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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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위대한 신앙의 신비, 기도5: 구약에 나타난 기도 - 너 어디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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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7-04 ㅣ No.814

[위대한 신앙의 신비, 기도] (5) 구약에 나타난 기도 - 너 어디 있느냐


하느님 부르심에 어떻게 응답하나

 

 

이제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따라 구약 성경에 나타난 기도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봅니다. 기도는 하느님의 부르심과 인간의 응답이 만나는 것임을 앞에서 이미 살펴본 바 있습니다. 구약 성경에서 하느님의 첫 부르심은 타락한 첫 인간 아담을 부르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따 먹지 말라고 금하신 열매를 따 먹고 두려워 몸을 숨긴 아담을 하느님께서 부르십니다. “너 어디 있느냐?” 그러고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찌하여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하느님 모습대로 창조된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을 반영하지 못한 채 오히려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죄를 범합니다. 범죄한 인간에게 하느님의 부르심은 더 이상 자애로우신 아버지, ‘보시니 참 좋았다’ 하고 경탄하시는 창조주의 선한 부르심이 아닙니다. 오히려 엄한 추궁의 말씀입니다. 하느님이 첫 인간 아담을 대하시는 모습이 달라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담 스스로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죄를 지었을 때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우리 양심에 가책을 받아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너 어디 있느냐?” 하는 부르심은 단순히 어느 곳에 있느냐는 장소를 묻는 말씀이 아니라 존재론적 부르심, 달리 말하자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소명 혹은 사명에 관한 물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너 어디 있느냐?”는 “너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물음과도 통합니다. 그런데 죄를 지은 아담은 이 부르심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이렇게 변명합니다.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부끄러워 숨었습니다”(창세 3,10). 마치 잘못한 후 책임을 추궁당하면 우물쭈물하는 우리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합니다. 

 

“너 어디 있느냐?” 하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정확하게 올바로 응답한 분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로서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보십시오, 하느님!…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히브 10,7).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것, 이것이 부르심이 겨냥하는 본래의 목표이고, 인간 응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인간의 완전한 응답이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교리서는 이렇게 언명합니다. “구약 성경에 나타난 기도에 대한 계시는, 인간의 타락과 그 속량 사이에서, (곧) 하느님께서 당신의 첫 자녀에게 탄식조로 ‘너 어디 있느냐?…어쩌다가 이런 일을 했느냐?’ 하는 질문과 외아들께서 세상에 오시면서 ‘하느님,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려고 왔습니다’ 하신 대답 사이에서 이루어진다”(2468항). 이것은 기도가 인간의 삶 속에서 인간을 부르시는 하느님과 그에 응답하는 인간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기도는 “역사의 사건들 속에서 인간이 하느님과 맺게 되는 관계”인 것입니다(2468항).

 

앞으로 몇 회에 걸쳐서 이렇게 구약 성경에서 계시되는 기도를 구약의 주요 인물들의 기도를 통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물론 구약 성경의 첫 장들(9장까지)에는 아벨이 맏배를 봉헌한 일(창세 4,4), 에노스가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며 간구한 일(창세 4,26), 노아가 번제물을 바치고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린 일(창세 8,20-9,17 참조) 등 기도와 관련된 내용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구약 성경에서 기도가 계시된 것은 특히 성조 아브라함부터이기에 다음 호에는 아브라함의 기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되새겨봅니다 

 

“너 어디 있느냐?” 오늘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이 부르심에 우리는 어떻게 응답하는지요?

 

[평화신문, 2016년 7월 3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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