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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신심서적 다시 읽기: 김수환 추기경, 하느님과 함께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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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2-08 ㅣ No.267

[신심서적 다시 읽기] 김수환 추기경, 하느님과 함께 5분



《김수환 추기경, 하느님과 함께 5분》은 ‘말씀의 씨앗’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말씀의 씨앗’은 현대 가톨릭교회의 주요 영성가와 사목자인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베네딕토 16세 교황, 마르티니 추기경, 오상의 비오 신부, 마더 데레사 수녀, 김수환 추기경 등의 성경묵상과 말씀을 담은 책들이다. ‘하느님과 함께 5분’은 김 추기경님이 많은 이들과 다양한 곳에서 나눴던 이야기가 주제별로 엮어져 있다. 김 추기경님은 선종하신 지 6년이 지났지만 그 때의 장례식 모습들이 선하게 떠오른다. 김 추기경님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명동대성당을 찾은 일반 시민들이 시내 도로를 따라 4km까지 이어진 조문행렬! 운구차가 천주교 묘소로 향할 때 수십만의 인파가 연도에서 몰래 눈물을 흘리는 모습들! 가톨릭 사제로서 항상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가난하고 소외받는 약자의 편에 서서 사랑의 손길을 보내고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었으며 선종하는 순간에도 안구까지 기증하고 철저하게 빈손으로 떠나신 추기경님의 모습! 아마도 그런 모습들이 추모의 열기를 불러 일으켰으리라.

자신의 삶을 돌아보자. 우리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산다. 철두철미하게 이기적이고, 남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는 모습은 아닐까? 또 우리는 감옥에 갇혀서 산다고도 볼 수 있다. 돈의 노예가 된 사람은 돈에, 권력에 집착하는 사람은 권력에, 쾌락과 안락에 빠져있는 사람은 거기에 갇혀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세상을 바꾸려면 우리 자신이 변해야 한다. 우리는 시련과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양심에 따라서 사는 사람이 될 때에 참으로 행복하다고 한다. 이것은 쉽지 않다. 바보 취급도 받고, 시련도 많고, 박해도 받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좌절하지도 않고 실패했어도 다시 일어서서 꾸준히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 이런 사람이 참 인간이고 사회를 향상시키고 역사를 빛낸 사람들이 아닐까?

죄와 용서에 대하여. 죄란 “좋은 일을 할 줄 알면서도 하지 않으면 죄다.”(야고 4,17) 거짓말, 도둑질, 살인, 굶주린 이를 보고 지나치는 것, 병든 이를 방치하는 것, 약한 이를 수탈하고 권리를 빼앗는 것 등은 이웃에 대한 사랑을 거스르는 일이다. 구원은 곧 죄에서 인간을 구하는 것이다. 회개라는 말도 허위를 떠나 진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미움과 다툼을 버리고 용서와 사랑을 주고 받는 것, 회의와 불신의 장벽을 벗기고 믿음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 마음에 입은 상처나 맺힌 한은 상대방이 용서를 빌든 안 빌든 내가 용서할 때 내가 입은 상처가 치유되고 내 안에 맺혀있는 한이 치유되어 자유로운 사람이 된다. 항상 내가 용서하는 일이 먼저임을 생각하자.

복음을 산다는 것.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은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죽음에 가까이 가는 길이다. 만일 이 삶의 의미를 깨우치지 않는다면 우리의 모든 활동도, 삶 자체도 공허와 죽음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된다. 복음말씀은 곧 생명의 말씀이다. 복음을 산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가난과 겸손, 사랑과 봉사를 본받는 것이요, 그 극치는 형제를 위하여 당신 스스로를 바치신 그분의 고난에 참여하는데 있다. 그리스도 신자란 먼저 남을 위하여 죽은 사람들이다. 그래야만 그리스도와 함께 살 수가 있다. 오늘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를 막론하고 한국 교회 안에 가장 결핍한 정신이 이것이 아닐까 한다. 복음화는 신자수의 증가나 성당수의 증가에 있지 않다. 이 땅에서 그리스도처럼 고난을 겪으면서 이웃을 위해서 자기 목숨을 바치는 사랑을 사는 사람들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인간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뿌리째 뽑아버리면 시기, 질투, 미움, 야심, 탐욕 등 남는 것은 모두 죄악뿐이다. 혼은 타락하고 마음은 메마르고 황폐화하여 평화는 가능하지 않다. 현대인은 생명의 말씀에 굶주리고 있다. 이웃을 자기 자신과 같이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사랑할 줄 알 때에, 남을 위한 사랑 때문에 자기 목숨까지 바칠 때 인仁(유교)이 있고, 자비慈悲(불교)가 있고, 사랑(그리스도교)이 있다.

기도하는 사람. 기도는 하느님과의 인격적 사랑의 관계, 믿음과 소망의 관계이다. 기도는 어떻게 하느냐고? 성경의 말씀을 보자.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 기도는 결국 끊임없이 기도함으로써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기도는 기다림과 내맡김이다. 핵심은 나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인식하고 그분의 사랑에 전적으로 응답하는 것, 즉 자신을 내맡기는 것이다. 단 5분만이라도 전적으로 기도 속에 보낼 수 있기 위해서는 평소에 보다 긴 시간동안 기도할 줄 알아야 한다. 평소에 기도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면 단 5분을 기도 속에 전적으로 보낸다는 것도 쉽지 않다.

하느님과 함께 5분!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젊은이들은 남이 죽는 것을 보아도, 늙는 것을 보아도 자신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느끼며 착각 속에 살기 쉽다. 그리스도는 본래 빛이셨지만 십자가로 불멸의 빛이 되었다. 헬렌 켈러는 자신의 어두움과 싸워 이겼기 때문에 시각장애자들의 빛이 되었다. 간디는 어떤 환경에서도 폭력에 의지하지 않고 진리를 추구했기 때문에 빛이 되었다. 순교자들은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쳤기 때문에 빛이 되었다. 어둠과 싸워 이긴 사람만이, 진리를 위해 생명을 내던진 사람만이,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만이, 사랑을 위해 자신을 완전히 던진 사람만이 빛이 될 수 있다.

김 추기경님은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그리스도를 닮고자 애쓰셨다. 추기경님의 단순하고 진솔한 믿음의 고갱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60세에 인간 김수환은 죽었다고 썼다. “세상은 그를 높이 평가할지 모르지만 하느님은 그가 얼마나 약하고 죄 많고 이기적이고 겸손한 체 하면서 실은 교만한지를 잘 아신다. 그는 참으로 질그릇 같이 깨어지기 쉬운 인간이다. 그는 죽었다! 거듭나기 위해서!” 그를 위해 수난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다시 나기 위해 ‘묵은 인간 김수환’은 죽어야 한다고 썼다.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사제나 수도자, 본당의 사목위원이나 제단체장이 아니더라도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면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요,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임을 가르친다. 우리는 어떤 사랑을 가졌는지 한 번 더 돌아보아야 한다. 참 사랑은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남의 고통을 자기의 것으로 삼을 만큼 괴로워해야 한다. 성경말씀 한 구절을 묵상하며 대미를 맺으려한다. 우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 저마다 자기 것만 돌보지 말고 남의 것도 돌보아 주십시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필리 2,3-5)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 《김수환 추기경, 하느님과 함께 5분》| 김수환 지음|성서와 함께 펴냄

* 약력 :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 월간 『수필문학』 천료. 한국문인협회, 대구수필가협회, 대구가톨릭문인회원. 수필집으로 《내가 선 자리에서》, 《하얀 바다의 명상》, 《느끼며 살며》 등이 있다.

[월간빛, 2015년 12월호, 강찬중 바오로(대명성당,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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