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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마리아와 개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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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09 ㅣ No.191

[지상 신학강의] 마리아와 개신교

 

 

개신교 신자들이 비난하는 것처럼 천주교의 마리아신심은 우상숭배인가. 과연 개신교의 시각은 정당한 것인가. 자신이 믿는 것만이 절대적 기준인가.

 

사실 가톨릭 신자들이 마리아를 지나치게 공경하는 태도도 문제가 있다. 성모상 앞에서 절을 하고, 유럽에서도 예수상 앞에는 늘 파리만 날려도 성모상 앞에는 항상 만원이다. 이러니 이것저것 내막을 잘 모르는 개신교 신자들이 마리아를 우상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일리는 있다. 예수보다 마리아를 더 공경하는 우리의 잘못된 자세는 반성되어야 할 것이다.

 

 

1. 역사적 배경

 

중세시대는 ‘마리아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마리아신심과 신학이 폭발적으로 증가되었다. 그리하여 신심이 변질되었다. 일부 신자들은 미사에는 참석하지 않아도 마리아상 앞에 무릎을 꿇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하였고, 마리아공경을 위한 수많은 성당이 건축되었으며, 순례지에는 ‘마리아의 모유’라고 하는 것까지 보존되어 있었고, 기적을 바라면서 성모미사만 드리는 사제도 있었다.

 

또한, 신학도 변질되었다. 그리스도는 엄격한 심판자요, 마리아는 자비로운 어머니였고, 예수께 구원을 청하는 것보다 마리아께 구원을 청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었다. 마리아는 왕이신 예수 뒤에서 전권을 행사하는 ‘대비마마’로 간주되었다. 이 시기 마리아에 대한 저작들은 외경을 바탕으로 갖가지 상상력을 동원하여 꾸민 것들이 많았다. 알베르토와 토마스 같은 신학자들이 잘못된 마리아신심을 바로잡으려 노력하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 종교개혁가들의 마리아에 대한 태도

 

대표적인 종교개혁가는 루터교회를 창시했던 마르틴 루터(+1546)와 쯔빙글리교회를 창시했던 쯔빙글리(+1531), 장로교를 창시했던 요한 칼빈(+1564), 성공회를 창시했던 헨리 8세(+1547)였고, 성공회에서 감리교, 침례교, 성결교가 갈라져 나왔다. 개신교는 이것을 기본으로 수백 개로 갈라지고 또 갈라져서 이상한 신흥종파들까지 곳곳에 진을 치게 되었다. 종교개혁시대에도 마리아신심이 많이 변질되어 있었다. 종교개혁가들은 잘못된 마리아신심을 비판하고 올바른 마리아신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마리아를 완전히 배척하지는 않았다.

 

마리아에 대한 전통적인 교리는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431), 평생동정이신 마리아(553),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1854), 승천하신 마리아(1950), 인류의 중재자이신 마리아(1962)’ 등 다섯 가지다. 루터는 하느님의 어머니와 평생동정, 원죄 없이 잉태되신 무염시태를 받아들였고, 승천에 대해서는 성서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하였다. 루터는 당시에 변질되고 퇴폐지경에까지 이른 마리아 공경을 비판하면서 올바른 마리아신심을 촉구하였는데, 무엇보다도 마리아공경이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쯔빙글리도 루터처럼 잘못된 마리아공경을 비판하고 그리스도 중심의 신앙을 강조하였지만 마리아공경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았고, 하느님의 어머니이며 평생동정, 마리아의 승천을 인정하였다. 칼빈은 마리아공경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하느님의 어머니는 인정했지만, 원죄 없는 잉태와 승천은 인정하지 않았다.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교회와 개신교는 서로 대립하면서 마리아에 대한 신학과 신심도 더욱 벌어지게 되었다. 개신교는 점점 더 반마리아적 입장으로 경직되었고, 가톨릭교회는 그에 대한 반동으로 마리아신심이 엄청나게 확대되었다. 18세기의 루이 그리뇽 드 몽포르(+1716)와 알퐁소 리구오리(+1787)는 대표적인 성모신심가였다. 루이 그리뇽은 마리아의 중재를 통해서 인류의 완전한 구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면서 성모송이나 묵주기도를 하지 않고 주님의 기도만 하는 것은 이단의 표시라고 했다. 알퐁소 리구오리는 하느님은 엄격한 심판주요, 마리아는 자비로운 구세주라 하였다. 알퐁소의 저작 <살베레지나 해설>에는 중세의 잘못된 신심을 나타내는 내용이 많이 들어있다 : “하느님만이 우리의 희망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단이다. 마리아 안에 모든 은총이 있고 모든 은총은 마리아를 통해서 온다. 아무도 마리아를 통하지 않고서는 구원될 수 없으며 우리의 구원은 마리아의 손에 달려 있다. 예수보다 마리아를 찾는 것이 더 안전하다. 마리아의 명령에 하느님까지 복종한다. 마리아는 전지전능한 분이다. 마리아는 하느님과 같은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모든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 심판관이신 예수는 마리아가 보호하는 사람을 단죄할 수 없다. 하느님의 심판에 의해 구원되지 못하는 사람도 마리아의 자비로 구원된다.”

 

이러한 마리아열풍은 교황 비오 12세의 재위기간(1939~1958)동안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후임 요한 23세 교황(1958~1963)은 과열된 마리아공경을 바로잡기 위해 애썼고 이러한 노력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결실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78~ )의 열렬한 마리아신심은 다시 이에 불을 놓고 있다.

 

 

3. 현대 개신교 신학의 마리아 비판

 

현대의 개신교 신학은 종교개혁가들보다 훨씬 마리아에 대해 비판적이다. 특히 한국개신교 신학자들은 가톨릭 신학에 대해 깊은 지식도 없이 일방적으로 때로는 감정적으로 비판하는 실정이다.

 

개신교 신학은 먼저 가톨릭교회의 전통적인 다섯 가지 마리아교리를 비판한다.

 

첫째,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교리는 마리아를 신격화하는 것으로 하느님은 어머니를 가질 수 없다. 둘째, 마리아가 평생동정이라는 교리는 예수의 형제가 있었다는 성서기록에 비추어 틀린 것이다. 셋째, 마리아가 원죄 없이 잉태되었다는 교리도 성서에 없는 것이다. 넷째, 성모승천교리도 성서에 없는 것을 상상으로 미화한 것으로 교황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다섯째, 마리아가 하느님과 인간의 중재자라는 교리는 예수의 자리를 마리아가 탈취하는 죄를 범하는 것이다.

 

그 밖에도 개신교는 묵주기도나 성모송 같이 마리아께 기도하는 것, 마리아를 하느님과 동격으로 부르는 각종 호칭들, 성모상 앞에서 절하는 것 등등이 마리아를 신격화하는 것이고, 마리아 발현도 마리아를 신격화하거나, UFO를 착각한 것이거나, 이교에서 따온 것으로 배척하고 있다.

 

이러한 마리아에 대한 개신교의 이해는 가톨릭교회 이해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첫째, 개신교는 성서만을 고집하고 가톨릭교회는 성서와 성전을 인정한다. 교회의 신앙은 처음에 성전에 의하여 유지되다가 382년에 처음으로 성서가 확정되면서 성서와 성전이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는 방법이 된 것이다. 둘째, 개신교는 성서를 자기식으로 해석하고 자기해석만 옳다고 한다. 그리하여 교파마다 서로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에 누구의 해석이 참된 해석인지 알 수가 없다. 셋째, 개신교는 교부들의 가르침도 자기식으로 해석한다. 자기식 초점에 맞추어 일방적으로 발췌하기 때문에 객관적이지 못하고 주관적인 해석이 되는 것이다. 넷째, 개신교는 신앙의 신비적인 차원을 무시한다. 부활이나 삼위일체와 같은 신앙은 이성을 넘어간다. 마리아에 대해서도 순수한 이성적인 차원만으로 모두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마리아에 대한 신학적 이해의 차이도 문제지만, 마리아에 대한 과장된 민중의 신심이 개신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큰 문제다. 신자들은 균형감각 없이 마리아를 하느님처럼 신봉한다. 마리아에 대한 정당한 신심이라도 민중 속에서 더욱 무분별하게 확대되어 이상한 신심으로까지 변질될 수 있다. 좋은 뜻이라 하더라도 과도한 마리아신심은 올바른 신앙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고 개신교의 표적이 될 뿐이다. 사목자들은 맹목적인 열심인 신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고 균형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월간 빛, 2001년 9월호, 전광진 엘마노 신부(대구대교구 금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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