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하느님이 내 기도와 생활에 함께하고 계십니까?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3-27 ㅣ No.1787

[빛과 소금] 하느님이 내 기도와 생활에 함께하고 계십니까?

 

 

기도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기도할 때에는 먼저 하느님 현존 안에 머물러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존 안에 머무는 것은 예수님 한 분만을 모시고, 나머지 다른 것들은 다 내려놓는 일일 겁니다. 예전에 선배 신부님에게 한 달 피정 기도 경험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지게를 멘 사람이 있습니다. 그 지게 위에는 스펀지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그 스펀지는 길을 가면서 많은 것들을 빨아들입니다. 돈과 지식과 소유하고 싶은 물건을 빨아들입니다. 또 자식과 남의 일에 과도한 관심과 집착을 보이며, 그들의 짐을 빨아들입니다. 스펀지의 무게는 더해가고 그 무게는 점점 나를 힘들고 지치게 합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힘들어하는 사람의 짐을 가볍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십니다. 바로 예수님을 지게에 지고 가는 방법입니다. 예수님이 그 스펀지 위에 올라서면, 내가 그동안 빨아들였던 계획이나 일이나 욕심의 물이 빠지고 지게는 가벼워집니다. 더 이상 삶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예수님 한 분만을 모시고 나머지는 모두 내려놓을 수 있을 때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기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조배실에 들어갈 때나 성당에 들어갈 때 다른 짐들은 다 내려놓아야 합니다. 다른 계획들, 일들, 걱정거리들은 다 내려놓고 예수님하고만 그 자리와 시간에 함께하는 겁니다.

 

 

일상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예전에 <트랜스포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요. 어떤 자동차 로봇이 주인공과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자동차 로봇들은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는데, 그 로봇은 라디오에 나오는 노래나 말이나 광고 등을 써서 대답을 합니다. 신기했는데요. 그러한 일을 우리도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체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시골 본당에 있을 때 제가 아는 청년들이 놀러왔습니다. 베란다에서 같이 고기를 구워 먹는데, 문득 그 모습이 몇 달 전에 제가 부러워하던 모습이었음을 생각했습니다. 그 몇 달 전에 동기 신부가 청년 몇 명을 데리고 본당에 왔었습니다. 잔잔한 노래를 틀어놓고,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에서 달빛을 보며 술을 한잔했는데요.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마음속으로 ‘나도 진작 이런 걸 할 걸’ 하고 생각했는데요. 몇 달 후에 제가 아는 청년들이 놀러와서 비슷한 분위기에서 고기를 먹고 있는 내 모습을 본 겁니다. 그 순간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내 작은 바람까지 놓치지 않고 담아 두셨다가 보여주시는구나.’ 그렇게 주님의 현존을 아주 가까이 느꼈던 적이 있었습니다.

 

요한복음 마지막에도 보면 비슷한 장면이 있습니다. 고기 잡는 제자들이 일하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곁에 계셨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고기를 잡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배 오른쪽에다 그물을 던지라고 하셨고, 많은 고기를 잡게 해 주십니다. 그렇게 선물을 체험했을 때 제자들은 그분이 주님이심을 알아봅니다. 현존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렇게 일상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말씀하시고 함께하시는 주님을 더 깊이 체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함께하시는 주님을 깊이 알아보며 일상을 살아가 보시면 좋겠습니다.

 

[2022년 3월 27일 사순 제4주일 인천주보 3면, 김기현 세례자 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지도)]



941 1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