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목)
(백) 성 아타나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너희 기쁨이 충만하도록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수도 ㅣ 봉헌생활

봉헌 생활의 해, 완전한 사랑6: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1-18 ㅣ No.501

[봉헌 생활의 해 - 완전한 사랑] (6)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형제들과 함께 기도하고 일하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왼쪽)경기도 양평에 있는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정하상 바오로 수도원. (오른쪽) 정하상 바오로 수도원 수사들이 낮기도를 바치고 있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에 있는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정하상 바오로 수도원을 향해 출발하던 날 아침, 서울은 간간이 눈발이 날렸다. 승용차로 한 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수도원은 이미 눈밭이었다. 하얀 눈으로 둘러싸인 수도원은 고요하고 포근했다.


최영선 수사가 수도원 건물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조조울 카페에서 기자를 맞았다. 조조울? 카페 앞을 지나는 개울 이름이란다. 카페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작은 나무집에 의자도 몇 개 되지 않고 개수대도 따로 없어 설거지는 수도원에서 해야 한다.

최 수사는 “프란치스칸 수도회들이 봉헌 생활의 해를 맞아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을 따르고자 펼치고 있는 ‘느ㆍ작ㆍ불(느리고, 작고, 불편하게) 운동’의 정신이 담긴 카페”라고 설명해줬다. 세상과 떨어진 듯 가까이 있으면서 프란치스코 성인을 담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사는 곳, 정하상 바오로 수도원이 안겨준 첫인상이다.

정하상 바오로 수도원은 이름이 3개다. 수도원이면서 콜베 마을이자 성모 기사회 한국 본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수용소에서 다른 이를 대신해 목숨을 내놓은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폴란드, 1894∼1941) 신부가 이 수도회 소속이고, 성모 기사회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성인이 1917년에 세운 국제 성모 신심 단체다. 콜베는 수도회 한국관구 수호성인이기도 하다. 수도원 이름에 정하상 바오로를 붙인 것은 수도원과 가까운 곳에 생가가 있는 정하상(1795~1839) 성인의 순교 신앙을 기리기 위함이다.

수도회 9개 공동체(미국 1개 포함) 가운데 하나로 9명이 함께 사는 정하상 바오로 수도원의 주요 사도직은 성모 기사회 본부로서 성모 마리아를 본받아 하느님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배우는 신앙의 요람이 되는 것이다. 주요 활동은 △매월 「성모 기사」 발행 △인터넷 방송국(www.ikolbe.com) 활동 △피정의 집 운영 등 크게 3가지다. 농사도 짓고 효소도 만들어 판매한다. 수도원 주변의 좋은 약초로 만드는 효소는 환자들뿐만 아니라 수도원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

2012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인터넷 방송국은 선교하는 데 홍보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한 콜베 신부의 뜻에 따라 설립됐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인터넷만큼 중요한 매체도 드물기 때문이다. 공소와 교회 공동체 탐방, 사회정의 현안 관련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갖췄다.

이민우 신부가 인터넷 방송에 올릴 영상물을 편집하고 있다.


서강대 영상대학원에서 연출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이민우 신부는 “미사나 교리 교육 등 직접적인 사목도 중요하지만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는 영상 사목도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수도회 인터넷 방송국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쉽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특정 사도직이 없다. 굳이 꼽으라면 프란치스코 영성을 기초로 상황에 따른 교회의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다. 그러니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런 수도회가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형제애와 공동체다.

먼저 수도원의 일과를 보자. 아침 6시 30분 미사→ 7시 아침 기도→ 7시 30분 아침 식사→ 9시 일과 시작→ 11시 45분 낮 기도와 점심 식사→ 오후 1시 오후 일과 시작→ 5시 45분 저녁 기도와 성체조배→ 6시 30분 저녁 식사→ 끝기도…. 정해진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은 따로 없다. 기도와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수도원장 이태영 신부는 “수도원 형제들이 같이 먹고, 기도하고, 일하고, 대화하는 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며 “현대 사회에서 갈수록 희박해져 가는 공동체 영성을 살리는 것만큼 중요한 사도직도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저 형제가 정말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형제애를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면서 수도원 공동체 생활의 중요성과 기쁨을 강조했다.

최영선 수사도 이 신부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최 수사는 “수도 생활은 퍼즐과 같아, 자꾸 부딪히다 보면 결국 자리를 잡게 된다”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함께하는 수도회라는 게 참 좋다”고 뿌듯함을 내비쳤다.

수도원은 주변 산자락에 오솔길을 내고 그 길을 걸으며 하느님을 묵상하는 숲 체험 피정을 계획하고 있다. 누구보다 자연을 사랑한 성인이 수도회 설립자 프란치스코다. 지금의 임시 건물이 아닌 제대로 된 피정의 집을 짓고 싶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다.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피정의 집과 싱그러운 숲 속의 산책을 상상해본다. 마음이 절로 평화로워진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날, 꼭 다시 한 번 찾겠다는 기대감을 안고 수도원을 떠났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너무나도 친숙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이탈리아, 1181∼1226)가 1209년에 세운 수도회다. 수도회는 1274년 7대 총장이던 성 보나벤뚜라가 세상을 떠나자, 복음을 전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봉사하고자 도시 안에 공동체를 세우고 살아가는 꼰벤뚜알(‘공동’이라는 뜻) 형제들과, 엄격한 가난과 함께 프란치스칸 영성 가운데서도 은수자적 측면을 강조하는 영성파 형제들로 나뉘었다.

1517년 교황 레오 10세는 두 그룹을 법적으로 완전히 분리했고, 1528년 영성파 그룹에서 다시 카푸친이 떨어져 나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성 프란치스코를 창설자로 모시는 수도회는 △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 작은 형제회 △ 카푸친 작은 형제회 등 3개가 됐다.

꼰벤뚜알회는 공동체성과 작음, 그리고 형제애를 강조하면서 교회와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선교 사도직에 적극적이다. 이에 비해 작은 형제회는 작음과 가난, 관상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편이다.

꼰벤뚜알회는 1958년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본당 사목과 사회복지 사업, 피정의 집, 재속 프란치스코회 영적 보조, 성모 기사회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1년 관구로 승격했으며, 회원은 80여 명이다. www.ofmconv.or.kr

[평화신문, 2015년 1월 18일,
글ㆍ사진=남정률 기자]



3,661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