해 새벽 1시30분에 숙소를 나섰다. “한국의 추위가 살을 에인다면, 시나이산의 추위는 뼈를 깎아내게 될 것”이라는 안내에 중무장을 하고 나섰다. 시나이산은 어디있는지, 깜깜천지에 불빛이라고는 희미한 손전등 밖에 없이 시나이산 순례길 초입에 들어섰다. 갑자기 사막의 별무리들이 쏟아진다. “나, 여기 있어요!” 아! 뭘하느라 별조차 잊고 살았는지...”

 

시나이산을 오르는 길은 두 갈래다. 수도자들이 1400여년에 걸쳐 하나하나 놓은 3,750 계단(=3천계단길)으로 올라가는 길과 우회로가 있다. 해발 1,500m에 위치한 카타리나 수도원을 지나서부터 3천계단길 혹은 우회로를 택하게 되는데, 우회로는 걷거나 낙타를 타고 갈 수 있다. 3천계단길 중턱에는 예언자 엘리야가 기도한 곳이 있다. 우회로에는 베두인족들이 한국말로 ‘낙타!’ ‘낙타!’ 연신외며 낙타타기(12달러)를 권한다. 800m만 오르면 되는데싶어 모세처럼 걷기로 했다. 4분의 1쯤 걸어올랐는데, 지난밤 숙소에서 넘어져 바닥에 부딪힌 가슴이 뜨끔뜨끔 결려왔다. “시나이산에 올라 하느님을 만나던 모세를 생각하며 참자”고 마음먹었으나 나약했다. 결국 낙타를 탔다. “이 정도 고통에 무너지는데, 하느님 당신은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내셨으니...”

 

 

시나이산은 구세사의 시작

 

밤길에 익숙한 낙타는 시나이산 정상 바로 밑 750계단 아래까지 순하게 태워주었다. 정상에는 각국 순례객들이 베두인족들의 담요나 카페트를 빌려쓰거나 베낭을 두른채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더이상 가지 말라고 철책을 쳐놓은 지점에서 일출을 맞았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거대한 바위산들이 바다처럼 둘러쳐진 동쪽 하늘에서 말갛게 솟아오르는 해에 맞춰 각국 순례자·관광객들의 미사, 예배, 묵념, 탄성이 이어졌다. “이 순례가 아브라함을 광야로 불러 내어 당신을 따라 가게 하였듯이 저희도 당신을 만날 희망속에 살게 하소서!”  “아멘, 할렐루야, ......” 알아듣을 수 있는 기도, 없는 기도가 국제적으로 평화롭게 뒤섞였다. 한국 순례객이 절반은 됨직 했다.

 

북쪽에 지중해, 남쪽에 홍해가 위치해있고, 동쪽은 아카바만 서쪽은 수에즈 운하로 아프리카 대륙과 분리되어 있는 시나이 반도는 유일신을 믿는 세계 3대 종교(그리스도교, 유다교, 이슬람교)의 성역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을 체험한 역사적 공간이며, 코란에서는 마호멧이 시나이산을 걸고서 맹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나이 반도의 정확한 지점 어디가 시나이산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7세기경 이슬람 군대에 의해 시나이 반도가 점령되었을 때, 인근 카타리나 수도원이 보호를 받았는데, 이때부터 아랍인들이 현재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수도원 남쪽 해발 2285m 봉우리를 ‘예벨 무사’(모세의 산)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카타리나 수도원

 

어둠속의 시나이산에 올라 죄를 끊고 새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만국 순례객들이 쏘아올리는 무언의 회개로 훤히 밝아진 시나이산, 참 굉장하다. 해가 뜬 시나이산의 하늘은 또 얼마나 맑고 푸른지. 때로는 구름이 무슨 메세지를 주듯이 그런 모양새다. 하산길에 들린 카타리나 수도원(추후 별도 게재)은 15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면서도 무슬림 십자군 나폴레옹 터키군 어디로부터도 훼손받지 않고 온전하게 지켜져온 거의 유일한 수도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방정교회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카타리나수도원의 안에 이드로의 샘과 모세가 하느님을 만났던 떨기나무가 있다.

 

[매일신문, 2007년 1월 25일, 글·사진 최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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