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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신심서적 다시 읽기: 주름을 지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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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09 ㅣ No.269

[신심서적 다시 읽기] 주름을 지우지 마라



『주름을 지우지 마라』는 늙음, 노인, 행복한 늙음 등 8개의 장으로 쓰여졌다. 늙으신 부모님을 통해 인간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기 마련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넘어, 늙음을 통해 부모님이 사랑임을, 늙음의 경지를 통해 인간이 완성됨을 새롭게 체험했음을 얘기한다. 노인의 얼굴에 핀 주름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신비를 깨우쳐 주기에 성형으로 주름을 지우는 것은 자기 인생을 부정하는 것이라 했다. 우리 사회가 잘 먹고 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면서 가난과 늙음, 그리고 죽음이 주는 의미를 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소외시킴에 문제를 제기한다. 각 장마다 마음에 담은 생각들을 간단히 소개하고 4, 5장을 중심으로 소감과 함께 적는다.

1장 늙음, 하느님의 선물 : 늙음은 하느님이 인간을 위해 마련하신 최고의 창조물로 영원을 느끼게 하는 선물이다. 늙음은 축복이며 늙음을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인생은 아름답게 완성된다. 노인은 연륜만으로도 인류의 스승이다.

2장 늙음, 하느님의 창조물 : 행복은 부, 명예, 권력, 장수에 대한 욕심을 비운데서 온다.

3장 늙음에 대한 예의 : 늙음을 받아들이는 이에게 죽음은 축복이요 선물이지만 늙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에게는 시간의 멈춤이고 인생의 끝이다.

4장 노년의 여유와 자유 : 청소년이 미래인 사회에서 청소년은 노인에게서 미래를 본다. 노인의 노쇠함과 느린 동작에 배어있는 기다림과 참을성과 희생심, 거기서 발산되는 인자함과 관용과 여유는 젊은이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쌓아야 할 덕목이다. 노인이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그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살은 지나온 삶의 흔적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의 표지다. 그의 주름살은 젊은이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한다. 모든 것이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선물임을 아는 사람은 병도 고통도 늙음도 죽음도 인생을 완성하는 과정임을 안다. 이 깨달음을 통해 생로병사의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의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노년의 영성은 재물과 명예와 권력과 건강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지향한다. 행여 늙음이 추하다고 주름살을 없애고 외모만 가꾼다면 오히려 마음이 까칠해질 수 있다. 따라서 늙음을 즐기는 여유를 익혀야 한다. 노인은 인간이 용서할 수 있는 힘도, 분노할 수 있는 힘도 자신에게 없음을 깨닫는 존재다. 백십 년을 산 요셉의 일생은 용서와 자비를 몸에 익히는 시간이었다. 그는 자기를 용서해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할 때마다 세상을 용서하고, 세상에 대해 자비하라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다.

5장 노인의 얼굴 : 사람의 마음은 그의 얼굴을 좋게 또는 나쁘게도 바꿔 놓는다. 행복에 싸인 마음의 기운은 밝은 얼굴에 나타난다.(집회 13,25-26) 아내의 방에는 4절 크기의 ‘두 손을 모으고 기도’ 하는 마더 데레사 성녀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 아래에는 “하느님, 저를 몽당연필처럼 써 주세요. 깎고 깎아 더 이상 쓸 수 없을 때까지 당신의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주세요. - 몽당연필이 된 마더 데레사 중에서.” 데레사 성녀의 얼굴과 손에 많은 주름이 잡혀 있는 사진이다. 죽어가는 이 옆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성녀의 모습을 떠올린다. 저 깊은 주름 사이사이에서 사랑의 마음이 솟아나는 게 아닐까?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진 얼굴은 아무리 늙고 주름투성이라 하더라도 참 평화롭다. 꾸밈이 없고 단순하며 그의 눈길은 인자하다. 얼굴과 손에 주름살이 깊게 패이도록 자비를 몸에 익혔으니 그의 품은 누구나 안길 수 있게 포근함을 주는가 보다. 어느 행려병자가 “저는 길거리에서 동물처럼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천사처럼 죽게 되었습니다. 웃으면서 죽을 것입니다.”라며 성녀 곁에서 미소를 머금고 죽어갔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자식들로부터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가 ‘현금’이라고 한다. 돈이 있어야 건강하고 품위있게 노년을 보낼 수 있다는 사고가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돈이 없으면 사람 구실도, 사회에 동참하기도 어려운 풍토가 되면서 재물과 명예와 권력이 하느님이 주신 선물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일희일비하는 삶을 산다. 영원한 삶을 살기 위해 인간은 욕망을 비우고 생사에 대한 애착을 비워야 한다. 다 비워 맑고 밝은 마음이 되면 더 이상 두려워 할 것도 안타까워 할 것도 없는 자유의 경지에 이른다. 코헬렛에서 영화 속에 산 임금이 “허무로다, 허무!”하고 외친다는 것은 인생을 의미있게 살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을 다 비워야 한다는 충고이다. 장수 하는 것, 건강한 것, 늙지 않고 젊게 사는 것, 돈과 명예와 권력을 쌓아 부를 누리는 것, 그것이 인생의 전부요 행복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는데 늙어보니 그게 아니다. 그것은 허무였다. 너희는 인생을 허무하게 살지 마라. 집착 대신 비우고 나누며 그 안에 감추어진 가치를 발견하여 인생을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노인의 영성은 동정의 영성에서 빛을 발한다고 한다. 동정은 결혼하지 않은 처녀의 상태가 아니라 자기를 비우고 다 비워 텅 빈 상태를 말한다. 노인은 인생을 살면서 욕심의 옷을 한 겹 한 겹 벗고 동정의 알몸이 되어가는 인생의 마지막 과정에 이른 인간이다. 어린 아이의 얼굴은 우리의 미래의 모습이고 목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18,3) 이는 나이가 들수록 순수한 어린이로 돌아가야 한다는 명령이며 어린아이의 순수성은 인간이 도달해야 할 최종 메시지를 전해준다. 그리고 노인이 되어 비로소 인간이 됨을 가르친다.

6장 노인과 유산 : 늙는 것은 베풀면서 인생을 완성해가는 과정이고, 자기가 받은 것을 다른 이에게 돌려주면서 즐거움을 얻는 여정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지혜를 터득하란다.

7장 늙음과 죽음과 부활 : 부활의 삶은 씨앗의 생명에 비유된다. 씨앗의 운명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듯이 인생도 죽음을 통해 불사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 이것이 부활의 원리다. 결국 부활의 삶을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아닌가?

8장 행복한 늙음 : 행복은 모든 것, 늙음과 죽음까지를 은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 이 세상에서 잠시나마 살았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임을 깨친다. 누구의 인생에도 젊음과 늙음, 어른과 아이, 생과 사가 만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축복이요 사랑해야 할 것들이다. 늙음을 받아들이며 자신을 신비 속으로 사라지게 하는 사람만이 인생이 아름답다고, 인생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지 않을까? -『주름을 지우지 마라』 / 이제민 신부 지음 / 바오로딸 펴냄

* 약력 :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 월간 『수필문학』 천료. 한국문인협회, 대구수필가협회, 대구가톨릭문인회원. 수필집으로 《내가 선 자리에서》, 《하얀 바다의 명상》, 《느끼며 살며》 등이 있다.

[월간빛, 2016년 1월호, 강찬중 바오로(대명성당,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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