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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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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기로로 성덕의 향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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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11-01 ㅣ No.247

[문헌 풀어 읽기]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기도로 성덕의 향기를

 

 

10월은 묵주기도 성월이다. 2002년 ‘묵주기도의 해’를 선포하면서 발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는 묵주기도의 풍성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회칙의 도움을 받아 묵주기도를 바치며 사랑과 생명의 정원을 가꾸기로 하자!

 

 

1. 명칭으로 알아보는 묵주기도의 의미

 

‘묵주기도’는 로사리오 기도, 매괴신공이라고도 불렀다. 옛 기도서에는 매괴신공이라고 했는데, 매괴는 장미과에 속하는 때찔레, 해당화를 일컫는 말이다. 라틴어로는 로사리움(Rosarium)이라고 하는데, 장미원이란 뜻이다. 현재는 주교회의 용어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묵주기도’로 통일하였다.

 

매괴 또는 로사리오란 말은 뜻이 깊다. 장미는 성모님의 성덕을 일컫는다. 장미꽃처럼 아름다울 뿐 아니라 성덕의 향기가 사방에 흩어지므로 모든 이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영혼의 내면을 가리킨다. 장미과에 속하는 식물을 뜻하는 ‘매괴’ 역시 같은 뜻을 지닌다.

 

이 기도를 ‘묵주(?珠)’ 기도라고 한 데도 역시 깊은 뜻이 있다. 구슬을 잡고 깊은 묵상에 잠긴다는 뜻이다. 깊은 묵상에서 우리는 하느님과 성모님, 성인들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자신 또한 아름다움을 지니겠다고 다짐한다. 입으로만 소리를 내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생각으로 하느님의 아름다우심을 향하여 성덕의 꽃을 피우는 성화가 이루어지도록 깊은 묵상에 잠긴다.

 

묵주기도는 관상기도와 소리기도, 무언의 기도와 유언의 기도로 엮인 기도이다. 이 기도를 통하여 우리는 아름답게 된다. 하느님의 아름다우심을 성모님처럼 관상할 때 영혼이 아름답게 꽃 피어 모든 이가 좋아하는 영혼이 된다. 사랑이 없이는 아름다움을 잃는다. 묵상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되찾게 한다. 이 기도의 특성은 마리아적이지만, 그 핵심은 그리스도 중심적이다. 이 기도는 마리아의 기도의 메아리이다. 우리도 마리아처럼 하느님을 관상하는 신자이어야 한다. 그래야 성덕의 꽃, 장미꽃을 피우고 덕행의 향기를 발할 수 있다.

 

 

2. 묵주기도의 구성

 

이 기도는 사도신경, 주님의 기도, 성모송, 그리고 영광송으로 엮어진다. 종래 묵주기도는 15단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2002년 10월 16일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를 발표하면서 예수님의 공생활을 묵상하는 ‘빛의 신비’ 5단을 더 첨가하여 20단으로 늘렸다. 각 단을 시작하면서 그리스도의 신비를 묵상하는데, 이 신비의 골격은 예수님의 강생, 수난, 부활, 승천, 성령강림, 재림이다. 이 신비는 어둠을 물리치는 빛의 신비의 연속이다. 바오로 6세 교황은 묵주기도를 복음서의 요약이라고 한 바 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세례 때에 삼위일체의 신비와 교회의 신비를 담은 사도신경을 바치고, 죄를 끊어버리고 마귀를 끊어버린다는 약속을 하고,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 그래서 묵주기도에서는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기도한다.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님께 드린 인사와 엘리사벳이 성모님께 한 인사말을 담은 성모송을 반복하는 까닭은 하느님의 뜻을 믿고 그분의 종으로 사시어 신적모성의 자격을 얻으신 성모님의 인격에 동화되기 위함이다.

 

묵주기도는 그리스도의 신비와 교회의 신비 그리고 마리아의 신비로 구성되어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와 함께 있고 마리아와 함께 있다. 교회는 성모님께서 그리스도와 함께 가신 길을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신비와 교회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면서 마리아께서 그리스도와 함께 가신 길을 모범 삼아,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의 신비를 마리아와 함께 살아야 한다. 이렇게 할 때에, 성모님이 예수님을 모셨듯이 우리도 다시 오실 주님을 모시게 될 것이다.

 

각 단에서 묵상하는 그리스도의 신비는 환희의 신비(마리아의 예수님 잉태,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 마리아의 출산, 마리아의 주님 봉헌, 그리고 잃었던 예수님을 찾음), 빛의 신비(주님의 세례, 카나의 첫 기적, 하느님 나라 선포, 주님의 변모, 성체성사를 세움), 고통의 신비(겟세마니에서 피땀 흘리심, 매 맞으심, 가시관 쓰심, 십자가 지심,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심), 그리고 영광의 신비(예수님 부활, 예수님 승천, 성령강림, 마리아의 승천, 마리아께서 천상모후의 관을 받으심)이다. 그리스도께서는 ‘나는 세상의 빛’이라고 하셨다. 이 빛은 어둠을 비추어, 세상이 어둠속을 헤매지 않도록 하신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빛의 신비를 추가한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빛을 받아 어둠의 행실을 모두 벗어버리기 위함이다. 우리도 이 신비를 깊이 묵상하여 그리스도의 광채를 반영해야 한다.

 

 

3. 묵주기도 성월

 

묵주기도 성월을 10월로 설정한 것은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10월 7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6세기 서방교회가 분열된 틈을 타서 터키의 이슬람교도들이 로마를 정복하려고 침공하였는데, 이때 비오 5세 교황은 모든 그리스도교 국가의 제왕들과 공동 방어를 다짐하고 연합군을 편성하였다. 적은 병력이었지만, 묵주를 들고 전장에 나간 그리스도교 연합군이 승리를 거두었다. 그날이 10월 7일이었으며, 이때부터 이 기념일이 생겨났다.

 

10월이 묵주기도의 달이 된 것은 레오 13세 교황 때였다. 이는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과 일맥상통한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에 유럽 전역과 전 세계에 퍼진 사상적 이단,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에서의 질서의 혼란과 사상적 변혁 속에서 시대적 오류와 그릇된 사조에 대처하고자 묵주기도의 달을 정한 것이다.

 

묵주기도는 복음서의 요약이며, 그리스도의 신비를 따라간 마리아를 본받는 기도이다. 아무리 세파가 험해도, 모든 죄와 악마를 용감하게 이긴 마리아의 신앙과 삶을 통하여 세상의 오류와 그릇된 사상을 정복하는 참신한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10월 묵주기도의 달은 우리가 주님의 구원의 신비를 묵상하며, 세상의 어떠한 오류에 사로잡히지 아니하도록 가다듬는 달로 삼아야 한다. 성모님의 신앙과 생활을 본받아, 불의와 싸우는 방법을 연마하는 달로 알아야 한다. “태중의 아드님이 또한 복되십니다.”라는 말로 끊임없이 주님을 찬미하는 달로 알아야 한다.

 

또한 이달은 가정성화의 달로 삼아야 한다. 바오로 6세 교황은 “묵주기도는 신자 가정의 공동기도로서 가장 효과적이고 훌륭하다.”(“마리아 공경”, 54항)고 하였다. 묵주기도의 달은 가정성화의 달이어야 하고, 이로써 세상 구원의 진리를 전하는 선교의 달이어야 하겠다. 이렇게 묵주기도의 달은 교회가 불의를 대적함은 물론 진리를 선포하는 달로서 한국 교회의 대동맥을 이어가야 하겠다.

 

* 이정운 베드로 - 수원교구 몬시뇰. 로마 아테네오 로마노 대학에서 마리아론을 공부하였으며, 수원교구 수도자 담당 교구장 대리를 지냈다. 현재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있다.

 

[경향잡지, 2008년 10월호, 이정운 베드로 몬시뇰(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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