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강론자료

0920-순교성인축일-이동-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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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3-09-20 ㅣ No.495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0920]

 

        지혜서 3,1-9     로마서 8,31ㄴ-39    루가 9,23-26

    2003. 9. 21.

주제 : 나와 하느님을 연결하는 끈(?)

 

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신앙을 증거 하다가 생명을 바친 분들을 기억하는 축일입니다.   1776년 이 땅에 천주교가 학문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이래 1866년 병인박해까지 순교하신 많은 분들, 그리고 지난 1984년에 교황님에 의해 성인으로 선포된 103위 성인을 포함하여 그분들을 함께 기억하는 축일입니다.

 

사람에게 기억은 참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기억은 현실생활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조상들이 보여준 삶에서 따르고 받아들일 긍정적인 것들이 있고,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이 보여준 삶에서 피해야할 부정적인 것들도 섞여 있는 세상에서 그것들을 올바로 구별하는 것도 우리의 기억이 하는 일의 한 가지일 것입니다.

 

이 땅에서 신앙 때문에 순교하신 분들은 1만3천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2003년 현재 신앙인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보다는 훨씬 적다고 하더라도 그분들이 보여준 삶의 본보기가 약 200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 지금과 같은 열매를 맺은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역사의 초창기에 ‘신앙인의 피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씨앗’이라는 말을 남긴 떼르뚤리아누스 성인의 말씀을 떠올게 하는 것이 신앙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말처럼, 내가 드러내는  신앙의 모습이 훗날에는 어떤 결과로 남을 것인지 미리 생각하고 좋은 결과를 남길 수 있도록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내 눈에도 다른 사람의 눈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신앙을 따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군지 구별하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신앙인으로 사는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갖고 있는지 돌이키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가진 자세는 알게 모르게 삶을 통해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신앙인으로서 우리가 갖고 살아야 할 자세에 대한 말씀입니다.  지혜서 말씀에서는 현실에서 의로운 사람이나 하느님 앞에서 의로운 사람으로 남고 싶은 사람들이 갖고 살아야 할 마음자세를, 두 번째 로마서 독서에서는 하느님을 알고 따르려는 우리가 갖고 살아야할 현실의 자세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복음에서는 내 삶의 십자가와 그 십자가에 대한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들었습니다.  두 개의 독서와 복음 말씀의 내용 모두 우리가 따라 살기 쉬운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손쉬운 것, 저마다 힘들지 않고 효율은 높은 것을 찾는 세상에서 신앙이 이야기하고 우리에게 알려주는 대로 사는 일은 세상의 논리와 반대로 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신앙에서 제시하는 삶의 방법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그 모습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먼저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의 삶은 있던 것도 없애고 없앤 것도 다시 만들며 혼란을 거듭하지만, 신앙은 우리의 삶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신앙이 우리에게 밥을 주는 것도 아니고, 입을 옷도 주지 않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엉터리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신앙을 받아들이고 그 신앙에서 가르치는 대로 살았던 신앙의 조상들을 생각한다면 그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좀 더 신중해져야 할 일입니다.  함부로 할 수 있는 판단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니 판단이야 함부로 할 수는 있겠지만 한번 내 몸으로 보인 삶은 내가 마음이 바뀌었다고 해서 없던 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우리보다 먼저 신앙을 증거 하신 분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신앙을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 신앙을 우리가 어떻게 드러내고 사는가에 따라 삶의 모습은 달라집니다.  우리들 중의 많은 사람은 자신이 가졌다는 아름다움을 치장하고 드러내서 다른 사람들에게서 아름답고 예쁘다는 칭찬을 듣기 원합니다.  그런 칭찬에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이 예의라는 교육도 받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몸의 아름다움처럼 신앙도 그런 것의 하나가 될 수 있어야 우리도 참으로 하느님의 자녀로 산다고 하는 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정하상 바오로 성인, 그리고 이 자리에서 이름을 말하지 않는 더 많은 성인과 순교자들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자신의 신앙을 고문하는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려고 했는지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할 일입니다.

 

신앙인으로 가야할 올바른 길은 십자가를 힘겹게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둥켜안아야 하는 삶이고, 하느님을 향하고 그분의 뜻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사람으로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자세로 살아갈 수 있다면 세상에서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 하느님이 원하시는 뜻을 실천할 수 있기를 기도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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