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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죽은 이를 위한 올바른 기도: 가계치유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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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21 ㅣ No.312

[신간] 죽은 이를 위한 올바른 기도 - 가계치유의 문제점


가계치유, 신자 현혹하는 미신행위

 

 

일명 가계치유(家系治癒)라 불리는 이설(異說)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죽음에 관한 올바른 교회 가르침을 제시한 소책자 「죽은 이를 위한 올바른 기도- 가계치유의 문제점」(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발행)이 발간됐다.

 

가계치유는 조상의 죄가 후손에게 유전돼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기도와 미사로 그 사슬을 끊어야 한다는 것으로, 그 이설적 행위가 교회 일각에서 나타나 문제가 된 바 있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전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 등은 이설이 암암리에 퍼져 나가면서 폐해가 속출하자 3년 전 사목서한을 통해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소책자에 기초해 가계치유의 문제점과 그리스도교 죽음관을 살펴본다.

 

 

가계치유란

 

조상의 죄과가 후손들에게 유전돼 육체적ㆍ정신적ㆍ영성적 악영향을 끼쳐 고통과 불행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구약성경의 일부 구절, 즉 "나를 미워하는 자들에게는 조상들의 죄악을 삼대 사대 자손들에게까지 갚는다"(탈출 20,5), "(주님은 조상들의 죄악을) 벌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지 않고 아들을 거쳐 삼대 사대까지 벌한다"(민수 14,18) 등을 근거로 삼는다.

 

가계치유가 국내에 유입된 시기는 1990년대 말경이다. 개신교 기성 교단들은 교단 안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자 이미 이단으로 간주하고 대응한 바 있다. 가톨릭 쪽으로는 미국에서 유입된 관련 서적이 일부 성령쇄신운동 계통의 기도회 등을 통해 신학적 비판 없이 받아들여져 확산됐다. 특히 원인 모를 불행을 '조상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는 한국적 정서가 이설의 확산을 부추긴 면이 있다. 이 이설로 인해 신자들 사이에서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고,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소책자는 "각 교구에서 활동하는 공식 단체의 경우 이미 초기에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설을 철저히 단속하고 있으나, 교회를 벗어난 기도회나 사적모임을 통해서 지금도 계속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치유는 명백한 오류다

 

우선, 가계치유는 성경 구절을 자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잘못된 주장을 펴고 있다.

 

탈출기 20장 4-6절은 전체적 문맥에서 볼 때, 죄의 대물림이 아니라 우상숭배를 배격하고 하느님께 온전히 흠숭과 예배를 드릴 것을 강조한 구절이다. 또 이 구절은 "하느님께서 천대에 이르기까지 자애를 베푸신다"(탈출 20,6)는 내용의 말씀과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가계치유 추종자들은 한 사람의 죄가 다른 이들과 공동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죄의 연대성'을 죄악의 대물림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아울러 가계치유는 가톨릭교회의 원죄교리에 혼란을 조장하고, 세례성사의 은총을 간과한다는 점에서 오류다. 이 이설은 인간의 윤리적 죄를 생물학적 유전으로 잘못 적용하고 있다. 인간은 세례성사를 통해 모든 죄, 곧 원죄와 본죄 그리고 모든 죄벌까지도 용서받고 새롭게 태어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263항 참조)는 교리에도 벗어나 있다.

 

소책자는 "가계치유 주창자들은 '가계치유를 위한 미사를 자주 봉헌하고 예물을 많이 바쳐야 한다'며 거액의 미사예물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이는 기복적, 주술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설사 후손이 조상의 죄를 안다고 해도 그 죄를 대신 고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릇된 신심 경계해야

 

종교는 고통과 불행을 '어떻게 피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무조건 고통을 피하려는 기도와 태도는 교회 가르침에 벗어난 것이다.

 

더욱이 고통과 불행의 원인을 환경 탓, 조상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삶의 주체인 자기 자신은 물론 이성과 자유, 책임을 주신 하느님을 거스르는 일이다.

 

교회는 은총 가운데서 죽은 이는 더 이상 정화(淨化)를 필요로 하지 않기에 곧바로 하느님 품인 천국에 들어간다고 가르쳐왔다. 또 은총의 상태에서 죽었으나 정화가 필요한 이는 그 정화가 끝난 뒤에 천국으로 들어간다고 믿는다.

 

그래서 죽은 이들이 죄에서 벗어나도록 기도하는 것은 거룩하고 유익하다고 가르친다. 그들의 영원한 생명을 위해 드리는 기도는 다양한데, 이러한 기도는 사도신경을 고백하며 믿고 있는 '성인들의 통공' 교리에 바탕을 둔다.

 

교회는 매일 미사성제를 거행하고 성무일도를 바치며 살아있는 이들과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특히 한국교회에는 오래 전부터 바쳐 온 죽은 이를 위한 위령기도(연도)가 있다. 장례미사와 삼우(三虞)미사를 포함한 위령미사와 기일미사 등은 죽은 이들을 위해 드리는 교회 정성을 잘 보여준다.

 

소책자는 "그리스도인들은 가계치유와 같은 그릇된 신심을 경계하고, 교회의 소중한 신앙유산을 온전히 보존하면서 천상 예루살렘을 향한 지상 순례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화신문, 2010년 12월 19일,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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