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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봉헌 생활의 해, 완전한 사랑7: 스승예수의 제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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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2-02 ㅣ No.504

[봉헌 생활의 해 - 완전한 사랑] (7) 스승예수의 제자수녀회

한땀 한땀 기도로 수놓다, 감실 지키는 등불 되다



수녀들은 제의에 한땀 한땀 수를 놓으며 이 옷을 입는 사제가 주님을 충실히 따르는 목자가 되기를 기도한다. 1월 13일 스승예수의 제자수녀원에서 한 수녀가 수를 놓고 있다. 김유리 기자


“쉬~익”. “톡!”

수를 놓는 소리에 경쾌한 리듬이 실린다. 바늘이 지나가는 길대로 색색의 문양이 새겨진다.

13일 찾아간 서울 송중동 스승예수의 제자수녀회는 제의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사제들이 입는 수단과 제의, 영대뿐 아니라 제의와 영대에 들어가는 장식까지 100% 수작업으로 만드는 곳이다.

바느질이라면 얼추 흉내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수를 한 번 놓아보겠다고 했다.

“조금 더 밑으로~ 길이를 잘 맞춰야 해요.” 0.1㎜도 안 되는 작은 구멍 사이로 바늘을 집어넣기가 쉽지 않았다. 눈을 크게 뜨고 촘촘히 엮인 천 사이에 바늘을 비집어 넣는데, 넣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실 간격과 높이까지 정확히 맞춰야 한단다.

“실을 잡아당길 때 너무 세게 당기면 천이 울어버리고, 너무 헐거우면 모양이 틀어져요. 적당한 힘으로 잡아당기는 게 중요하죠.”

힘을 주거나 빼는 건 하겠는데 ‘적당히’ 당겨야 한다니…. 수 한 땀 놓는데 식은땀이 흘렀다.

알고 보니 수방(수를 놓는 작업을 하는 방)에 있는 수녀들은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입었던 제의를 만든 수녀들. 바느질 경력만 최소 10~15년 된 베테랑이었다.


기도 지향 담아

성체사도직, 전례사도직, 사제들에게 봉사하는 사도직 중에서도 스승예수의 제자수녀회(관구장 권 마리아 잔나 수녀)는 전례사도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의복과 그림, 음악, 건축 등 전례에 필요한 모든 성예술품과 성작과 같은 전례용품을 만든다. 특히 수녀들이 만드는 수단과 제의는 품질이 좋아 외국 사제들도 일부러 주문해갈 정도라고 한다.

자리를 옮겨 수단을 만드는 방에 들어갔다. 염수정(서울대교구장) 추기경이 서임식 때 입은 홍색 수단을 만든 양 마리나 수녀가 한쪽에서 수단을 만들고 있었다.

“이번에 착의식을 하는 신학생이 입을 수단이에요. 한 땀 한 땀에 ‘거룩한 사제가 되십시오’라는 기도를 담아서 만들고 있죠.”

스승예수의 제자수녀회에는 솜씨가 뛰어난 수녀들이 많다. 이 마리아 칸디다 수녀가 이콘 작업을 하고 있다. 김유리 기자


수단 치수를 잴 때부터 신학생들을 보기 때문에 옷감에 붙어있는 이름표만 봐도 누구인지 머릿속에 떠오른다고 한다. 수녀들은 자신이 만든 옷을 입은 신학생과 사제들이 성실히 주님의 길을 따를 수 있도록 한 명 한 명에 지향을 두고 기도를 바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했던 시복식을 앞두고는 교황과 추기경, 사제를 합해 2206벌의 제의와 영대를 만들었다. ‘그 많은 제의를 만드는데 하나하나 정성껏 만들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제의가 구겨질까 봐 반나절을 걸려 수녀원에서 행사장인 광화문까지 직접 트럭에 실어 배달했다”는 수녀들의 말에서 사도직에 대한 사명감과 애정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수도생활의 중심은 성체조배

제의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스승예수의 제자수녀회는 사실 성체사도직이 가장 중심에 있다. 수녀들은 24시간 돌아가며 성체조배를 한다. 최소 2명씩은 짝을 이루어 성체 앞을 지키는 것이다. 수녀원 성당에는 온종일 성체가 현시 돼 있다.

예수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따르는 스승예수의 제자수녀회 수녀들이 성체조배를 하고 있다. 수녀회 제공


권 마리아 잔나 수녀는 “수녀회의 성체사도직은 창립자인 복자 알베리오네 신부의 특별한 경험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신학생이었던 알베리오네 신부는 밤새 성체조배를 하던 중 신비한 빛을 본다. 하느님과 새로운 세기의 사람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사명을 받은 순간이었다. 그날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밤이었다.

수도회 창립에 있어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성체조배이기에 수녀들은 이 시간을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성체조배를 할 때는 성모님을 상징하는 푸른 망토를 쓰고, 그 안에 교회를 품는다는 생각으로 온 인류를 위해 기도를 바친다. 수녀들이 특히 신경 쓰는 것은 밤기도. 밤에 작업해서 새벽에 전달되는 대중매체가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기도해온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스승예수의 제자수녀회와 매스미디어 사도직을 담당하는 성바오로수도회는 형제 사이다.

권 수녀는 “밤에는 많은 유혹이 생겨나기 때문에 기도가 더욱 필요하다”며 “세상 사람들이 자는 동안에도 수녀들이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께 끊임없이 기도하며 주님의 은총을 간구한다”고 말했다. 세상 사람들을 대신해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봉헌하는 수녀들에게서 봉헌생활의 기쁨이 느껴졌다.

한국 진출 50주년 상징 로고.


스승예수의 제자수녀회는

스승예수의 제자수녀회는 성바오로수도회, 성바오로딸수녀회, 선한목자예수수녀회, 사도의모후수녀회와 함께 복자 알베리오네 신부의 정신을 따르는 바오로가족이다. 1924년 이탈리아 알바에서 창립됐으며 1965년 1월 5일 우리나라에 진출해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예수님을 위해 기도했던 성모 마리아를 따르겠다는 의미로 수녀들은 첫 서원 때 받는 본명에 ‘마리아’를 붙인다. 본명이 루치아면 ‘마리아 루치아’, 아녜스면 ‘마리아 아녜스’가 되는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성체사도직과 전례사도직에서 튼튼한 기반을 다진 수녀회는 앞으로 사제들에게 봉사하는 사도직에 보다 집중하려고 한다. 권 수녀는 “은퇴 사제나 몸이 아픈 사제들이 주님 품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고령화와 개인주의가 심해지면서 가족이나 친척의 도움도 받기 힘든 요즘, 교구와 수녀회가 연대해 늙고 병든 사제들이 편안히 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신문, 2015년 2월 1일,
김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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