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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유사영성 운동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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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8 ㅣ No.221

유사영성 운동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대안

 

 

1. 영성교육을 위한 두 가지 접근방법

 

한국사목연구소에서는 2004년 2월, 5월, 6월 세 차례에 걸쳐 유사영성 운동 대책 마련 워크숍을 개최한 바 있는데, 여기에서 제시된 방안들을 두 가지 방향에서 정리해 볼 수 있겠다. 

 

먼저, 기본적으로는 성사생활을 하고 있는 신자들의 신앙을 좀 더 깊게 해주고 현실에서도 복음정신으로 투신하게끔 돕는 것이다. 이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는 향심기도, 예수마음 기도, 이냐시오 영신수련, 렉시오 디비나(성독), 성체조배, 묵주기도, 떼제기도 등의 기존 영성 프로그램들을 대중화 또는 활성화하는 것인데, 이러한 프로그램의 대중화를 바탕으로 더 이상의 신자 이탈을 방지할 수 있으리라 본다. 

 

두 번째로, 이름뿐인 가톨릭 신자들을 비롯하여 타종교인, 무신론자 같은 잠재적인 그리스도인들을 적극적으로 인도하는 방안이다. 물론 여기에는 확고한 신앙을 바탕으로 부단한 연구와 실험을 마다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이들을 향해서는 안정되고 수준 있는 전통적 영성 프로그램들이 효과가 있겠지만, 천주교에 문외한이면서도 마음의 평화, 영육의 건강을 추구하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하는 데 너무나 고답적이고 종교적이기만 한 용어나 구조방법이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점에서는 일반인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유사영성 운동의 방법을 참조할 만하다. 유사영성 운동의 일부 방법들은 간혹 성스러움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뿐 아니라 진정한 종교로 입문할 수 있는 길의 역할을 해주고, 신앙에 대하여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2. 현대의 흐름 읽기

 

지금까지 전통적인 가톨릭 교회의 영성은 십자가와 죄를 중심으로 고통, 순교, 희생, 헌신, 극기, 금욕, 절제의 덕을 중시하면서 복음과 교회법, 공동체의 질서와 규칙에 순종적이면서 봉사와 책임을 다하는 하느님의 종, 그리스도의 일꾼, 목자의 이미지에 충실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주로 생명, 자연, 건강, 행복, 평화, 자유, 심신의 고요와 쉼, 사랑과 희망으로 이루어지는 전 우주적 일치, 조화와 균형 있는 심신의 발전, 세상의 하나 됨 등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교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스도인의 궁극적 가치와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하더라도 좀 더 긍정적인 언어와 사고와 외양이 필요하다. 참으로 불멸의 가치를 지녔고, 아름다운 진리를 가졌다는 자부심만으로 우리의 복음과 교회의 전통을 지키기란 이제 아주 힘들게 되었다. 억압적이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강의와 세미나, 천편일률적인 방법으로 진행되는 연수와 피정은 영적 갈증을 해소하려는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매력이 없다. 

 

 

3. 구체적 제안

 

워크숍에서 나온 여러 의견들 가운데 유사영성 운동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구체적 대안이 될 만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현대에 맞는 프로그램화

 

똑같은 교리 내용이라도 주입식 교리교수라는 진부한 방식 대신 현대인의 구미에 맞는 방식으로 프로그램화한다. 예를 들면, 이냐시오식 영신수련이나 예수마음 기도 등에 4일, 8일, 40일 등의 피정 프로그램이 있는 것처럼, 세례성사나 성체성사 그리고 미사 전례를 위한 피정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 손쉽게 기도하는 방법 개발

 

일반 신자들이 쉽게 접근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기도방법을 개발 보급하여 집에서 가족끼리 또는 친구, 동아리끼리 함께 기도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 중에 성서읽기 운동은 개인이나 단체로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데, 성서통독피정이나 포콜라레식의 생활말씀 나누기 같은 방식도 효과적이다. 묵주기도와 떼제기도도 가정과 또래가 모여서 할 수 있는 좋은 기도인데, 굳이 떼제기도라는 이름으로 하지 않더라도 다양하게 이를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의무적으로 참례하는 미사 전례 안에서 신자들이 기도를 하고 감성적인 부분도 채우는 것이 유사영성 운동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예수회, 베네딕도회 등을 포함한 여러 수도회가 손쉽게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도방법을 개발하여 신자들을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3) 지도자 양성

 

성직자뿐 아니라 수도자, 평신도를 대상으로 영성 지도자를 양성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영신수련을 대중적으로 보급하려면 영신수련을 위한 영적 봉사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필요가 있겠다. 예수회원이 아니더라도 교구 사제, 수도자, 그리고 일정한 조건을 갖춘 평신도를 대상으로 서강대학교나 가능한 교구에서 양성과정을 만들어 영적 봉사자들을 배출하면서 각 본당이나 교구에서 영신수련을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4) ‘영성센터’ 설립과 영성 지도자들의 네트워크 구성

 

영성센터를 설립하고 영성 지도자들의 공식 모임을 형성하여 네트워크를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여 효율적인 영적 지도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자신의 단점과 문제점을 보완하고, 외국의 좋은 영성수련 방법에 관한 정보도 교환함으로써 더더욱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사목연구소 안에 교회영성 프로그램, 곧 렉시오 디비나, 이냐시오 영신수련, 성체조배, 묵주기도, 떼제기도, 향심기도와 예수마음 기도 등을 보급하는 분과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신자들의 여건에 맞게 만들어지고 각종 피정센터나 교육기관에서 실시되어, 영성 프로그램들을 체험한 신자들이 각 교구에 적절한 조직을 갖추고 후속모임을 계속하게 된다면 그 조직은 자생력을 갖추어 성장해 갈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이러한 영성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센터들이 함께 연대하고 이를 연구소가 지원해 준다면 더욱 효과적이고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 또한 사제를 양성하는 신학교에서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교회의 각종 영성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훈련해 간다면, 이러한 체험 속에서 살아온 신학생들이 사목일선에 들어서게 될 때 교회 내의 영성 프로그램이 적절하고 올바르게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다.

 

5) 우회적인 선교방법 도입

 

완곡한 방법으로 비신자들에게 그리스도교의 장점과 지혜들을 먼저 체험시킨 다음에 자발적으로 교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안내하는 방법을 고안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서번트 리더십(The Servant Leadership, 제임스 C. 헌터)’의 교육과정 중에 최고의 경영자, 최고의 리더는 바로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정의가 있다. 자발적이고 모범적인 희생 봉사에서 권위가 생겨나고 그 권위로부터 리더십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논리로 세미나를 주관해 가는 가운데 절정에 이를 때쯤, 과연 누가 최고의 경영자요 리더인가 하는 질문이 나오게 마련인데, 그때 세상에서 가장 권위 있고 존경받은 리더는 바로 복음서의 예수 그리스도였다는 대답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렉시오 디비나, 향심기도, 이냐시오 영신수련 등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6) 몸의 수련을 기도와 묵상법에 도입

 

현대의 위대한 발견이라면 인간을 구성하는 몸과 정신이 따로따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몸과 정신은 긴밀하게 서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현대의 심리학은 계속해서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의 심신수련은 몸과 정신을 구분하여 육체는 악하거나 죄스러운 것이고 정신만이 고귀한 것임을 은연중에 강조하는 심신이원론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시각에서 벗어나 묵상기도를 몸의 차원에서 정신의 차원 그리고 심령의 차원으로 들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렉시오 디비나 또는 이냐시오 영신수련에서도 묵상에 앞서 묵상의 준비단계가 요구된다.

 

7) 평신도 중심의 영성 개발

 

수도회 중심의 영성을 일반인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을 탈피하려면 평신도 중심의 영성이 새롭게 개발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영적 지도, 영적 상담소의 필요성에 대해 주지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생활 상담, 가정 상담을 원하고 있고, 영적 상담, 영적 지도 또는 치유에 대한 영적 프로그램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8)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하느님 체험 프로그램 개발 

 

마치 불교에서 잠재적인 불자들을 겨냥해서 주로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종교에 상관없이 일반인 모두에게 열린 선 수련의 장을 제공하듯, 우리 역시 잠재적인 그리스도인들을 겨냥하여 천주교 입문을 전제하지 않은 만남과 명상을 체험하는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외양과 구조를 선택하되, 내용은 전통 영성 프로그램으로 먼저 하느님의 현존과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성체성사의 본질에 대해서 또 묵주기도가 담고 있는 구세사의 신비나, 성서가 담고 있는 불변의 지혜들을 다루면서도 그를 통해 인간 삶의 도정을 과감하게 조명하고 더 나은 가치를 선택하는 힘을 얻게 하는 식의 열린 프로그램 등을 연구 개발할 필요가 있다.

 

9) 사례 모음

 

- 수원교구 남양 성모성지: 단순한 반복 위주인 묵주기도를 순교 영성과 연계해서 하는 기도 방법을 개발하여 시행하고 있다.

 

- 전주교구 홍보국: 성모성월을 기념해서 묵주기도를 주제로 한 ‘가족을 위한 영성피정’을 실시하였다.

 

- 대전교구 가정사목부: M.E. 회원들을 중심으로 존 포웰 신부가 지은 『가족』이라는 책자를 바탕으로 13가정의 부부, 자녀, 봉사자를 대상으로 가족피정을 가졌는데, 잠들기 전 온 가족이 묵주기도를 하면서 사랑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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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유사영성 운동의 현황과 확산 대책 보고서-가톨릭 영성 프로그램 개발 보급을 중심으로』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 편찬, 2005년) 가운데 “‘신흥영성 운동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대안 연구’ 워크숍에서 나온 제안들”(101-110면)을 재정리한 것이다.

 

[사목, 2005년 9월호, 이유남(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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