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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케냐 교회: 하쿠나 마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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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10 ㅣ No.160

[세계 교회 동향] 케냐 교회 -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는 “문제없어, 걱정하지 마, 다 잘 될거야.”라는 의미가 담긴 케냐, 탄자니아 등 동부 아프리카에서 쓰이는 기스왈리 말입니다. 어릴 적 월트 디즈니의 영화 ‘라이온 킹’에서 품바와 티몬이 부른 ‘하쿠나 마타타’라는 멋진 노래를 듣고 동경하게 된 아프리카….

 

언젠가는 그 동물의 왕국에 꼭 가보겠다는 유치찬란한 결심에 군대에 다녀와서 대학을 졸업하기 전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해보겠다는 갈망이 합쳐져 1997년 케냐와 잠비아로 자원봉사를 하러 떠났습니다. 그 당시 저에게 케냐의 이미지는 라이온 킹의 무대처럼 온갖 동물들이 살기 좋은 곳인 동시에 가난과 에이즈로 많은 이들이 고통 받는 버림받은 곳이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동물들이 살기 좋은 그곳에서 인간들은 고통을 받고 사는지 의문을 가지고 간 아프리카는 저에게 많은 경험과 감사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이 1년여의 소중한 경험을 통해 한국에 돌아와 예수회에 입회하였고, 신학공부를 하러 다시 케냐에 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기초 양성과 학업을 끝낸 뒤 케냐에 유학을 온 이유는 아프리카를, 그리고 케냐를 더 잘 알아 아프리카 어디에서든지 잘 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프리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참 조심스럽습니다. 아프리카에 대해 정의를 하거나 논할 때는 정확한 전제나 용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유학시절 아프리카의 어떤 특성을 논하거나 설명을 시작할 때, 예를 들면, “사하라 남부지역 동아프리카 지역에 한하여….”라는 전제명제 없이 대충 설명을 시작하려다 교수님께 여러 번 지적을 받았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만일 한국에 대해 논할 때, 분명 한국과 일본, 중국, 필리핀 더 나아가 인도가 다 다를 텐데 그냥 아시아라고 뭉뚱그리면 좋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아프리카는 그 국가별 부족별로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아프리카로 총칭해서 말하거나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근래에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탈식민화(Post-colonial)의 일환으로 아프리카라는 전체 개념보다 민족 또는 국가 개념에 대해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선상에서 케냐 그리고 케냐 교회를 소개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키쿠유족, 루야족, 루오족, 캄바족, 메루족, 마사이족 등 약 43개의 다양한 부족이 있어 문화도 언어도 각각 다른 이곳과 이곳 교회를 일반화시킨다는 것이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습니다. 케냐 산(Mt. Kenya)을 중심으로 키쿠유족이 많이 사는 지역은 당연히 미사도 키쿠유어로 하고 문화도 다릅니다. 마사이 지역도 당연히 그 부족언어와 자기들의 독특한 유목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한계가 많겠지만, 제가 경험하고 배우고 느꼈던 케냐 교회에 대해 감히 말하자면, 이곳 교회는 무척 활발하고 생기가 넘치는 동시에 식민주의 영향 안에서 아직도 많은 갈등과 복잡한 도전들이 공존하는 교회라는 것입니다.

 

 

현실에 대한 응답

 

케냐 교회의 큰 특징은 많은 본당에서 학교(특히 기술학교)나 보건소 그리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여러 기관들을 직접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케냐 교회가 케냐 사회의 요청에 대해 실질적으로 응답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예수회가 맡고 있는 강개미 본당은 케냐에서 두 번째로 큰 슬럼 지역에 있는 본당입니다. 현지인들도 들어가길 꺼릴 정도로 가난하고 어려움이 많은 그곳에서 본당사목 이외에 기술학교를 운영하며, 목공술, 인쇄술, 컴퓨터, 봉제 등의 기술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녀회의 도움으로 그 옆에 진료소를 세워 열악한 슬럼 지역 보건위생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본당에 공동작업장을 만들어 신자들이 함께 아프리카 기념품이나 옷 그리고 전례용품들을 공동 생산하고 여러 단체를 통해 판매한 뒤 그 수익금을 공동으로 나누거나 재투자하는 것입니다. 작게는 주일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구멍가게를 운영해서 교리수업에 필요한 예산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본당활동들은 지역사회에 그리고 많은 가난한 이들에게 자생할 수 있는 실질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본당 이외에 케냐 사회를 위한 사도직을 소개하자면, 케냐의 큰 문제 가운데 하나인 에이즈(AIDS)를 막거나 환자분들을 위해 많은 교회 단체가 일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AJAN(아프리카 예수회 에이즈 네트워크)은 아프리카 각국에 연구소를 차려 에이즈 관련 자료들과 정책 그리고 출판으로 관련 단체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헤키마니(Heki Mani)’라는 단체는 변호사 신부님을 중심으로 여성 인권, 빈민 변호와 법률 지원 등을 하고 있으며, JRS(예수회 난민 서비스)는 유엔 난민 캠프에서, 특히 교육부분(초중고등학교)과 변호 업무로 종교를 초월해 절박한 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도전

 

제가 이곳에서 보았던 케냐 교회의 큰 도전 가운데 하나는 선교 교회에서 현지 교회로 넘어가는 과정 안에서 겪는 진통입니다. 처음 많은 선교사분들이 오셔서 큰 도움을 주고 엄청난 일들을 케냐 교회에서 해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본당을 떠나거나 다른 특수 사도직으로 이동하고 나서 케냐 현지 사목자분들이 본당을 이어받으면서 문제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선교사분들이 있었을 때는 해외원조로 본당재정이 풍부했고 여러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나, 현지 사목자분들이 본당들을 이어받으면서 경제적 이유로 여러 사업들을 유지할 수 없어 본당에 딸린 공소들이 문을 닫거나 본당학교들이 정부로 넘겨졌다가 이마저 여의치 않아 폐쇄되는 것을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자립을 해야 하는 케냐 교회에 이러한 도전은 너무 해외원조에만 의존하려는 데 대한 내부 성찰을 불러일으킵니다. 동시에 선교사를 보내는 교회 입장에서도 이제는 더 이상 선교사 중심의 영웅적 선교가 아니라 현지 교회를 주인공으로 하여 뒤에서 보이지 않게 움직이며, 또 지원을 꾸준히 지속하여 현지 교회를 현실적으로 도울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케냐에서는 몇 년 전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정치적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종족별 증오 속에 ‘인종청소’까지 갈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지금까지도 국가적 일치 문제가 중요한 화두입니다. 당시 저희 대학 옆 관공서가 불타고 부서진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같이 깊은 불목과 종족간 증오 안에서 교회는 어떤 답을 줄 수 있는지 많은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분명한 건 교회가 케냐 사회 안에서 여러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는 것처럼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도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다양한 운동이나 모임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북쪽이나 해변 지방에서 밀려오는 무슬림과 어떻게 평화적인 종교간 대화를 해낼 수 있을지도 새로운 도전입니다.

 

도전은 많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케냐 교회가 살아있고 숨 쉬고 있다는 뜻입니다. 여러 도전 앞의 케냐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하쿠나 마타타”를 외치는 케냐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낙천적인 성향도 있겠지만, 위대한 사람이 아닌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자신의 열두 사도로 내세워 당신 교회를 이끄셨던 하느님의 섭리대로 가난하지만 열정과 생기 넘치는 케냐 교회 안에서 “하쿠나 마타타”, “잘 될거야.”라는 희망의 말처럼 분명 다양한 방법으로 하느님의 일들이 이루어질 거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10여 명의 한국 성직자, 수도자 분들이 이곳 케냐에서 희생과 봉사의 삶을 모범적으로 살고 계십니다. 이분들과 먼 타지 어려운 환경 안에서도 신앙을 지키고 있는 나이로비 한인성당 가족들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심유환 유스티노 - 한국 예수회원으로 케냐 헤키마 예수회 대학에서 아프리카 신학을 전공했으며, 올 2월 나이로비에서 22명의 동료 아프리카 예수회원들과 함께 부제품을 받았다.

 

[경향잡지, 2010년 11월호, 심유환 유스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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