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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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3-13 ㅣ No.1778

[빛과 소금] 성찰

 

 

여러분, 여러분은 예수님과 자주 면담하시는 편인가요? 이번 주에는 여러분과 ‘예수님과의 면담’이라고 할 수 있는 ‘성찰’(省察, examination of conscience)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사제, 수도자, 평신도분들 가운데 자신의 영신적인 사정을 위하여 정기적으로 영적 지도자를 찾아가 영적 상담이나 영적 지도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적 지도자를 통하여 면담자는 하느님께로 향하는 자신의 방향성과 현 위치를 인식하게 되고, 다시금 주님을 향하여 방향성을 고정할 결심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러한 ‘자기 인식’은 보통 기도 시간 안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기도하는 영혼은 주님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상황을 주님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어(객관화), 보다 투명하고 명확한 시선을 갖게 됨으로써, 자칫 우리의 생각이 ‘인간적’(흔히 권태, 불평, 한숨, 한탄,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흐르게 되는 것에서 보호받게 됩니다. 그래서 기도함으로써 우리는 항상 ‘깨어 있을’ 수 있습니다(마태 24,42-43; 마르 13,34-37; 루카 12,37; 1코린 16,13; 콜로 4,2 참조).

 

그런데 이렇게 정기적인 면담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가 ‘인생’이라는 ‘긴 피정 기간’ 중에 영적 지도를 해 주시는 분인 ‘성령’과의 개인 면담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루를 마치며 맞이하는 ‘성찰 시간’입니다. 이러한 성찰의 순서와 형식은 우리가 매일 드리는 『가톨릭 기도서』의 ‘저녁기도’의 기도문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저녁기도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주님, 오늘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지은 죄와 의무를 소홀히 한 죄를 자세히 살피고 그 가운데 버릇이 된 죄를 깨닫게 하소서.”

 

겉으로만 보면 단순히 오늘 하루의 잘못과 죄만을 살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죄’라는 기준을 통해 오늘 하루 전체를 주님께 솔직히 열어 보여 드리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즉 다시 말해, 우리의 하루를 온전히 주님의 빛에 비추어 봄으로써 오늘 하루에 대한 주님의 말씀이나 조언을 ‘듣는 시간’(1열왕 3,9; 루카 1,29; 2,19; 사도 10,19)인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가장 중요한 ‘사랑의 삼중 관계’(하느님-나, 나-세상, 나-나)를 점검할 수 있습니다. 우선 오늘 하루, 하느님 사랑을 거스른 점이나 의당(宜當) 계셔야 할 하느님의 자리에 다른 것(애착)은 있지 않았는지, 우리 하루의 화살표 방향은 하느님과 나 둘 중에 어디였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둘째로, 우리는 오늘 하루 이웃 사랑을 거스른 점은 없었는지, 이웃 안에 계신 주님을 바라보았는지, 죄보다 더 큰 사랑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행위인 ‘용서’하는 삶을 어떻게 살았는지, 가끔 오히려 소홀히 대하기 쉬운 ‘가장 가까운 이웃’인 가족에 대한 사랑은 어떠했는지 등을 살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자신의 약함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자신의 약함도 ‘나’라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었는지, 자기 비하나 경멸은 없었는지 바라보는 것입니다. 성찰을 마치면서 “주님, 이러한 저에게 마지막으로 해주실 말씀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과 함께 잠시(2~3분) 고요 속에 머무시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의 주님과의 면담 방식인 ‘의식 성찰’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죄와 더불어 우리의 ‘의식의 흐름’도 함께 점검해 보는 방식입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는 가운데(시간·사건·만남 순으로), ‘마음의 움직임’이 컸던 시간(위로나 불안의 자리)을 한두 개씩 뽑아 보는 것입니다. 마음의 위로(평화, 감동, 환희, 따스함)와 불안(두려움, 걱정, 당황, 슬픔, 짜증, 분노)이 유달리 컸었던 장면 안에 머무시면서 주님께 그 의미를 고요히 여쭙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주님과의 면담인 ‘성찰’이 여러분에게 매일의 ‘개인 피정’이 되면 좋겠습니다.

 

[2022년 3월 13일 사순 제2주일 인천주보 3면, 송기철 이사악 신부(인천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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