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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성 아타나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너희 기쁨이 충만하도록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종교철학ㅣ사상

신심서적 다시 읽기: 나를 위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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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1-12 ㅣ No.265

[신심서적 다시 읽기] 나를 위한 시간



옮긴이의 말에서, 지은이 “노트거 볼프 수석 아빠스님은 오틸리엔 베네딕도수도회에서 37세 때 아빠스로 선출되었다. 당시 수도회에서는 아빠스님의 큰 형님이나 아저씨 또는 아버지뻘에 해당되는 회원들이 상당했을 텐데…. 그런데도 장상에게 순종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수도원에서 젊은 회원을 장상으로 선출하였다니 그 판단력과 성숙한 태도가 놀랍다.”고 하였다. 수석 아빠스님은 본문에서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아빠스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많은 사람이 본질적 삶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낸다는 게 사치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우리는 왜 태어났는가를 묻고 답한다. 살아가면서 시련과 고통도 없지 아니하나 행복하고 기쁘게 살기 위하여 태어난 존재라고 한다. 깊이 묵상해야 할 말이다.

하나, 기쁘게 살기 위해 태어났다. 우리는 행복하고 기쁘게 살기위하여 태어난 존재이지 고통을 겪고 불행해지려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태어나는가?”라는 물음에 “기쁨으로 살아가기 위해 태어났다.”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수도생활에 있어서도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남을 돌볼 수 없듯이 먼저 자신을 돌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클레르보의 베르나르도가 피사의 에우제니오 3세 교황 베르나르도에게 한 말) 또 성경에서도 “언제나 기뻐하십시오.”(1테살 5,16)라고 말하듯이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안에 언제나 기쁨이 있음을 본다. 자신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의식적으로 시간을 할애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은가? 우리 모두가 기쁘게 살기 위하여 태어났으니 우리는 자신에게 늘 기쁨을 주어야 한다.

둘, 휴식에서 힘이 솟는다. 하루 종일 숨 쉴 틈도 없이 일하고 점심식사도 몇 분 안에 먹어치우고 다시 일에 빠졌다가 저녁에는 지쳐 녹초가 되어버리면 어디서 삶의 재미를 찾을 수 있을까? 삶에는 휴식이 있어야 한다. 휴식은 긴장을 풀어주고 숨을 쉬게 하며 원기를 회복시켜 준다. 멈추어 서는 사람은 좀 더 깊이 인지할 수 있고, 좀 더 정확하게 볼 수 있으며, 좀 더 주의 깊게 귀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40여 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휴가 한 번 내지 못한 바보 같은 삶을 이제야 후회한들 무엇하랴만…. 이제 모든 사람들에게 휴식의 리듬을 주어 활력을 찾게 해야 하지 않을까?

셋, 고통은 자연의 법칙이다. 누가 고통을 좋아하랴마는 고통은 인간 삶의 실재이다. 찰스 코우만의 실험을 생각한다. “그는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위하여 고치구멍을 뚫고 나오는 광경을 긴 시간 관찰하였다. 나비가 몸부림을 치며 긴 시간 애를 쓰는 게 안쓰러워 가위를 가져다가 크게 구멍을 뚫어 주었다. 나비는 고치에서 쉽게 빠져나왔다. 나비는 날개를 질질 끌며 바닥을 왔다 갔다 하더니 죽어버렸다.” 생명체는 고통없이 성장할 수 없고 너무 편하면 죽는다고 한다. 우리는 고통을 해결할 수 없다. 고통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우리가 고통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고통 안에서 숨을 쉴 수 있다.

넷, 주일의 의미와 가치. 6C! 일은 노예들이나 하는 것으로 인식하던 문화권에서 생활한 베네딕도 성인은 수도규칙에서 주중에는 기도와 일을 번갈아 해야 하고 주일에는 독서를 위한 자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다. 성경의 전통에 따르면 주일은 멈춤과 휴식의 날이다. “너희는 엿새 동안 일하고, 이렛날에는 쉬어야 한다.”(탈출 34,21) 주일의 의미와 가치는 지속적으로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요청과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날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주일은 부활축제를 지내는 주님의 날이다. 주일미사를 함께 봉헌하는 것은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고 자신의 자유를 결정짓고 신장시키는 일이다. 주일미사를 신앙생활의 중심으로 삼아 다시 이 안으로 들어오는 현대적 공동체의식을 형성해야 한다. 그러면 공동체는 우리 사회를 다시 하나로 엮어주는 세상의 소금이 될 것이다.

다섯, 날마다 감사하자. 나이 탓인지 자주 뒤를 돌아보게 된다. 감사는 영성의 핵심이다. 일생동안 일어난 모든 일을 받아들일 수 있고, 모든 것이 선물임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감사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내면세계가 깊기 때문에 감사한 것들에 대해 지각이 생긴다고 한다. 감사한다는 것은 ‘예’하며 내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모든 것은 결국 하느님 손안에 놓여 있음을 생각하자.

여섯, 죽음. 우리 시간은 그림자처럼 지나가 버린다. “사람은 자신의 시간을 알지 못한다.”(구약) 그리고 “시간은 우리 손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신약)라고 말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대하며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살고 평안한 마음으로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은총이랴? 세상을 축복하면서 떠난다는 것은 삶을 평화롭게 마친다는 것을 뜻한다. 내가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는 것과 죽음에 대해 “그래”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내 생애를 다시 한 번 축복하는 것이고 내 삶에 평화를 갖는 것이며 내 한계를 평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고 화해하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시간은 소유하거나 가지고 다닐 수 없다. 시간을 내놓지 않으면 삶은 가치를 잃어버린다. 한가한 시간을 허용하자. 삶은 자신의 것이 아닌가? 현대생활에서 엄청난 스트레스와 부산함 속에서 고요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느님께는 시간이 없다. 하느님 앞에서는 누구나 동시에 존재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순리적으로 사는 자세, 책임감을 가지고 밝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나를 위한 시간! 고요한 시간을 찾아 자신만의 시간을 내어 휴식과 감사, 주일의 의미, 고통과 죽음에 대한 명제들을 깊이 묵상해야 하리라. - 《나를 위한 시간》|노트거 볼프 지음|전헌호 신부 역|바오로딸 펴냄

* 약력 :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 월간 『수필문학』 천료. 한국문인협회, 대구수필가협회, 대구가톨릭문인회원. 수필집으로 《내가 선 자리에서》, 《하얀 바다의 명상》, 《느끼며 살며》 등이 있다.

[월간빛, 2015년 11월호, 강찬중 바오로(대명성당,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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