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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봉헌 생활의 해, 완전한 사랑8: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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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2-16 ㅣ No.506

[봉헌 생활의 해 - 완전한 사랑] (8) 살레시오회

돈 보스코 영성과 사랑의 힘,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백준식(가운데) 수사가 센터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살레시오회(관구장 양승국 신부)가 운영하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살레시오청소년센터.

이름만 봐서는 여느 청소년센터와 구분이 잘 되질 않는다. 그러나 이곳에서 교육을 받는 청소년은 좀 특별하다. 아동 상담소와 가정법원으로부터 6개월간 보호 위탁된 만 12∼18세 남자 청소년. 그러니까 센터는 쉽게 말해 문제아(?)들을 데려다가 교육하고 새 사람을 만들어 가정과 사회로 복귀시키는 곳이다.

주택가에 자리 잡은 센터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센터 한쪽에 있는 농구장에서 이곳 청소년과 생활지도 교사들이 한데 어울려 족구 경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편견은 무서운 것이다. 여기까지 밀려온 청소년이라면 얼굴에 불량기가 줄줄 흐를 줄 알았다. 웬걸, 가까이서 보니 그냥 평범하고 밝기만 했다.

센터장 백준식 수사 방에 들어가 아이들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찍은 사진을 봤다. 하나같이 뭔지 모를 분노가 서린 표정이다. 아까 직접 본 얼굴과 달라도 많이 달랐다. 센터가 아이들 얼굴을, 그러니까 마음을 그렇게 바꾼 모양이다.

백 수사는 수도원 안에 아동 치료 보호 시설이 있기는 이곳이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했다.

“이곳은 보호 시설 이전에 청소년 사목에 뜻을 둔 살레시오회 지원자들이 사는 양성소이자 수도원입니다. 수도자 30여 명이 80여 명의 아이와 같이 먹고 자고 운동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여느 시설과는 차원이 다른 거죠.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겁니다.”

센터 현관에 아기자기한 목공예 작품이 전시된 것은 6개월간 진행되는 센터 프로그램에 목공예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온 아이들은 적응 기간 한 달, 목공예와 도예반 각 두 달, 학업 기간 한 달을 보낸 후 밖으로 나간다. 아침부터 야간 학습까지 하루 일정이 빼곡하다. 한 해 평균 120여 명이 거쳐 간다.

백 수사는 “버림받고 상처받은 청소년들이 살레시오회 설립자 돈 보스코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이곳에서 자기 자신을 찾고 신앙을 얻고 마음을 추슬러 더는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돌아갈 때 가장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퇴소가 얼마 남지 않은 두 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고아무개(십자가의 성 요한, 17)군은 “보호 시설에 들어온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굉장히 마음이 무거웠는데, 수사님 선생님 모두 부모 같이 잘해주셔서 내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고 고마워했다. 이곳에서 세례를 받은 고 군의 꿈은 사회복지사가 된 후 다시 돌아와 자신과 같은 아이들을 돌보는 생활 지도 교사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두 명이나 있단다.

변아무개(19)군은 “밖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들어왔는데, 수사님들이 열린 마음으로 잘 대해줘서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전문직 자격증을 딸 수 있는 보건대학 진학을 준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두 명 모두 따스한 보살핌 속에 지내며 어두웠던 과거를 접고 밝은 미래를 꿈꾸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돈 보스코 교육의 힘이 아닐 수 없다. 돈 보스코 교육의 어떤 정신이 아이들을 그렇게 바꿀 수 있었던 것일까.

살레시오회가 운영하는 서울 대림동 살레시오청소년센터.


서정관(살레시오회 한국관구) 수사는 돈 보스코 정신을 따르는 살레시안 영성을 한마디로 ‘청소년과 함께 성인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살레시안은 모든 것을 청소년과 함께함으로써 하느님께 나아가는 성덕을 쌓는다는 것이다. 살레시안에게는 아이들이 수도 생활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다.

살레시안 영성은 특별히 아이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하는 데 온갖 정성을 쏟는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한들, 아이들이 느끼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사랑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서 수사는 “살레시안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사도직은 아이들과 얼굴을 맞대고 함께 사는 것”이라며 “아이들 속에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에게서 사랑받는 것보다 더 큰 보람과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진정한 교육자는 감응하는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감응하는 사랑이란 자신이 전달한 사랑에 상대방이 응답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살레시오회의 교육 철학입니다.”

감응하는 사랑. 그러고 보니 사회복지사가 되어서 살레시오청소년센터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고 군이 떠올랐다.


살레시오회는

청소년들의 스승이요 아버지라고 불리는 성 요한 보스코(1815∼1888)가 1859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설립했다. 보스코가 수도회 이름을 살레시오로 한 것은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1564∼1622)이 지녔던 온유함이야말로 청소년 사업에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살레시오회는 설립자의 가르침에 따라 청소년(특히 가난하고 버림받은)이 신앙과 사랑에 바탕을 둔 원만한 인격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을 주요 사도직으로 한다. 현재 전 세계 133개국에서 1만 6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는 1954년 진출했으며, 현재 12개 공동체에 회원은 124명이다.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는 시설로는 돈보스코센터와 살레시오청소년센터, 나눔의 집(그룹 홈) 등이 있다. 광주 살레시오고와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본당 주일학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살레시오 여름 신앙 학교가 유명하다.

잘 알려진 고 이태석(1962∼2010) 신부도 살레시오회 출신 아프리카 선교사였다. 난민 지역 어린이들을 돌보는 것 또한 살레시오회 사도직이다. 그래서 많은 살레시안이 가난한 청소년을 찾아 선교를 떠난다.

살레시오회는 올해 돈 보스코 성인 탄생 200주년을 맞아 5월 23일과 30일 서울과 광주에서 돈 보스코 대축제를 연다. 또 탄생일인 8월 16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전 세계 살레시안 축제에 100여 명의 청년단을 꾸려 참가할 예정이다.

[평화신문, 2015년 2월 15일, 글
ㆍ사진=남정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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