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
(백)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이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강론자료

한가위 축제일-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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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3-09-10 ㅣ No.488

한가위 축제일

 

        요엘 2,22-24.26ㄱ    묵시 14,13-16       루가 12,15-21

    2003.  9. 11.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신 분들이 하느님의 은총을 누리기를 기도하는 추수감사절입니다.  절기는 추석, 추수감사절에 해당합니다만, 올해의 추수는 예년에 비해서 낙심할 정도로 서글픈 소식도 들리고 근래 10년만의 흉년이라는 소식도 들립니다.  세상살이에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만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이 우리의 삶을 몰라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답한 사람은 하나 둘이 아닐 것입니다.

 

지난 월요일에 시골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텔레비전 소식을 통해서 듣기만 했던 황당한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추수가 가까워진 시간이었는데도 벼들은 온통 새파란 머리를 하늘 높이 들고 있었고, 고추밭의 열매들은 여기저기 시커먼 색깔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번 보고 지나갈 저도 황당하다고 느꼈는데, 그런 녀석들을 부둥켜안고 살아야하는 농부들이 느낄 서글픔은 제가 말하는 것과 차원을 달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이 이렇게 힘없게 만든다고 해도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격언도 있고, 오늘이나 올해만 내가 살 수 있는 마지막 삶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방법을 찾아야만 할 일입니다.  이런 현실의 어려움을 겪는 우리에게 오늘 요엘 예언서의 말씀은 우리와 상관없는 듯한 말씀입니다.  타작마당 곡식의 풍성함, 사람을 흥겹게 하는 음료의 풍성함을 말하는 이야기는 올해 2003년의 우리나라 상황과 맞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허탈하다고 말하는 것도 농사를 지은 사람의 입장에 비교할 일은 아닙니다.

 

묵시록 독서에는 우리보다 먼저 이 세상의 삶을 마친 사람들에게 적용될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 가운데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 그리고 우리가 이 자리에서 기억하는 사람, 또 하느님의 자비를 기도해줄 후손을 남긴 사람들은 행복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이겠습니까?  현실에 사는 우리도 행복을 찾고 행복을 원하지만 행복이 어떤 것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신앙인의 생활도 쉽지는 않습니다.  쉽고 편한 생활을 기대하고 신앙인의 길에 들어선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신앙인으로 산다고 말하면서, 그리고 하느님께서 배려하시는 자비를 기대하는 사람으로서,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대로 살려고 하는 사람은 목표나 목적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축복은 내가 원한다고 받는 것이 아닌 탓이기에, 이 자리에 모여 우리가 세상을 떠난 부모님과 선조들을 기억하며 가져야할 올바른 마음자세는 세상을 떠나신 분들이 이미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축복에 함께하고 있다고 믿어야 할 일입니다.  

 

루가 복음에 나오는 부자는 아주 현실적인 사람이고 참으로 단순한 사람입니다.  밭농사를 짓던 그는 어느 해에 많은 소출을 얻게 되었는가 봅니다.  참으로 복되고 행복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행복으로 가는 길을 선택하려고 했다면 올바른 지혜가 무엇이었는지도 알았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애석하게도 그는 소출을 모아둘 창고를 넓게 짓는 일만 생각했지, 자신을 이 세상에 내신 하느님의 의도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삶에서도 이런 일은 여러 가지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멀리 볼 것도 없습니다.  자신을 돌아보면 아는 일입니다.  길게도 말고 30초만 생각해도 아는 일입니다.  나는 과연 하느님의 뜻을 올바로 알아듣고 실천하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오늘 미사에서 내가 기억하는 선조들이 정말로 하느님의 축복을 받을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도 그 기쁨에 참여할 삶의 방법을 실천해야 합니다.

 

추수감사절, 올해는 예년과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이 현실에 실망하고 주저앉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이 생각을 달리 갖는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하늘을 향하여 한숨을 쉬는 것도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할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선조들과 조상들을 생각하며 우리가 하는 기도는 그분들이 계시는 하늘나라에서 울려 퍼질 기쁨의 노래가 될 것입니다.  그러한 결과를 만들려면, 나는 힘겨운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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