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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주교1: 연재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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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1-23 ㅣ No.1642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주교] (1) 연재를 시작하며


“주님,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주교가 성인 대열에 들게 하소서”

 

 

- ‘하느님의 종’ 바르톨로메오 브뤼기에르 주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모든 성인들의 덕행으로 찬미와 영광 받으시는 주님!

주님께서는 성교회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의 신앙을 증거하기 위하여

생명을 바친 성인성녀들을 공경하여 그 표양을 본받게 하셨나이다.

조선 선교를 자청한 뒤 온갖 고난과 질병을 극복하면서

오로지 조선에 들어가 선교하겠다는 굳은 신념으로

온 삶을 봉헌한 브뤼기에르 주교의 공로에 의지하여 청하오니

저희들이 거룩한 순교정신을 본받아

신망애 향주삼덕에 뿌리를 박고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도록 도와주소서.

 

브뤼기에르 주교의 공로로 저희를 이 세상에서 보호하시며

저희의 마음속 지향을 들어 허락하심으로써

(잠시 침묵 중에 기도의 지향을 아뢴다)

당신 권능을 드러내시고 저희가 희망하는 대로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주교가 복자와 성인들 대열에 들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순교자들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한국의 순교자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서울대교구 시복 추진 만장일치로 동의

 

2008년 7월 1일 제12대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인준하고, 2023년 3월 23일 제14대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수정 승인한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초대 조선교구장 시복시성 기도문’을 바치면서 이 글을 시작한다.

 

기자는 초대 조선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1792~1835)의 시복 추진을 앞두고, 그 삶의 궤적을 더듬어 목숨과 맞바꾼 우리 민족에 대한 사랑과 선교 열정을 조명하고자 2017년 한 해 동안 33회에 걸쳐 ‘초대 조선교구장 브뤼기에르’를 본지에 연재했다. 이 연재를 위해 2017년 9월 19일부터 보름간 브뤼기에르 주교가 쓴 「여행기」를 들고 중국 현지를 탐사했다. 복건성 복안에서 출발한 탐사 여정은 절강성 항주와 소주, 산서성 기현ㆍ안문관ㆍ대동, 하북성 헌현ㆍ고가영ㆍ서만자, 내몽고 마가자로 이어졌다.

 

이제, 기자는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주교’를 제목으로 초대 조선교구장을 또 한 번 조명하려 한다. 그의 시복 재판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2022년도 가을 정기 총회에서 서울대교구가 자체적으로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을 추진하는 것을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이로써 서울대교구는 2031년 조선교구 설정 200주년과 2035년 브뤼기에르 선종 200주년을 앞두고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시성에 필요한 사업 전반을 맡아 추진하게 됐다.

 

서울대교구는 2023년 1월 12일 교황청 시성부로부터 ‘시복재판 관할권’ 이전을 승인받았다. 이어, 같은 해 10월 12일 교황청 시성부로부터 브뤼기에르 주교의 시복 추진에 ‘장애 없음’을 승인받았다. 이날부터 초대 조선교구장 바르텔레미 브뤼기에르 주교는 보편 교회 안에서 공식적으로 ‘하느님의 종’이 됐다.

 

브뤼기에르 주교의 시복시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우들의 ‘자발적 공경과 현양, 그리고 전구 기도’다. 브뤼기에르 주교는 순교자가 아니기에 시복재판에 있어 기적 심사 관면을 받기 극히 어렵다. 따라서 교우들이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주교에 자발적으로 전구를 청하는 기도 속에 기적의 은총을 입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이 부분이 시복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주교’ 연재를 시작하는 것도 한국 교회 교우들이 초대 조선교구장의 ‘영웅적 덕행’과 ‘성덕의 명성’에 보다 친숙해져 그분을 더 많이 공경ㆍ현양하고, 그분께 습관적으로 전구 기도를 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1인칭 시점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생애 조명

 

한국 교회가 브뤼기에르 주교의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것은 무엇보다 그가 조선 교회, 곧 한국 교회의 첫 목자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조선 교회를 중국 북경에 속한 신앙 공동체가 아닌 보편 교회 안에서 하나의 지역 교회로 독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선교사다. 또 그는 교황청이 중국에서 포르투갈의 보호권을 제한하고 선교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데 물꼬를 튼 인물이다. 그리고 브뤼기에르 주교는 새 선교지에 맞는 새로운 선교 방법을 제시한 예언자적 인물이었다.

 

새 연재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주교’는 이전의 기획물과 달리 브뤼기에르 주교 1인칭 시점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글을 써내려가려 한다. 평전에 미치진 못하지만 브뤼기에르 주교의 생애를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또 초기 신앙 선조들이 우리 땅에 뿌린 복음의 씨앗이 보편 교회 안에서 위대한 유산으로 열매 맺을 수 있도록 한 인물로서 브뤼기에르 주교를 평가하고자 한다. 아울러 보편 교회, 특히 아시아 교회 안에서 ‘선교하는 교회’로서 막중한 사명을 요청받고 있는 한국 교회 토대가 우리 신앙 선조들과 브뤼기에르 주교를 비롯한 선교사들의 예언자적 복음의 증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그리고 ‘가서 만백성을 가르쳐라’는 선교 사명으로 평생을 살았던 브뤼기에르 주교의 삶을 밝혀 종교적 사목적 세속주의에 빠져 있는 오늘의 신앙인들에게 선교 열정을 재점화할 동기를 불어넣고자 한다.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시성의 마중물 기대

 

연재 내용은 브뤼기에르 주교의 「서한집」과 「여행기」를 원자료 삼아 풀어나갈 것이다. 아울러 앵베르ㆍ페레올 주교, 모방ㆍ샤스탕 신부의 서한과 고(故) 최석우 몬시뇰의 박사 학위 논문 「조선에서의 첫 대목구 설정과 가톨릭교의 기원」, 고(故) 이영춘 신부의 「한국 천주교회의 창설과 조선 대목구 설정」, 서양자 수녀의 중국 천주교 관련 저서들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조현범 교수, 차기진 박사 등 여러 학자의 연구 논문들을 참고할 것이다. 지면 관계상 하나하나 인용 출처를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연재 본문에서는 포르투갈 보호권 아래에 있는 중국 ‘교구’와 교황청 포교성성(현 인류복음화부) 관할 하에 있는 ‘대목구’를 구분해 표기한다. 그래서 기사 본문에서는 ‘조선대목구’로 표기함을 밝힌다. 그리고 현행 외국어 표기법을 따르지 않고 한국 교회 안에서 통상 사용하는 말로 표기한다. 복안(福安)을 ‘푸안’, 서만자(西灣子)를 ‘시완쯔’라 하지 않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자음 그대로 쓸 것이다.

 

하느님의 이끄심으로 브뤼기에르 주교의 시복시성 추진 사업이 하루하루 놀라운 성과를 이루고, 조현범 교수가 집필 중인 「브뤼기에르 주교 평전」(가제)이 하루빨리 출간되길 바라면서 용기 내 새 연재를 시작한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무모하게 도전하는 이 기획물이 잘 마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호응과 격려를 감히 청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1월 21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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