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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의정부교구 신자들의 신앙의식과 신앙생활 조사 결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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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2-07 ㅣ No.542

의정부교구 신자들의 신앙의식과 신앙생활 조사 결과 분석



지난 11월 말에 발표된 「2013 천주교 의정부교구 신자들의 신앙의식과 신앙생활」 조사 결과(12월 1일자 1242호 1, 11면 보도)는 의정부교구뿐 아니라 한국 천주교 신자들의 보편적 의식 결과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어서 미래 한국 천주교회를 전망해 볼 중요한 자료다. 한국 천주교회의 복음화 방향을 제시해 줄 이번 조사 결과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신자들의 신앙 및 종교의식

'입교 전 종교'에 대한 물음에는 '무종교(없었다)'가 45.4%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개신교(22.4%), 불교(12.3%) 순이었다. 무종교에서 새로 종교를 갖는 것을 '개종', 기존 종교에서 이웃 종교로 옮기거나 같은 종교 내에서 교파를 옮기는 것을 '스위칭'이라 할 때, 응답 결과 개종(45.4%)이 스위칭(36.7%)보다 더 많았다. 개종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선교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지만, 스위칭 신자도 36.7%나 된다는 사실은 가톨릭 신자가 됐다 하더라도 다시 다른 종교로 옮겨갈 여지도 그만큼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

'함께 사는 가족 중에 가톨릭 신자 분포'에 대해서는 '가족 모두 가톨릭 신자'가 58.6%, '가족 일부만 신자'는 31.2%, '나 혼자만 신자'는 10.3%였다. 가정의 신앙일치율은 다음 세대에 신앙을 전수하는 기반이 되기에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가정 안에서 신앙일치율을 높일 수 있도록 외짝교우와 혼자만 신자인 경우, 신자 가족들에 대한 사목 배려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자들의 종교의식을 묻는 설문에서 응답자의 82.4%가 '모든 종교에 구원 혹은 진리가 있다'고 답했다. 또 67.5%가 '명절이나 조상이 돌아가신 날에는 음식을 장만해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답했고, 32.3%는 '명당에 묘자리를 쓰면 자손이 잘된다'는 의식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34.9%가 '전생이 있다'고 믿으며, 27.6%는 '사주가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신자들에게 다원주의 성향이 상당히 높을 뿐 아니라 가톨릭 신자가 된 이후에도 샤머니즘이나 무속적 경향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런 측면에서 신자 재교육과 재복음화를 위한 대책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입교 동기'에 대한 물음에는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가 25.8%로 가장 높았고, 이어 '가족 친지의 권유로' 21.1%,'유아세례' 17.1%, '신자와 결혼하기 위해' 6.1%, '신자의 권유로' 6.0%, '가톨릭 신자의 모범적 생활에 감명을 받아서' 5.8%, '가톨릭 전례가 좋아서' 4.8%, '구원을 얻기 위해' 4.6%, '기타' 3.4%, '천주교회의 사회활동을 보고' 2.6%, '가톨릭교리를 알기 위해' 2.0%,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어서' 0.6% 순이었다.

이는 한국인들이 종교를 가질 때 '종교적 동기'보다 '비종교적 동기'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구원을 얻기 위해서'나 '교리를 알기 위해' 같은 신앙과 종교의 동기가 매우 낮을 때 신앙 투신도 역시 낮아 '냉담'이나 '개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신앙 투신도를 높일 수 있는 신앙교육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평화신문, 2013년 12월 8일, 리길재 기자]


신자들의 신앙 투신도와 복음화 열의

'의정부교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 신자들의 소극성 33.3% △ 평신도 양성 부족 14.8% △ 재정 13.9% △ 사제ㆍ신자들의 타성 12.7% 등의 순이었다. '의정부교구가 지금 시기에 가장 주력해야 할 분야'로는 △ 신자들의 신앙성숙 29.2% △ 소공동체 활성화 18.6% △ 청소년사목 12.0% △ 적극적인 선교 9.8% △ 사회복지 7.7% △ 평신도 지도자 양성 5.7% △ 가정사목 4.3% △ 노인사목 3.7% △ 사제쇄신 3.5% △ 사회사목 1.7% △ 통일사목 및 북한선교 1.4% △ 성소계발 1.4% △ 기타 1.0% 순이었다.
 
신자들이 교회가 안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을 자신들 안에서 찾고 또 신앙성숙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것은 '내적 복음화'를 그만큼 목말라하고 있음을 직ㆍ간접으로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의정부교구뿐 아니라 한국교회가 주력해야 할 사목 목표가 '복음화'임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결과라 하겠다 .
 
'가장 바람직한 전교방법'으로는 △ 행동과 표양을 통한 모범 35.9% △ 소외되고 억눌린 이들에 대한 봉사와 나눔의 실천 31.4% △ 가까운 이웃이나 친지들에 대한 입교 권유 23.6% △ 한국교회 전체의 체계적 선교정책 수립과 실행 5.5% △ 홍보매체나 출판물 이용 1.2% △ 전문 선교단체 지원 1.0% △ 호별 방문이나 가두 선교 0.7% 순으로 응답했다. 이는 신자들이 직접적인 선교방식보다 모범적인 표양과 봉사를 통한 간접 선교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좋은 표양 역시 큰 틀에서 볼 때 신앙성숙과 연결되기에 신자들의 재복음화를 도모하는 일이 교회의 핵심 과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번 설문조사 결과 확인된 셈이다.
 
신자들의 신앙 투신도를 묻는 설문에는 응답자의 87.3%가 '매 주일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83.3%가 '부활ㆍ성탄 판공에 반드시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비해 '매일 아침ㆍ저녁기도와 삼종기도를 바치고 있다'는 응답은 37.6%에, '매일 꾸준히 성경을 읽고 있다'는 응답은 28.8%에 그쳤다. 이는 신자들이 의무준수 중심의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며 신앙을 강화하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복음화 열의에 대한 물음에 31.0%가 '비신자에게 입교를 적극 권면하고 있다', 25.0%가 '냉담자 회두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해 낮은 선교 의식을 보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번 설문 응답자들이 의정부교구의 핵심 신자층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의 신앙 투신도와 복음화 열의가 이러하다면 나머지 70%에 이르는 신자들은 이보다 훨씬 더 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자들의 신앙 투신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신앙교육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자의 신원'에 대한 물음에는 93.9%가 '가톨릭 신자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79.7%가 '평신도로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사회교리를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이는 23.7%에 그쳤다. 이는 신자들이 자신의 신원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이나 정작 가톨릭 평신도로서 세상에서 사도직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가 교회 가르침보다 세상의 잣대로 판단(74.7%)하고, 삶의 근본 문제보다 세속 가치를 더 따르고 있는(84.4%)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신자들의 전인격적 새복음화가 요구된다. 의정부교구는 해결 방안으로 교구와 본당의 모든 사목과 연결되는 새로운 맥락의 '소공동체 운동'을 제시했다. [평화신문, 2013년 12월 15일, 리길재 기자]


생명윤리ㆍ소공동체 의식
 
「2013 천주교 의정부교구 신자들의 신앙의식과 신앙생활」에서 82.7%가 '가정에서 아버지의 권위는 어떤 경우에도 존중돼야 한다'고 동의했다. 또 45.2%가 '집안일에는 남성이 할 일과 여성이 할 일이 따로 있다'고 답했다. 한국 천주교 신자들이 가부장주의와 전통적 성역할 분담구도에 대해 사회인보다 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역할 분담 구도는 오래지 않아 훨씬 약화될 전망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급격히 늘면서 최근 한국인의 '성ㆍ혼인ㆍ가정의식'이 급격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 대한 교회 가르침은 갈수록 현대 한국인들의 가치관과 충돌할 소지가 더 많아질 것이라 예상된다. 따라서 교회의 가정사목은 전통 가정의 유지 확대뿐 아니라 시대 조류에도 민감하게 호응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천주교 신자들이 신앙과 가장 모순된 태도를 보이는 분야가 '생명윤리'이다. 이번 설문에도 △ '사형제 유지' 54.4% △ '안락사 허용' 64.1% △ 태아가 심각한 이상이 있는 경우 인공유산 허용 62.6% △ 인공피임 허용 64.6%였으며, 동성애 인정에도 17.2%가 동의했다.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핵심 신자의 절반 이상이 교회 가르침과 상반된 의식을 갖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생명에 관한 교회 가르침이 신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으며, 교회 가르침과 신자의 수용 태도 간에 거리가 있는 것을 보여준다. 또 신자들의 '이중성' 곧 사회생활에서 보이는 태도와 신앙생활에서 보이는 태도가 다른 점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결과이다. 가톨릭 신앙이 신자들의 내면에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앞으로 교회 생명운동은 '인격의 존엄성' 존중과 실현에 초점을 두고 지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신앙인의 정체성 강화와 신앙성숙을 위한 일상 교육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신자들의 본당 참여도를 알기 위해 '소속 본당의 구역ㆍ반(소공동체) 활성화 정도'에 대해 질문한 결과 △ 보통이다 45.1% △ 비교적 활성화된 편이다 31.1% △ 거의 활성화되지 않은 편이다 13.0% △ 매우 활성화돼 있다 7.1% △ 전혀 활성화되지 않았다 3.7% 로 응답했다. '본인의 구역ㆍ반 모임 참여 정도'에 대해선 △ 전혀 안 함 36.8% △ 약간 소극적으로 23.6% △ 매우 적극적으로 16.6% △ 약간 적극적으로 14.6% △ 남들 하는 만큼 8.4% 순으로 답했다. 이는 '구역ㆍ반모임 활성화 정도' 평가와 모순된 결과를 보여준다. 본인 참여도가 낮다면서, 본당의 구역ㆍ반 모임은 활성화된 편이라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실제 자신이 참여하는 실태를 보여주는 '본인 참여도'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현실에 더 가깝다. 이렇게 볼 때 의정부교구 본당 구역ㆍ반 모임은 '비활성화된 편'에 좀 더 가깝다고 진단해도 무방하다 하겠다.

'구역ㆍ반 모임 참여 이유'로는 △ 공동체 구성원과의 만남이 좋아서 29.2% △ 신자의 당연한 도리라서 26.6% △ 신앙생활에 유익해서 14.9% △ 신자로서의 의무감 때문에 14.4% △ 복음 나누기가 좋아서 9.4% △ 기타 1.9% △ 본당 신부ㆍ수녀의 권유 때문에 0.7%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명의식과 함께 신앙성숙을 위한 신자들의 '재복음화'가 교회 사목의 가장 핵심 과제임을 확인시켜 준다. 신자들의 '인생관'을 바꾸지 않고는 아무것도 개선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인생의 가치관을 바꾸는 일이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중ㆍ장기 계획에 기초한 단계적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확고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13년 12월 22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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