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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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고통은 결코 죄에 대한 벌이 아니다(고통의 의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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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1-10 ㅣ No.378

[레지오와 마음읽기] 고통은 결코 죄에 대한 벌이 아니다(고통의 의미 찾기)



사람은 누구나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한다. 아무리 고통이 의미가 있다하여도 되도록 고통 없이 살고 싶어 하고 나아가 그것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행위를 한다. 그런 행위 중 가장 쉽게 하는 것이 타인에게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고통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는 말도 있듯이. 그런데 과연 그 고통스러운 경험을 남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고통을 더는데 도움이 될까? 

이런 문제를 두고 벨기에 루뱅대학의 에마누엘 제크와 베르나르 림은 실험을 하였다. 이들은 먼저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삶에서 아주 기분 나빴던 부정적인 사건으로, 지금도 떠오르고 가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라고 하였다. 그러자 실험 참가자들은 가족의 죽음이나 이혼 또는 심각한 병이나 학대 등 누가 생각해도 고통스러운 일들을 선택하였다.

실험 팀은 이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상담전문가가 아닌 보조실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하였다. 한 집단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에 대해 긴 시간 대화를 하게하고, 다른 집단은 이 사건과는 무관한 일상적인 대화를 하게했다. 그리고 일주일과 2개월 뒤, 다양한 설문조사를 통하여 감정적인 행복지수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는 어떠하였을까? 결과는 고통스러웠던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 한 사람들이나 일상적인 사건을 이야기한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별 차이가 없었다. 즉 심리상담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람들과의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대화는 당시는 속이 좀 후련하고 좋다는 느낌을 받을지 모르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고통스러운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글쓰기는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

심리학적으로는 ‘표현적 글쓰기’가 효과적이다. 즉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이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느낀 점을 매일 몇 분씩 일기형식으로 쓰는 것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해고당한 실험참여자들에게 해고가 자신의 삶과 직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글로 표현하게 도와준 결과, 심리적, 육체적 행복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과 글은 공통점도 많지만 그 표현에서는 아주 다르다. 전자는 체계가 없고 비조직적이며, 심지어 혼란스럽기까지 하지만, 후자는 줄거리와 구조가 잘 잡혀 사건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즉 말은 자칫 혼란을 더 부추길 수 있지만 글은 해결 방안을 찾으려는 접근 방법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주된 소통 도구인 문자, 카톡 등은 형태는 글이지만 실제로는 앞뒤를 생각할 틈 없이 그냥 떠오르는 것을 ‘손가락으로 내뱉는 말’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런 글들은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주거나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왜냐하면 말을 할 때는 상대를 오감으로 받아들여 지나친 오해는 없지만, 문자로만 받아들이게 되면 오해가 쉽고 나아가 어느 광고의 카피처럼 “기록은 기억을 지배”할 정도로 그 뒤의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A성당의 한 쁘레시디움에서는 단장과 단원 사이에서 분란이 일어났다. 사연인 즉 본당 청소 후 각자 돈을 내기로 하고 식사를 할 때, 단장이 몇 번이나 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었는데 단장은 식사비를 내지 못할 정도로 자신은 가난하지 않다며 분명히 냈다고 했다. 이런 말다툼이 진행되는 과정에 한 단원이 ‘그 돈 없으면 내가 내겠다’고 하여 단장을 더 화나게 했다. 그 후 관계 개선을 위해 그 단원이 문자를 보냈는데 아직 화가 다 풀리지 않은 단장이 자신의 입장을 문자로 답하게 되면서 서로 상처 내는 말들이 오고 가게 되었다. 결국 이 문제가 불거져 Cu. 단장이 나서서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며 기도하라고 하였지만 이미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단원들은 대거 탈단하였다. 결국 그 Pr.은 소수의 인원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 되어 해체의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야기하기보다 묵주를 들어라

우리 신자들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신비체의 지체로서 예수님께서 지신 십자가를 지고 가야하는 의무가 있다. 그 고통을 이겨내고 승화시키는 다양한 방법들을 교회는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여러 형태의 기도, 성체조배, 미사, 각종 전례 등을 통하여 성령께서는 우리를 도와주신다. 특히 레지오 단원들이 많이 바치는 묵주기도는 하느님께서 고통을 넘어 사랑과 생명을 주신다는 것을 알게 하여 고통을 받아들이게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심리치유적인 방법이 있다면 그 Pr.의 단장과 단원들에게 각자 사건에 대하여 글쓰기를 해오라고 하여 스스로 사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이때는 사태를 설명하는 글보다는 주님께 자신의 마음을 아뢰는 형식을 권하면 더 효과적이다. 

어찌하였든 생각지도 않은 고통이 왔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고통은 병을 고치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우리가 고통을 겪을 때 벌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고 아우구스티노 성인(St. Augustine)이 말씀하셨으니 고통을 무조건 거부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니 그때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야기하기보다는 묵주를 들고 조용히 십자가 앞에 앉으라.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주님께 마음을 담은 글쓰기를 해보라. 그러면 고통의 원인과 해결법 즉 그 고통의 의미를 찾아 낼 수 있으리라.

“고통은 병을 고쳐 주거나, 힘을 북돋아 준다. 고통은 결코 죄에 대한 벌이 아니다.”(교본 94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11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인터넷 중독 전문상담사, 서울서초여성회관 독서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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