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종교철학ㅣ사상

신심서적 다시 읽기: 너무 깊이, 너무 오래 감추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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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4-09 ㅣ No.248

[신심서적 다시 읽기] 너무 깊이, 너무 오래 감추지는 마세요!

 

 

이 책은 한국인 선교사제로서 처음으로 멕시코에 파견되어 유카탄반도에 위치한 캄페체교구 성 프란치스코 본당 공동체의 책임을 맡아 주님께서 허락하신 작은 체험과 깨달음을 모은 영성 에세이다. 문화풍토가 다른 나라에서 선교사제의 삶과 그 신앙, 그리고 우리 신앙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에 대해 말한다.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

40도가 훨씬 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가정방문을 마치고 성당으로 돌아오는데 말없이 걸음을 옮기는 두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 이렇게 내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리고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은 얼마나 행복한 축제인가?”라고 말한다. 그 소명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고개가 숙여진다. 하느님과의 더 깊고 성숙한 만남을 위해 잠시 하느님을 마음속 어느 조용한 방에 꽁꽁 숨겨두신 형제자매님들과 내가 신부가 되어 어린 시절 가장 무서워했던 뱀과 뱀들의 땅(캄페체는 뱀을 뜻하는 ‘아킴’과 진드기를 뜻하는 ‘페츠’에서 기원된 지명이다.)에 와서 사목을 하고, 형의 야구 글러브가 탐이나 그걸 사려고 오랫동안 비자금을 모아 아무도 모르게 쥐가 다니는 천장에 너무 깊이, 너무 오래 감추었다가 흔적도 못 찾고 잃어버린 쓰라린 추억을 나누고 싶다고 하였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사제의 삶을 말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한 사람도 예외없이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이라는 필연을 앞에 두고 좀 더 자연스럽게 인생의 희로애락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항상 죽음을 묵상하면서 살아가란다. 장례미사를 집전하면서 자녀들에게 “마지막으로 관 뚜껑을 열어젖히고 아버지의 눈, 코, 입, 그리고 나머지 모습 하나하나를 잘 새겨 놓으라고 이른다.” 얼마나 절실한 가르침인가. 냉담으로 장례미사를 거절한 그곳 사제들에게 “죽음 앞에서 소속이 뭐가 그리 중요하고, 냉담 몇 십 년 한 것이 뭐 큰 걸림돌이 되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자식도 없는 선교사제 셋이 모여 자기가 키웠던 강아지 자랑에 열을 올리는 난감한 상황을 팔불출의 행진이라고 해학을 편다. 그리고 사제로서의 삶은 항상 지금이라는 시간과 여기라는 공간 안에서만 존재한다. 이 바깥에는 심연처럼 깊고 어두운 죽음이 우리를 기다릴 뿐이다. 살아 있을 때 해야 할 그 무엇을 묵묵히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감추어 놓은 하느님을 찾는 신앙인의 삶”

“일주일에 한 번쯤이라도 우리의 영혼을 위해 성당에 앉아서 조용히 눈을 감고 주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볼 수 있는 주님의 현존과 귀를 막아야 비로소 들을 수 있는 주님의 음성이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고,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바로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라고 한다. 그러므로 마음에서 밝고 깨끗하고 향기로운 생각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깊이 박힌 욕심들을 들어내고 그 자리를 그대로 비워 두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신앙생활을 몇 십 년 하셨다는 분도, 1년 365일 평일미사를 거르지 않는다는 신자 분을 만나도 마음을 잘 다스리는 분들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그리고 “몸에서 나는 냄새 말고 삶에서 나는 냄새도 있다고 한다. 언행이 바르고 단아하여 향기가 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언행이 불일치하고 어지러워서 말할 때나 행동할 때마다 썩은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반성하란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영혼을 위한 어떤 노력을 하고, 마음공부를 어떻게 하고, 우리 언행은 어떠한지 생각해 보자.”고 말한다. 신앙인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기꺼이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니 만큼 다음의 부정의 방법론인 세 가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가라고 한다. 첫째, 하지 않아도 좋을 일을 하지 않는 것. 둘째, 하지 않아도 좋을 말을 하지 않는 것. 셋째, 갖지 않아도 좋을 것을 갖지 않는 것. 이것을 좌우명으로 삼아 실천한다면 단순하고 경쾌한 삶을 살아가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나를 버리는 것이 신앙이라고 했다.


“사랑을 설명한 글”

중학교 1학년인 몬세는 주교관에서 일하시는 어머니를 따라와 자주 일을 돕는다. 병으로 집에 계신 아버지가 생각이 나서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참아내고 자기 몫인 소시지와 소고기를 소중하게 싸서 아버지께 갖다드린다. 비닐봉지 안에서 심장처럼 뜨겁게 살아서 펄떡이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했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한다. 우리는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죄를 짓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그 지은 죄에 대해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느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회와 용서가 필요하단다.

판치토 노신부님이 죄인임을 자처하며 젊은 사제를 찾아와 무릎을 꿇고 자신의 부족함과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하느님의 용서와 도움을 청하는 고해의 모습에서 말로 다 표현할 수없는 감동과 배움을 얻었다고 했다. 또한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와 다른 사람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을, 내 남편과 다른 사람의 남편을, 내 아내와 다른 이의 아내를, 내 아이와 다른 이의 아이를 절대로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비교하는 순간 공정치 못한 기준에 따라 그릇되게 우월이 가려지게 된다. 비교하고 판단하지 않으면 인간관계가 훨씬 부드럽고 풍요해진다고 하였다.

어느 날, 구걸하는 늙은 여인이 햄버거를 받아들고는 힘없는 목소리로 “바카디(사탕수수를 증류해서 만든 독한 럼주의 일종) 한 병만 사 달라.”고 했다. 여인은 술의 힘으로 연명하는 것 같아서 “술은 절대 안 된다.”고 말은 했지만 “추워서 도저히 잠을 못 잔다.”는 말에 걸려 별 생각을 다 하다가 한 병을 사서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리다가 끝내 주지 못하고 돌아서면서 “주님! 주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여쭙는다. 인간으로서의 어려운 고뇌 끝에 내린 최후의 결정이 아니었을까? 선교사제의 삶이 어찌 쉬우랴. 사랑과 연민으로 떠난 수난과 죽음의 여행은 빈 무덤처럼 아무 것도 없이 텅 비어있는 우리 마음에서 부활로 이어진다며 한마디로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떠나라!(루카 10,3 참조) - 《너무 깊이, 너무 오래 감추지는 마세요!》, 최강 신부 지음, 가톨릭출판사 펴냄

* 약력 :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 월간 『수필문학』 천료. 한국문인협회, 대구수필가협회, 대구가톨릭문인회원. 수필집으로 《내가 선 자리에서》, 《하얀 바다의 명상》, 《느끼며 살며》 등이 있다.

[월간빛, 2015년 4월호,
강찬중 바오로(대명성당,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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