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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과학칼럼: 과학만능주의 시대와 우리의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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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1-02 ㅣ No.435

[과학칼럼] 과학만능주의 시대와 우리의 신앙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학문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 특별히 이성적인 추론과 보편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통해 세상과 자연의 이치를 따지고 탐구하는 학문을 우리는 특별히 과학(science)이라고 부르면서 그 학문적 가치를 높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연을 그 대상으로 탐구하는 자연과학은 오늘날에 들어서 우리 삶에 더욱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이죠.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는 자연과학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의 이성적 추론 방식은 눈에 보이지 않고 관찰 불가능한 여러 가지 것들, 특히 신과 여러 영적 실체들(천사, 영혼 등)의 존재 및 신앙의 전통적 가르침들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면서 점차 신앙과 멀어지는 양상을 보여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재의 상황 하에서 이제 다음의 질문이 올라오게 됩니다; 과학은 과연 이 세상의 모든 사실들을 언젠가 때가 되면 정확히 다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현대와 같은 과학 시대, 특히 소위 “4차 산업 혁명 시대” 혹은 “AI 시대”라고 부르는 바로 이 시대에 과연 우리의 신앙은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과학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설명해 줄 수 있다’는 것도 실은 인간의 신념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신념을 우리는 ‘과학(만능)주의’(scientism)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과학은 정말로 이 세상의 모든 질문들에 답을 해 주고 있을까요? 만일 그렇게 된다면 종교, 신앙의 영역조차도 과학에 그 자리를 넘겨주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은 소위 과학만능주의가 주는 심각한 폐해의 영향 하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오늘날 가톨릭교회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주요 종교들의 일선 현장에서 젊은이들이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본당의 사목 활동, 특히 주일학교의 운영 방식을 거론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학교와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익힌 과학만능주의의 영향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더 이상 종교, 신앙을 필요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무신론적이고 유물론적인 과학만능주의가 우리 세상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과학에 대해 필요한 만큼 많이, 자세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만능주의라는 신념까지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제가 이제부터 일년간 쓰게 될 글은 바로 과학만능주의를 걷어낸 과학의 내용을 통해 우리의 신앙을 바로 세우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할 것입니다.

 

[2022년 1월 2일 주님 공현 대축일 서울주보 7면, 김도현 바오로 신부(예수회, 서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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